이탈리아 식품 가공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보일러
이탈리아 식품 가공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보일러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해외 식품산업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8조8,100억달러로 추정된다. 2021년 국내 식품산업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2.6% 이상 증가한 299조4740억원이었으며, 2021년 국내 식품 사업체 수는 전년 대비 1950개 증가한 73,915개였다. 국내 식품산업의 총 종사자수는 약 39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2021년 한국산 농림수산식품 세계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2% 증가한 113억7,367만 달러(한화 약 15조1,269억원)로 집계된다. 주요 수출 품목은 라면(5.9%), 조제품 기타(4.7%), 김(4.4%), 기타 음료(2.8%) 순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이후 이어진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생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량 생산 제조식품 등에 대한 수요와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해외 언론에서는 서민들이 생계비 부담을 줄이려고 인스턴트 라면 소비를 많이 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본지는 신년특집호를 맞아 식품산업에 산업용보일러·버너가 어떻게 사용이 되고 있는지와 국내 보일러·버너 제조사들이 세계 식품 시장에서 어떻게 활로를 뚫어야 할 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식품업계에선 식품가공용 증기, 네 가지로 분류

보일러는 식품 가공의 필수적인 설비이며 식품과 음료를 가열, 살균 및 저온살균하는데 사용된다. 또 조리, 건조 및 기타 공정에 필수적인 증기를 만드는데 필요하다. 이때 쓰이는 보일러는 스팀보일러를 사용해 뜨거운 수증기를 생성하는 스택을 갖춘 대형보일러를 뜻한다.

보일러는 용광로(furnace), 버너, 연소실 및 제어 계통을 포함한 여러 요소로 구성된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용광로는 연료의 연소와 증기 생성을 담당한다. 버너는 연료를 점화시키고 공기와 가스의 흐름을 제어하는데 사용된다. 연소실은 연료를 담고 있으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연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라면, 음료, 과자, 베이커리, 소스, 튀김 및 구이류 등 증숙과 가열이 필요한 거의 모든 식품의 대량 생산에서 증기를 만드는 보일러와 버너는 반드시 필수적이다. 식품 가공 산업에서 증기는 공정 운영 중 식품에 직접 접촉하여 영향을 미치고, 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에 증기 품질은 활용 목적 및 오염 위험 수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식품 업계에서는 증기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한다. △플랜트증기 △여과된 증기 △청정증기 △순수한 증기이다. 플랜트증기는 가장 낮은 품질이며, 많은 양의 불순물과 오염물이 포함된다. 증기보일러에 유입되는 급수의 품질에 의해 결정되는데, 수처리 관리를 위한 화학물질 사용량, 증기보일러 운전의 TDS(Total Dissolved Solids)수준, 운전압력 및 기타 요소가 중요하다.

여과된 증기는 요리용증기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식품 가공 부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유형이다. 보통 5마이크론 기공 사이즈의 미세한 스테인리스 스틸 필터를 통과해, 여과되고 급수 처리 화학물질과 교차 오염의 불순물이 존재한다. 여과 증기 내 오염물질은 보일러 문제의 특성, 유지 보수의 빈도 및 증기 생성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청정증기는 식품 가공 및 음료 산업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증기 품질을 말한다. 특정 청정 증기 발생기의 정제된 물에서 생산하는데, 이는 각 식품 공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순수증기는 순도 면에서 청정 증기보다 약간 높고 제약 산업에서 주로 사용된다. 식품 가공업계에서도 증기 품질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순수 증기는 음료 가공에 많이 쓰인다.

북미 지역에서는 요리용(Culinary) 증기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청정증기와 같은 개념이다. 한 예로 캐나다 식품검사국(CFIA)은 식품 사업체가 캐나다인 위한 안전 식품 규정을 준수하도록 기준을 만들었는데, 이 기준에 요리용 증기가 들어간다.

캐나다 정부는 요리용 증기가 음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기에, 증기를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물은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공급하고, 처리하라고 지침에 명시했다. 보일러 급수는 음용수여야 하며, 원수 처리를 할 수 있는 기준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 기준은 △음식물 오염 방지 및 보일러 가동 유지를 위한 보일러 급수 설계 및 운영에 관한 자격을 갖춘 자 △휘발성 부식 방지제(VCI, Volatile Corrosion Inhibitor) 및 기타 화학물질을 사용해 부식 및 규모를 방지하거나 보일러에서 슬러지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 △우유 및 유제품의 처리를 위해 다음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보일러 물 첨가제(2-아미노-2메틸1프로판올, 시클로헥실아민, 디에틸아미노에탄올, 히라진, 모폴린, 옥타데실아민, 2-하이드록시에틸 알킬 아민, 트리소듐 니트릴로트리아세테이트) △보일러 블로우 다운시 슬러지 제거에 쓰이는 탄닌류는 악취를 유발하기에 주의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보일러 가동 시 발포, 프라이밍, 이월 및 보일러물이 증기에 과도하게 혼입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보일러 물 첨가제를 증기로 운반하면 식품에 이취를 주고 식품 접촉면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도 명시했다.

즉, 식음료 가공을 위한 증기 발생 장치인 산업용보일러의 화학물질 사용부터 작동방법까지 철저하게 기준을 제시해 관리한다는 뜻이다.

해외에선 식품업체와 보일러제조사 연구 협력

최근 해외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체 보일러 시장 규모는 2022년에 미화 850억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2032년까지 1,7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일러에 대한 수요는 주거지에서의 사용만이 아니라 식품 및 음료 산업 부문에서도 큰 시장 점유율을 나타낼 것이라는게 기본적인 분석이었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진은 탈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없앨 수 있는 수소 유연성 보일러를 개발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미국 에너지부의 300만 달러 보조금을 지원받고 산업용 수소보일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기존 용광로에서 천연가스와 수소를 혼합해 연소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용광로에 이코노마이저를 추가했다. 이코노마이저는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폐열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로, 에너지 효율을 98%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연구팀은 지역 식품 산업과의 긴밀한 협업을 위해 열처리 기술을 사용해 유제품 및 대체품의 유통기한을 연장하는 무균 음료 제조 시설인 모건타운 기반 마운틴탑 음료사와 협력했다. 마운틴탑 음료는 연구팀에게 용광로 운전데이터를 샘플링하기 위한 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공한다.

국내 산업용보일러 제조사들 역시 식품 제조공장에 많은 납품을 하고 있다. 한 관류보일러 전문기업은 블로그를 통해 전국 현장에 판매·설치한 사례들을 사진과 함께 알리는데, 식품 공장 설치 사례가 절반 가까이 된다.

다만, 국내 제조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내 시장 확보가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대기업들의 새로운 식품 공장은 대부분 해외에 건설되고 있다. 아무래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들에 공장을 짓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런 현상이 국내 보일러·버너 제조사들 입장에서 한 가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식품이든 보일러·버너는 필수인데, 검증된 제품을 쓰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증기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고 일본, 유럽, 미국 제품은 한국제보다 매우 고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저녹스 기술과 수처리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기술을 쌓은 국내 제조사들의 기술력이 해외 식품 업계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한 산업용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저희도 국내에서 보일러를 생산해 수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 공장에서도 생산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유럽산 제품 대비 네임밸류에서 차별받는 면이 있다”며 “국내 식품업체들과 협업해 위생적이고 안정적인 식품 가공 공정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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