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용 고순도 아산화질소 제조 및 저장설비. 이 회사는 전북 군산 및 충북 음성공장에 이어 충남 예산에 새로운 부지를 마련, 특수가스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반도체용 고순도 아산화질소 제조 및 저장설비. 이 회사는 전북 군산 및 충북 음성공장에 이어 충남 예산에 새로운 부지를 마련, 특수가스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그동안 경영실적이 좋은 반도체용 특수가스업체들은 대기업, 글로벌기업, 사모펀드 등이 관심을 보이며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돼 왔다. 그래서 잘 나가는 특수가스업체들은 수년마다 주인이 바뀌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대부분 중견기업 이상의 면모를 갖춰왔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수가스를 사용해 반도체를 제조하는 국내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실적은 지난해 심각할 정도로 위축됐으나 올해 하반기에는 바닥을 치고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수가스공급업체들은 지난 2022년에는 네온, 제논, 헬륨 등 희귀가스의 가격폭등으로 인해 그야말로 희귀가스 특수(特需)에 힘입어 실적이 급등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지난해에는 희귀가스의 가격폭락과 특수가스 수요감소로 최악의 실적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반도체업계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반등하고 스마트폰 수요 증가,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서버, LLM(대형언어모델)을 활용하는 로봇 등의 분야에서 반도체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의 투자전문회사들은 심각한 불황 속에서도 반도체회사에 납품하는 특수가스제조업체에 대해 사업적인 매력이 충분하다고 판단, 인수합병(M&A)을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특수가스업체들도 반도체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기업인 머크가 한국법인인 버슘머트리얼즈코리아를 통해 투자를 늘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022년 네온 파동 등에 대비해 특수가스업체에 투자하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의 특수가스업체인 SK스페셜티는 특수가스제조에 그치지 않고 웨트케미칼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본지는 2024 갑진년을 맞아 반도체 특수가스분야의 이 같은 반등 분위기와 함께 설비투자에 나서는 몇몇 특수가스업체를 소개한다.

SK스페셜티- 웨트케미칼로 확장

SK스페셜티는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특수가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고기능성 웨트케미칼, 배터리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웨트케미칼은 반도체공정에 사용되는 세정액과 식각액으로 반도체 공정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웨트케미칼 상용화를 위한 첨가제 기술과 초고순도 정제기술을 동시에 확보, 다양한 신규 제품군을 연내에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SK그룹이 2016년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SK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SK머리티얼즈 지주 부문은 2021년 12월 SK㈜에 합병된 후 사내 CIC(사내 독립기업)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분할된 SK머티리얼즈의 사업회사는 지난해 SK스페셜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특수가스 가운데 NF3(삼불화질소), WF6(육불화텅스텐) 분야에서 생산량 및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주력품목인 NF3, WF6과 SiH4(모노실란) 등을 공급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타 태양전지 산업의 제조공정에서 필수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머크 - 특수가스공급망 확대

한국법인으로 버슘머트리얼즈코리아를 두고 있는 머크가 국내 반도체 고객사의 공급망 안정화와 동반 성장을 위해 한국 내 특수가스 및 케미컬 딜리버리 시스템 비즈니스에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에도 일렉트로닉스사업의 혁신과 생산능력에 대한 레벨업 성장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한국에 2025년까지 약 6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고객사와 인접한 곳에서 생산과 혁신 능력을 확대하고자 지난해 국내 박막소재사인 엠케미컬㈜를 설립하기도 했다.

머크는 지속 가능한 반도체 환경을 위해 LoW-GWP(지구온난화지수) 소재 개발을 통해 친환경 반도체 환경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반도체 제조 시 식각·증착·세정공정에서 HFCs(수소불화탄소), PFCs(과불화탄소), SF6(육불화황), NF₃(삼불화질소) 등 F가스가 사용된다. F가스는 이산화탄소(CO2)보다 GWP가 훨씬 높다. 10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를 ‘1’이라 기준으로 했을 때 ▲NF₃ 17,400배 ▲SF6 24,300배 ▲HFCs 771~14,600배 ▲PFCs 7,380~12,400배에 달한다.

TEMC - 오션브릿지 인수

티이엠씨는 2022년 포스코와 함께 국내 최초로 노광공정에 사용하는 엑시머 레이저용 Ne(네온) 추출설비 및 정제기술을 개발, 네온 양산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대만의 TSMC를 비롯한 해외 대형 고객사를 확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엑시머 레이저용 가스(30.2%) △Xe(제논·27.1%) △Kr(크립톤·15.3%) △에칭공정용 CF계열(17.9%) △CO(일산화탄소·4.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B2H6(디보란), COS(황화카보닐), D2(중수소) 등 높은 수익성을 가진 합성가스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2015년 원익머트리얼즈 출신의 유원양 대표가 설립한 반도체용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반도체·2차전지 소재·장비회사인 오션브릿지의 최대 지분을 확보하면서 소재분야에서의 시너지 창출은 물론 반도체·2차전지 장비분야로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솔머티리얼즈 - 새만금에 547억 투자

솔머티리얼즈는 지난해 3월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 군산시 등과 새만금산업단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새만금산단 3만4000㎡ 규모의 부지에 547억원을 투자, 산업용가스 제조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청주 오창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한솔케미칼의 자회사로, 2020년 한솔케미칼이 하나머티리얼즈의 가스사업부를 인수해 출범했다.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초고순도 특수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반도체 관련 국내외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 새만금공장 건립은 모바일기기, 태블릿 PC 등의 시장이 지속 성장하면서 반도체 수요 및 필수재료인 특수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데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새만금공장에서 반도체 제조공정 중 세척, 식각, 증착 등에 사용되는 (CO2)이산화탄소와 CF4(사불화탄소), GeH4(사수소화게르마늄) 등을 연간 3만톤 생산할 계획이다.

희귀가스를 전문적으로 제조, 공급하는 특수가스공장. 최근 반도체 장비회사를 인수한 이 회사는 매우 다양한 특수가스와 함께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희귀가스를 전문적으로 제조, 공급하는 특수가스공장. 최근 반도체 장비회사를 인수한 이 회사는 매우 다양한 특수가스와 함께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 - 산업가스사업부 분사

포스코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 산업용가스를 생산해 판매하는 산업가스사업부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산소·질소는 물론 반도체용 희귀가스 판매를 앞두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2021년 회장 직속으로 산업가스·수소사업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육성해 왔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함께 재편한 포스코 산업가스사업부는 연간 45만톤의 산업용 산소와 질소를 외부에 판매해왔다.

앞서 산소·질소 저장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약 700억원의 투자비를 들여 증설공사에 나선 이 회사는 기존 포항제철소에 4만9000톤, 광양제철소에 3만6000톤 규모의 산소·질소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는데, 연내 공사가 마무리되면 각각 6만톤과 4만6000톤으로 저장 용량이 늘어난다.

반도체용 특수가스제조업체인 티이엠씨와 협력해 지난해 연간 2만2000㎥ 규모의 Ne(네온)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광양제철소에 세운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100% 수입에 의존하는 Xe(제논)의 국산화에도 도전했다.

이밖에 광양제철소 대형 공기분리장치 1기에서 나오는 잔여가스에서 Xe을 추출하는 설비를 개발 중이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Xe을 생산,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2027년까지 Xe 추출설비를 10기 내외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KNW - 플루오린코리아 사업 지원

반도체소재업체인 케이엔더블유(KNW)가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손자회사인 플루오린코리아(전 솔베이코리아 온산사업부)를 지원한다. BGF에코머티리얼즈가 KNW를 자회사로 편입, 반도체 특수가스사업부문을 키우기 위한 행보의 시작으로 풀이된다.

KNW는 지난해 2월부터 M&A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차남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가 사장 승진 이후 첫 인수합병 대상을 KNW로 결정했다.

2001년 설립된 KNW는 2009년부터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됐다. 광학필름류, MLCC 블랑켓 코팅소재 등 전자부품 소재와 미스폰지, 자동차용 테이프, 열선용 부직포 등 자동차 부품소재 생산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특수가스 전문회사인 플루오린코리아를 인수했다.

플루오린코리아는 2005년 설립된 울산 소재의 반도체 특수가스제조기업이며, 주요 제품은 반도체공정 내 식각·세정 용도로 사용되는 친환경 F2(불소)다. F2는 반도체의 초미세공정에 적합한 특수가스로 알려졌다.

제이아이테크 - 크라이온과 JV 설립

전북 군산시에 있는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아이테크가 우크라이나 특수가스제조업체인 크라이온과 손잡고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국내에서 생산한다.

제이아이테크는 크라이온과 합작법인(JV) 크라이온코리아(CRYOIN Korea)를 설립하고 3D낸드플래시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국내에 건립하기로 했다.

크라이온코리아는 향후 네온, 제논, 크립톤 등 반도체 공정에 공급하는 희귀가스 전 종류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설비를 갖추게 된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