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레디 인증을 받은 경동나비엔 보일러
수소 레디 인증을 받은 경동나비엔 보일러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유럽의 한 분석에 따르면 가정 내 전체 탄소 배출량의 31%가 난방에서 발생한다. 현재 대부분의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 한국, 북미 지역 등 북반구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보일러를 사용해 난방을 하고 있다.

수소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콘덴싱 가스보일러는 기존 천연가스(CH₄)에 수소를 최대 20%가 혼합한 연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이번 신년특집호에서 세계 주요 제조사들의 가정용 수소보일러 기술 개발 현황과 국내 제조사들의 대응 상황,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영국, 이르면 2026년부터 수소혼입 나선다

가정용 수소보일러 개발에 먼저 나서고 있는 나라는 영국과 일본이다. 현재 2천만 가구 이상의 영국 가정에 가스보일러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영국 건물 전체 탄소 배출량의 74%와 영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23%가 가정용 난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은 대다수의 가정이 안정적이고 일관된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가스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영국의 가스 네트워크에 수소가 추가되는 것을 가장 일찍 볼 수 있는 것은 2026년으로 예상된다.

박시(Baxi)의 모회사인 BDR Thermea는 수 년전부터 수소보일러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박시의 100% 수소보일러는 열출력을 조절하는 28kW의 콤비 및 시스템 보일러로 출시될 예정이다.

우스터 보쉬(Worcester Bosch)는 지난 2019년 11월 최초의 수소 100% 보일러를 공개했다. 그러나, 아직 수소의 공급이 이뤄지지 않기에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해외에서는 수소보일러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수소 20% 혼합보일러와 수소 레디 보일러의 개념이다. 20% 혼합은 기존 천연가스 네트워크에 최대 20%의 수소를 혼합하면 약 7%의 CO₂를 저감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콘덴싱보일러들이 이 20% 혼합가스로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영국에서는 박시, 아이디얼(Ideal), 비에스만(Viessmann), 우스터 보쉬 등 주요 제조사들의 콤비, 시스템, 레귤러 보일러들이 20% 수소 레디 인증을 받은 상황이다. 국내 제조사 가운데에서는 경동나비엔이 지난 2022년 수소 레디 인증을 받았다.

유럽의 선도적인 보일러 제조사들은 수소보일러가 동급 가스보일러 이상의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예를 들어 박시, 아이디얼, 비에스만, 우스터 보쉬의 수소 보일러 판매에 대한 예상 가격은 730에서 2,300 유로(€) 사이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각 회사들의 콘덴싱보일러 가격에서 큰 증가폭은 아닌 수준이다.

우스터 보쉬와 박시는 2025년부터 모든 보일러가 수소호환을 하도록 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기존 가스네트워크에 수소를 혼입하는 가장 빠른 일정을 2026년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3년 파이페(Fife)의 300가구에 수소를 공급해 난방과 취사를 하는 시험을 수행했다. 이 시험에 공급된 수소들은 연안 풍력발전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사용했다. 영국은 2025년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마을의 가스네트워크에 100% 수소를 공급해 사용하는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리에 이뤄진다면 영국은 2030년에는 약 300만 가구가 수소를 사용하도록 5GW 규모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2050년에는 영국 전체의 에너지 사용의 20~35%를 수소가 충족하며, 그를 통해 10만개가 넘는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일본 린나이, 수소 전소 가정용온수기 개발

일본 린나이의 수소전소 온수기 제품
일본 린나이의 수소전소 온수기 제품

일본에서는 지난 2022년 5월 린나이가 수소전소 가정용온수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의 시장에 2030년경 판매를 목표로 한다.

린나이는 호주의 가스공급회사 AGIG의 제안에 따라 이 연구를 진행해왔고, 호주 빅토리아주에 모델하우스를 건설해 급탕용 2대와 난방용 2대를 설치해 2~3년 간 실증 시험을 마친 후 내구성 및 신뢰성을 검증해 양산화할 계획이다.

수소는 연소속도가 천연가스 대비 약 8배 빨라 일본에서 사용하는 급탕기의 분젠버너를 연소시키면 저부하에서는 버너 내부에 화염이 들어가는 역화현상이 일어나기 쉽기에, 린나이는 이를 억제하는 수소전용 버너도 개발했다.

이를 위해 표면연소버너를 채택하고 소재로는 미세 금속을 적층시켜 다진 소결금속을 활용해 내열 금속섬유를 니트 형태로 짠 메탈 니트버너보다 더 미세한 눈(100분의 1밀리 수준)의 버너가 가능한지 확인했다. 이 소재에 판금 슬릿을 조합해 역화를 막았으며, 소결금속의 밀도나 선경, 두께, 슬릿 폭 등을 바꾸어 역화 억제 검증을 했다.

일본 린나이의 수소 온수기는 천연가스 사양과 동등한 급탕 성능과 열효율을 실현했다. 수소 공급 인프라가 완료될 때까지는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으며, 연료 공급부 분량의 부품 교체와 마이컴 내 데이터 변경만으로 작업시간 30분 이내에 수소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

린나이는 2021년 11월, 2050년 그룹의 사업 활동과 일상품 사용으로부터 CO₂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CN선언 ‘RIM 2050’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7년 ‘수소 기본 전략’을 발표했는데, 수소 소비량을 2030년까지 연간 300만톤으로 늘리고, 2050년에는 연간 2,000만톤으로 늘리는 동시에 생산 비용은 2017년의 약 1/3 수준인 1㎥ 당 30엔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였다. 이 계획에는 2030년까지 수소 연료전지 차량 및 충전소(차량 80만대, 충전소 900개)에 대한 목표와 일본 전력 공급의 1%를 차지하는 80만톤의 수소를 발전에 사용하는 목표도 포함되어 있다.

콘덴싱보일러 보급 늘려야 수소혼입 대비 가능

기존 콘덴싱보일러 제품들은 수소 20%를 혼입해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도시가스 배관에 수소 20%를 혼입하는 실증연구를 지난 2022년 시작했다. 산업부는 한국에서 수소 20% 혼입을 시행하면 연간 탄소발생 750만톤을 저감하며, 소나무 8억2000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혼입은 15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별도의 수소 배관망 건설 비용을 줄여주기에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국내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동나비엔이 수소보일러·온수기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KAIST, 인하대와 협업해 수소만 사용하는 콘덴싱보일러를 개발 중이다. 여기에, 수소 100%를 공급해도 기존 보일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환 키트도 개발 중이다.

귀뚜라미도 마곡 냉난방연구소를 중심으로 수소 전용 콘덴싱보일러 개발과 기존 가스보일러 제품의 수소 연료 호환 등을 연구하고 있다. 대성쎌틱에너시스 역시 수소보일러 개발에 매진 중이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과 별개로 친환경보일러 보조금 지원금이 대폭 삭감된 부분은 향후 수소 연료 사용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콘덴싱보일러 제품은 20% 수소 혼입 사용이 그대로 가능한데, 현재 국내에 보급된 콘덴싱보일러는 환경부가 지원한 수량이 약 135만대 수준이다. 이는 국내 전체 가정용 가스보일러 약 1,350만 대의 10% 수준이다.

정부가 일반 가구에 대한 친환경보일러 교체 지원금 10만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친환경보일러 교체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정부의 수소혼입 실증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국내 보일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사들의 수소보일러 개발 못지 않게 수소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데, 아직 한국은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률도 50%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며 “콘덴싱보일러 공급이 수소 혼입 사용에 직결된다는 점을 정부가 알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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