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주택가.

꽃샘추위가 몰아치던 이날, 경찰과 가스안전공사 직원을 비롯해 이웃주민과 군복을 입은 군인까지 한 골목길에 모여 있었다.

당시, 사고현장을 취재했던 기자에게도 그때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방 2칸에 거실 겸 부엌이 전부인 주택에서 50대 부부와 20대 청년이 함께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망원인은 가스보일러 급배기구에 알루미늄 주름관을 설치, 거실 천장을 통해 문밖으로 연결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주름관에 응축수가 고였고 무게를 이기지 못한 주름관이 처지기 시작했다. 처진 주름관에는 가득 고인 응축수로 인해 폐가스가 실외로 원활히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실내로 역류, 일가족 3명이 사망에 이른 것이다. 

당시 사고는 가스보일러의 설치기준을 따르지 않고 임의로 설치해 사용하던 중 발생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였다. 만약, 가스보일러를 설치기준에 맞게 설치했다면, 아니면 주름관에 쌓인 응축수만이라도 제대로 제거했다면, 일가족의 참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취재 후 돌아오는 발길이 유난히 무거웠던 기억이다.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흐른 2012년 1월 3일,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30대 부부와 돌이 겨우 지난 아들(2) 등 일가족 3명이 CO중독으로 사망하는 참변이 벌어졌다.

이날 사고도 가스보일러의 배기통이 이탈되면서 실내로 유입, 일가족이 사망에 이른 것이다. 현재 배기통 이탈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폐가스 배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만으로 일가족 사망이라는 처참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또다시 확인하게 됐다.

‘설마’라는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사용자 스스로 가스보일러 배기통 이상유무를 점검하는 습관이 절실한 요즘이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