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품목을 저장할 수 있는 독성가스용기보관실.

 

허가시설 없이 영업만 하는 ‘가스중개상’ 퇴출시켜야

 

가스는 폭발의 개연성이 크다는 이유로 그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인체에 대한 유해성까지 더해진 독성가스의 경우 그 단어만 떠올려도 위험성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처럼 위험요소가 내포돼 있는 독성가스의 제조 및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제조설비와 용기보관실, 중화설비 등을 갖춘 후 해당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독성가스의 저장 및 처리시설도 마련하지 않은 일반고압가스판매사업자가 독성가스까지 판매하는 사례가 드러나는 등 독성가스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독성가스 허가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영업만 해 판매하는 ‘가스중개상’ 같은 가스사업자들이 있으며, 이들이 유통시장의 질서를 흩트리는 것은 물론 독성가스 안전과 관련한 정부정책을 크게 훼손하고 있어 하루 속히 근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독성가스 관련사고가 제조 및 사용시설에서 잇따라 발생,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단계의 사업장인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소가 안전관리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본지는 최근 독성가스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2015년 가을특집호에 ‘독성가스 유통업체들 안전관리 문제없나’라는 주제를 선정, 독성가스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발주사가 허가증에 표기된 취급품목 철저히 확인해야

일부 고압가스충전·판매소 독성가스 판매허가 서둘러

▲ 경기도의 한 고압가스시설시공업체가 설치한 독성가스용기보관실 및 중화설비.

허가품목 외 취급 등 불법 성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정의) 제2항에서 독성가스란 아크릴로니트릴·아크릴알데히드·아황산가스·암모니아·일산화탄소·이황화탄소·불소·염소·브롬화메탄·염화메탄·염화프렌·산화에틸렌·시안화수소·황화수소·모노메틸아민·디메틸아민·트리메틸아민·벤젠·포스겐·요오드화수소·브롬화수소·염화수소·불화수소·겨자가스·알진·모노실란·디실란·디보레인·세렌화수소·포스핀·모노게르만 및 그 밖에 공기 중에 일정량 이상 존재하는 경우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가진 가스로서 허용농도(해당 가스를 성숙한 흰쥐 집단에게 대기 중에서 1시간 동안 계속하여 노출시킨 경우 14일 이내에 그 흰쥐의 2분의 1 이상이 죽게 되는 가스의 농도를 말한다.)가 100만분의 5000 이하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독성가스를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는 대부분 적법한 시설을 갖추고 해당 지자체로부터 허가증을 발급받아 공급하고 있으나, 유통단계인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소들 가운데에는 허가시설이 없는 사업자나 허가품목 외의 독성가스를 판매하는 등 독성가스 안전관리에 구멍이 듬성듬성 나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의 독성가스 제조 및 수입사는 OCI머티리얼즈, 원익머트리얼즈, 한국메티슨특수가스, 한국소화화학품,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린데코리아, 프렉스에어코리아, 대성산업가스 등이 있는데 이들 회사는 연매출 2000억원 이상의 규모이거나 다국적기업으로써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은 물론 그 이상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최근 대덕가스, 켐가스코리아, 삼정특수가스, 밀성산업가스, 유니온가스, 신진가스텍, 동아산업가스, 한국노블가스, 금강종합가스, 대한특수가스 등이 20가지 이상의 매우 다양한 독성가스 판매허가를 받아 공급하고 있으며 동양산업가스, 선도산업, 경원산소, 가스코 등도 독성가스 용기보관실 및 중화설비를 갖추고 있거나 곧 갖출 예정이다.

이들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소는 HCl(염화수소), BCl₃(삼염화붕소), Cl₂(염소), GeH₄(사수소화게르마늄). PH₃(포스핀), B₂H₆(디보란), AsH₃(아르신), SiH₄(모노실란), Sl₂H₆(디실란), H₂Se(셀린화수소), SiF₄(사불화실란), BF₃(삼불화붕소), WF₆(육불화텅스텐), SO₂(이산화황), C₂H₄O(산화에틸렌), CO(일산화탄소), NO(일산화질소), NO₂(이산화질소), F₂(불소), NF₃(삼불화질소), H₂S(황화수소), HBr(브롬화수소) 등 대부분 20~30여 가지의 독성가스를 판매하기 위해 각각 반응성에 따른 스크러버와 용기보관실을 갖추고 있다. 

▲ 경기남부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업체에 설치된 독성가스 중화설비.

안전관리 사각지대로 떠올라

중부지역의 한 독성가스판매사업자는 “독성가스를 보다 안전하게 취급하기 위해 독성가스 용기보관실과 스크러버를 비롯한 가스누출경보기, 전기 컨트롤패널, 에어 및 질소공급용 집합대, 비상발전기 연결구, 법정 의무비치용 방제공구 및 제독제 등을 포함한 중화설비를 갖추는 업체가 많아졌다”면서 “독성가스는 다소 위험하지만 그 만큼 부가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독성가스 판매시설을 갖추는 업체가 있는 반면 일부 고압가스사업자들은 허가증에 표기된 품목 외의 독성가스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이 같은 허가품목 외 판매행위를 하루 속히 근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남부지역의 한 독성가스판매업소의 경우 최근 고압가스운반자 등록제 시행에 따라 독성가스 전용운반차량에 적용되는 지붕이나 뚜껑이 있는 화물자동차(탑차)로 구조변경을 하는데 무려 1000만원 이상 투자했다고 한다. 여기에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기 위해 운반차량 등록기준에 따라 각종 공구까지 갖춰야 하는 등 독성가스 판매를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되고 있다. 

독성가스를 판매시설을 갖추기 위해 이처럼 많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일부 가스중개상 같은 무허가 및 허가품목 외 판매사업자들은 투자한 적으므로 가스수요처를 대상으로 제품가격을 비교적 낮게 제시해 수의계약, 구매입찰 등에서 유리하게 공급권을 빼앗아가고 있다.

법을 지키는 사업자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은 독성가스분야 뿐만 아니라 일반고압가스분야도 허가품목에 없는 가스를 취급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와 관련해 독성가스업계 일각에서는 “독성가스를 저장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용기보관실, 스크러버 등 허가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억원정도 투자해야 하는데 허가시설도 갖추지 않고 독성가스를 취급할 경우 위험에 노출돼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이는 일선 지자체 및 가스안전당국이 나서 독성가스 충전 및 판매대장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독성가스 무허가 거래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고압가스 및 독성가스 유통업체 종사자들이 충전·판매대장의 작성을 강조하는 것은 독성가스의 제조, 판매, 사용 등 모든 가스관련 업체의 안전관리자들이 직접 기록하고 확인까지 받아야 하므로 무허가 사업자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호남지역의 한 특수가스제조업체의 독성가스용기보관실.

정기검사 시 충전대장 철저 점검

수도권의 한 독성가스판매사업자는 “지난해 8월 공포된 고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에 따라 가연성, 독성 등의 특수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대장을 작성, 기록하는 것으로 독성가스의 유통단계 간 무허가 판매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독성가스의 무허가 판매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해당 허가관청을 비롯해 가스안전 및 세무 당국이 나서 보다 철저한 확인 및 단속을 펼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독성가스를 포함한 고압가스 충전대장은 안전관리자의 서명과 함께 가스명, 충전연월일, 출하연월일, 용기번호, 충전량, 누출여부, 충전기간적합여부, 회수여부, 인수처(인수자) 등을 기록해야 하며 특히 독성가스는 회수여부까지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고압가스 충전·판매대장 작성과 관련한 고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이 공포돼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를 기록하지 않아 적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알려지지 않는 등 법 위반에 따른 행정조치는 아직 업계에 크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제39조 제2호를 보면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고압가스를 판매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같은 법 제40조제1호에 따라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허가사항을 변경(판매하는 가스의 추가 포함)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아무리 좋은 정부정책도 관리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면 위법·편법이 난무하게 된다. 대다수 법을 잘 지키는 선량한 사업자를 보호하고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규정에 따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등 공정한 허가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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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제안]  ‘안전관리· 유통질서’두 마리 토끼 어떻게 잡나 

유통과정서 허가증 사본 제출 의무화 시급

가스관련 다국적기업들은 허가품목 확인한 후 판매
무허가 사업자에 판매한 공급사도 함께 처벌해야

▲ 독성가스에 대해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산업용가스메이커의 한 사업장에서 이 회사 임원이 직원들과 함께 점검에 나서고 있다.

국내 산업용가스업계에서는 가스안전당국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충전·판매대장 기록 의무화에 따른 법령 개선의 실효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이 제도와 함께 독성가스 거래 시 허가증 사본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방안이 나와 주목 받고 있다.

산업용가스와 함께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대부분의 다국적기업들은 독성가스를 매입해가는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허가증 사본을 제출 받아 허가품목을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미쳐 포함되지 않은 사항까지 스스로 지켜 더욱 높은 수준의 안전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독성가스 유통시장에서 일부 도매단계의 충전업체와 소매단계의 판매업체 간 거래에 있어서 허가증 및 허가품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가스사업자의 허가증 사본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스유통시장에서 독성가스판매사업자가 제조 및 충전업체를 대상으로 신규품목을 매입할 때마다 허가증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판매사업자들은 허가품목 외의 가스충전을 요구하지 않고, 제조 및 충전소들도 무허가 사업자에게 독성가스를 충전해 주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스스로 근절하려는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무허가 사업자 및 허가품목 외의 가스를 취급하려는 사업자에게 가스를 공급하는 도매(충전)업자도 무허가 판매업자와 똑 같이 적발, 처벌해야 하는 등 이른바 ‘쌍벌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고압가스판매허가증에 표기된 허가품목을 허가증 사본 제출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며, 상거래 시 사업자등록증을 주고받는 것처럼 새로운 고압가스를 거래할 때도 고압가스허가증 제출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독성가스, 혼합가스 등을 비롯한 각종 고압가스 구입을 위해 입찰에 부치는 경우도 입찰공고문에 허가증 사본 제출을 응찰자격 구비서류에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입찰에 부친 품목(가스)이 허가증에 표기되지 않은 업체는 아예 응찰자격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가스사업자 간 독성가스 거래 시 허가증에 해당 품목이 있는지 허가증 사본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영업활동을 억제하는 규제가 아니다. 

독성가스 유통현장에서 거래의 투명성 및 사업자 간 형평성을 제고시키는 등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가스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가스판매허가증 사본 제출 의무화’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게 고압가스업계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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