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가정용 가스보일러 시장전망 

新성장동력 발굴로 보일러산업 저성장 기조 끊어내야

[가스신문=정두현 기자] 최근 정부는 정유년(丁酉年) 새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측했다. 이는 정책의지가 포함된 수치라는 점에서 정부가 올해 국내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민간 연구기관들도 올해 한국 경제가 작년과 비슷한, 또는 작년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잿빛 전망을 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2.1%), LG경제연구원(2.2%), 현대경제연구원(2.3%), 한국개발연구원(2.4%), 한국은행(2.8%) 등 3% 미만의 저성장을 암시하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해외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0.4% 하향 조정한 2.6%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0% 성장을 예측했지만, 이마저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는 2011년부터 3% 안팎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이며, 올해도 그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보일러시장도 올해 이러한 국내 경제전망과 궤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해 가스보일러시장이 ‘선방’할 수 있을만한 긍정적 요소가 포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번 신년호에서 국내 가정용 가스기기 중 연간 최다 판매규모를 자랑하는 가스보일러업계를 집중 전망해본다.

 

▲ 지난해 보일러시장은 신규수요 활성화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보일러 내수가 건설시장 부침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사진은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보일러 생산라인, 기사 내용과 무관)

 

주택 인허가물량 전년比 감소 전망…업계, 신규시장 부침 우려
지난해 신규시장 호조로 가스보일러 판매량 총 135만대 추산

 

지난해 보일러업계의 수확은?

지난해 가스보일러시장은 주택 인허가 수량 증가로 인해 신규수요 중심으로 시장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전체 생산·판매 물량에서는 전년 대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정용 가스보일러는 지난해 11월까지 129만7154대가 보급됐다. 극성수기인 12월 실적까지 보태면 2016년도 전체 판매량은 150만대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표1 참조>

통계청 실적의 경우 데이터가 다소 부풀려진 수치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정설인 만큼, 실제 업계에서 추산하는 지난해 가스보일러 판매량은 130만~135만대 가량으로 전년도 판매량(143만4170대, 업계 추정치 약 130만대) 대비 동일하거나 소폭 증가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가스보일러시장의 핵심 변수는 건설경기 부양에 따른 신규시장 확대라 할 수 있다.

가스보일러시장은 최근 수 년간 뚜렷한 성장 요인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난 2015년 무려 76만5328호의 주택 인허가가 나면서부터 보일러 신규·특판 시장의 활황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지난해에도 약 65만호의 인허가 물량과 45만호의 분양(승인) 물량이 생겨남에 따라 지난해 교체시장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음에도 신축 아파트, 소형 단독주택 등에 신규 설치된 가스보일러 물량이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소폭 신장을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파트 신축이 늘면서 지난해 다세대 공동주택 의무설치 제품인 콘덴싱 가스보일러 신규·특판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가스보일러 전체 판매량의 15~16% 수준에 머물렀던 콘덴싱 제품의 판매비중은 2015년 이후 20%를 넘어섰고, 지난해 콘덴싱 보급비중은 24~25% 선까지 치솟았다.

보일러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일러 교체시장은 매년 80~100만대 수준으로 고정적인 수요패턴을 보이고 있는 반면, 신규시장은 최근 2년간 역대급 건설경기 활황으로 호조를 보였다”며 “지난해에는 전세난의 여파로 아파트는 물론 연립, 다세대 신축이 급증해 인허가 물량이 증폭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보일러 신규물량이 전체 시장 분위기 반전에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보일러시장 전망은 ‘흐림’

올해 국내 가스보일러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기상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평년(12.5℃)보다 1.1℃ 높은 13.6℃로, 1973년 이후 가장 높다고 밝혔다. 연평균 최저기온마저 평년(7.7℃)에 비해 1.3℃ 상승한 9℃로 역대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평균기온 및 연평균 최저기온은 작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돼 기온 변화와 밀접한 보일러의 수요에 적잖은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이 정유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측한 바와 같이 보일러업계는 불안정한 경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까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가스보일러 신규·특판 수요와 직결되는 건설경기도 올해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의하면 주택공급 증가에 따른 부담,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으로 인해 올해 인허가 물량은 지방을 중심으로 지난해(65만호, 추정치)보다 15% 내외로 감소한 약 55만호로 전망되고 있다. 분양물량도 전년(45만호) 대비 15.5% 가량 줄은 38만호로 추산된다. <표2 참조>

최근 2년간 건설시장이 급격히 확산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도 분석되지만, 보일러시장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핵심 요소가 사라진 셈이기도 하다. 결국 올해 가스보일러 내수가 2014년 판매실적인 125만대 수준으로 감소하며 정체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각 가정에 난방(온수)설비로 설치되는 가스보일러의 특성상 판매실적은 당해 주택 인허가 및 분양 실적 등 건설경기와도 맞물린다”며 “올해 가스보일러시장은 신축시장 감소세로 신규시장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정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보일러사들은 최근 생산·판매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투자규모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올해도 보일러업계의 이 같은 해외투자 확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환경부가 내년도 수도권 지역에 대한 가정용 저녹스(NOx) 가스보일러 보급 사업에 10억원(가스보일러 1만2500대에 해당)의 예산을 신규로 편성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당장은 보급 수량이 전체 내수의 0.1%에 불과한 수준이나, 고착화된 가스보일러 교체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의 보일러 보급사업 등 정책지원과 보일러사들의 자주적 활로 모색이 시너지를 냄으로써 지금의 저성장 기조를 끊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가스보일러 사용연한 설정에 따른 주기적 제품교체제도 도입, 콘덴싱·저녹스 보일러 설치의무화 대상 확대 등의 정책 지원과 제조업계의 캐스케이드, m-CHP 내외연 발전보일러, 프리미엄 보일러 보급 활성화를 통한 보급영역 확산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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