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봄의 문턱이면 으레이 찾아오는

보릿고개 넘기시려고

호미 들고 산으로 들로 텃밭으로

온갖 궂은일로 여념 없으셨고

 

초저녁 황혼이 깃들 때면

발에 못이 박혀 아파 쩔쩔매시고

무논 밭 매시느라

손바닥 지문은 사라져서

신분증조차 갱신못해

안절부절 하시던 어머니.

 

학교 문턱에는 가보신적도 없을지라도

등잔불 밑에서 누더기 기우시며

어께 너머 지식으로 글공부 시키셨고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로

설빔에 난 구멍을 보시고는

추워 아궁이에 모여든 자식들에게

부지깽이 들고 꾸지람하시다가도

이내 눈물 글썽이시며

내던져버리시던 어머니.

 

고희의 길지 않은 여정 속에

관절염으로 쩔뚝이시고

항암 치료에 백발조차 다 사라졌지만

시한부 삶에도

막내아들 혼수걱정에만

여념 없으셨던 어머니.

 

이제는,

얄궂은 여자의 숙명 다하시고

봄 향기 물씬 풍기는 양지바른 산자락

기나긴 영면에 들어가셨지만

 

당신이 보여주신 지혜와 사랑,

베푸신 헌신과 용서는

삭막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지표요, 방법으로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이 제 항  詩人
.한국가스공사 前 강원지역본부장
.지필문학 제36회 신인공모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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