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주도해오던 국내 산업용 고압가스시장이 몇 년 전부터 공급부족현상이 심화하면서 무게중심이 공급자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그야말로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급전환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 칼자루를 쥐게 된 메이커나 충전업체들이 판매소나 수요처를 대상으로 일방적인 가격 인상의 기회로 삼거나 임대했던 용기를 빠르게 회수하는 등의 수단으로 삼는다고 하니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또 일부 메이커 및 충전업체는 2~3개월 밀린 미수금까지 입금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등 갑을관계가 뒤바뀌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공급자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했던 것을 털어버리는 등 체질 강화의 계기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만이 지닐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까지 짓밟는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안겨줘야 할 공급자들이 약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횡포(?)를 일삼는다면 그 시장은 건실하게 성장할 수 없게 된다. 머지않아 고압가스시장에서 공급과잉이 나타나면 소비자들의 역습이 예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도 사상 첫 산업생산이 –0.8%의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판매량 감소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사정에 처한 고압가스판매사업자를 급격하게 궁지로 모는 경색된 시장조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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