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장기비전과 본격적인 사회구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1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선 1호 공약이었던 파리기후협약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함으로써 탄소중립화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세계적 문제가 되었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의 탄소중립 목표 발표 이후, 경제 규모로 3분의 2가 넘는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탄소중립화의 실현은 험난한 일이다. 최근 발간된 빌게이츠의 저서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제곱미터 당 생산 가능한 전력이 화석연료는 500~10,000W 수준인 데 반하여 태양열은 5~20W, 풍력은 1~2W 수준으로 그 효율성의 차이가 명백한 바, 현실적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실용화 수준의 기술력 확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가스업계 역시 이러한 급격한 에너지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해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는 2025년부터 신규 화석연료 보일러 판매 금지를 제안했고, 영국은 2025년 이후 건설되는 신축 주택에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는 법안을 계획하고 있다.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도시가스 수요는 필연적으로 전기와 수소로 대체될 수밖에 없기에, 도시가스업계는 혁신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국내 도시가스사는 제한된 공급권역으로 인해 전국적인 서비스로 확장이 어렵고, 공급비용을 기반으로 운영되기에 공격적인 성장 투자가 어렵다는 공통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역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하기 더 용이한 구조가 될 수 있어서 각사가 비슷한 기술, 솔루션을 개발 및 관리하는 것이 아닌, 연합하여 서로의 전문 분야를 공유하거나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상호 이익적 얼라이언스를 이루어 투자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린에너지 시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수소경제 분야는 이산화탄소 저장 및 활용, 수소생산설비 구축, 천연가스 배관의 수소 혼합공급 등에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천연가스와 CO2 포집설비로 추출되는 블루수소의 성공적인 자원화 안착과정에서 도시가스사들이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분산전원 보급의 확대에서도 재생에너지 거래중개, 소형 열병합, 건물형 연료전지, 가스냉방 보급 등이 협력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2017년 12%에 머물고 있는 분산형 전원 공급비중을 오는 2040년까지 30% 내외로 확대 계획을 수립했다. 도시가스 기반의 분산형⋅참여형 에너지 대안 자원을 만들어, 도시가스의 지속적인 신수요처를 함께 찾아낼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IT솔루션 플랫폼화, AMI 통신기술 개발, 빅데이터 분석, 에너지서비스 개발 등에서 협력할 수 있다. 탄소 사용 경감에 있어서 에너지 실사용자의 역할이 크기에, 사용자 스스로가 사용량을 점검하고, 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MI의 활성화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요가에게 제공되는 서비스형 플랫폼은 각 도시가스사가 보유하고 있는 수요가 정보를 공동 활용하여 신규사업을 확장하고,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기존 방식을 고수하다가 몰락한 기업들을 무수히 지켜봐 왔다. 그린과 디지털로 대표되는 탄소중립 시대에 도시가스 업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협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도시가스사 간 서로 연합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협력의 장과 지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움직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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