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도 끝나고 있다. 유례없는 이상고온이었다. 전력 수급 비상경보가 울리고 간당간당한 전력예비율 전망이 걱정이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 4년여를 버티어온 원전 축소정책(脫원전)도 서서히 끝나고 있다. 다급한 정부가 원전 3기를 재가동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마다 냉방을 위한 구식 ‘창문형 에어컨’ 수요폭발이 화제가 되었다. 거실에 하나 있는 입식 냉방기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끄러운 창문형 에어컨을 다시 파는 중고물품 장터가 인기를 끌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덧없는 여름이 간다.

어쨌든 이상고온현상은 이제 세계 공통현상인 것 같다. 특히 북반구가 그러하다. 이러니 전력 수요예측과 같은 거시적인 이슈보다 가정용 냉방기기(‘에어컨’으로 편하게 지칭) 판매증가 현상이 관심을 끈다. 새로운 에너지부문 ‘글로벌 트렌드’라고도 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세계 연간 에어컨 판매는 1억대 수준에 달하였다. 이는 시간당 1만대의 신규 에어컨이 세계 어디에선가 판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연구기관 조사에 의하면 에어컨은 일반적으로 천장 부착 선풍기에 비해 약 20배의 전력을 소비한다. 그래서 ‘피크타임’ 전력소비 증가의 주범이다. 더욱이 에어컨에 사용되는 냉매(冷媒)는 지구온난화 유발물질(Greenhouse Gas)이다. 그런데 이러한 에어컨 사용의 급증은 사회적 불평등의 한 요인이라는 주장이 관심을 끈다. 미국 ‘버클리’대학이 세계 각지 16개국 10만 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에어컨 보급 속도와 가구당 소득수준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깊은 연관성이 검증되었다.

그 연구 결과, 가구당 연간 소득 1만 불을 기점으로 에어컨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대하였다.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가나 등 세계 각지의 개발도상국들에서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미국, 독일 등 최선진국들에서는 가구 당 소득이 10만 불에 근접할 경우 수요증가 속도가 약화되거나 정체하는 현상이 또한 발견되었다.

2050년까지의 미래추세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소득수준 3분위(상·중·하위) 구분과 냉방도일(Cooling Degree Days)자료를 활용하였다. 국가별 특성이 뚜렷이 발견되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에어컨 사용에 대한 강한 선호(집착)로 인해 소득이나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예측 가능한 미래기간 중 연속적으로 100% 에어컨 보급과 사용 경향이 발견되었다. 더 이상의 분석이 무의미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또 다른 선진국인 독일은 에어컨 보급과 활용이 극히 부진하다. 10% 이하가 지속된다. 기후-문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이 2개 선진국 이외 14개국에서는 2020년 35%인 에어컨 보급률이 2050년 55%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초기에는 고소득계층에서 에어컨 사용·구매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지만, 2030년대 중반 이후에는 중산층의 선호도가 빠르게 증가한다. 이들 국가에서 소득증가요인이 에어컨증가의 85%쯤을 구성한다.

결국 에어컨 냉방은 직접적인 쾌적함 추구와 같은 개인 선택의 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 자본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투입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에어컨이 유발하는 생산성 차이가 계층별 소득격차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에어컨 사용이 온열질환 사망을 80%쯤 줄인다는 보고도 있다. ‘싱가포르’ 경제성장의 한 요인으로 냉방보급을 꼽는다. 여기에다 냉방은 아동들을 학습에 전념할 여건 조성에 큰 역할을 한다. 학습 여건 격차는 장기 불공정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기후변화가 심화할수록 에어컨 냉방을 생산성, 건강, 그리고 교육 효율성 결정의 주요 요소로 간주해야 한다.

이제 우리 가스산업은 냉방을 장기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가스냉방이 기존 에어컨을 대체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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