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탄소문명사회를 발전시켜 온 인류에게 탈탄소화는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 어려운 과업이다. 이는 물에서만 살던 어류가 물과 땅을 오가며 사는 양서류로 진화한 사건만큼 획기적이다.

물속의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던 물고기가 생존경쟁이 낮은 뭍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체내 수분공급, 중력극복, 먹이확보, 안정적인 번식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우리시대의 에너지 전환도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 새로운 인프라 구축, 수익성확보, 효율향상 등을 이뤄내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의 어려움을 개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탄소저감을 목표로 삼는 에너지전환은 1차에너지원의 구성(에너지 믹스)의 개선이라 할 수 있다. 2020년 우리나라 에너지 믹스는 석탄 24.9%, 석유 38%, 천연가스 18.7%, 수력 0.5%, 원자력 11.8%, 신재생 및 기타 6.1%이다. 우리나라 1차 에너지원의 94.3%는 수입에너지다.

따라서 에너지믹스를 국내적으로 해결하기 불가능하다. 곧, 이 땅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에너지믹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신재생에너지는 전기만 생산하므로 이를 열로 바꾸어 공급하는 경우 낮은 에너지효율로 한계가 뻔하다.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탄소저감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2018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7억2760만톤) 가운데 에너지산업분야에서 39%(2억 8570만톤), 제조업 및 건설업 분야에서 25%를 배출하였으므로 우리가 석탄이나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를 퇴출시킨다 해도 최대 39%만 저감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발전부문에서 탄소제로인 원자력발전을 배제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단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2050년이 되어도 화석연료가 1차 에너지원의 50%를 차지할 거라는 DNV의 최근 예측도 주목해야 한다.

인프라 문제도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여준다. 현재 우리의 전력망은 소수의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배전망을 통해 공급하는 중앙집중식이다. 반면 신재생 발전은 변동성이 큰 수많은 소규모 발전원이 넓은 지역에 퍼진 분산형이다.

전력망을 고속도로에 비유하자면 중앙집중식은 소수의 톨게이트를 통해 차량을 진입시키는 방식이고 분산형은 고속도로 곳곳에서 임의로 차량을 진입시키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수많은 톨게이트에서 차량 1-2대가 진입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다수의 차량이 진입한다면 최악의 경우 고속도로로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중앙집중식 송배전망에 신재생 발전원의 연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전력망에 신재생 발전비율을 높이려면 인프라가 보완되어야 한다.

테슬라가 호주와 독일에서 ESS와 인공지능 기반의 오토비더(Autobidder) 플랫폼으로 가상발전소 구축에 나섰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신재생 에너지원이 부족하고 ESS마저 여러 번의 화재사고로 보급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연료가 목재에서 석탄, 석탄에서 원유로 바뀌면서 인류의 생산성과 이동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원의 에너지밀도가 높아지고, 투입된 에너지와 생산된 가용에너지 비율(EROI)이 높아졌다.

신재생에너지는 이러한 문명발전의 추세에 역행한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신재생에너지원은 넓은 땅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신재생에너지 설비구축에 필요한 원자재는 원자력발전소 대비 최대 16배에 이른다.

코비드로 인한 재정악화와 맞물려 우리의 에너지 전환정책이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이려면 위와 같은 현실을 직시해 나가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우리시대의 위대한 도전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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