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는 이제 공기나 물처럼 일상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스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건 LPG이다. 오랫동안 취사용, 난방용 그리고 택시 등 차량용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LNG도 너무나 익숙한 가스에너지이다. LNG는 대부분 배관망을 통해 공급되지만 아직도 용기나 탱크로리 등에 담아 운송되고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와 규격의 가스용기가 있다는 것을 보고 새삼스레 놀랄 것이다. 산소, 질소. 탄산, 아세틸렌 등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공장에서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특수가스와 초고순도 고압가스가 사용되고 있다.

가스를 사용하는 가정 또는 공장 등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가스안전은 무엇보다 용기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용기를 안전하게 사용하고, 정기적으로 검사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물, 그리고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처럼 얼마나 많은 가스용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보관 중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아울러 다양한 형태로 소비처에 이동 중인 용기는 안전한지,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은 현상 혹은 현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통계자료 없이는 제대로 관리지 못하고 개선안도 마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건 당시 우리나라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국가 차원의 현황 파악이나 정확한 통계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도대체 어떤 화학물질이 얼마나 수입, 생산, 사용되고 폐기되는 지 알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화관법, 화평법을 비롯한 많은 법과 제도개선이 이뤄져 이제는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 됐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이제는 가스, 특히 고압가스 용기에 대한 기본부터 총체적인 측정과 현황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LPG용기가 전국에 몇 개나 있는지, 소유는 누구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게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검사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기 재검사(5년) 실적을 토대로 추산해 보면 대략 1,000만개 가량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20년이 넘는 노후 용기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 협회에서는 회원사인 50여개 전문검사기관에서 실시한 각종 용기와 특정설비에 대한 재검사 실적을 매달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해당 지자체에 보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가지 개선이 필요한 사례를 살펴본다. 현재 고압가스 용기에 대한 재검사는 가스의 종류나 용기규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몇 가지 항목으로만 구분해 작성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수소용기도 다른 용기와 동일하게 다뤄지고 있다. 앞으로는 일반 고압가스 용기 재검사 실적보고 양식 중 ‘이음매 없는 용기’에서 수소용기만 분리해 별도로 실적을 입력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재검사기관들은 국가로부터 위임된 가스용기 검사라는 소명감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러니 이들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추구하는 중소기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로 지원은 물론 정책적 관심에서 거의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명칭이 검사기관이란 이유로, 대부분 중소기업이 받는 정책적 혜택에서 조차 제외되고 있다. 가스안전에 있어 용기 검사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재검사기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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