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분야에서 최근 가장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학계 인물 중 한명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유승훈 교수가 손꼽힌다.

그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이면서도, 전력시장 규칙개정위원, 탄소중립 TF위원, 전력시장 개편 선도시장위원회 위원장, 지역냉난방 열요금 확인업무 운영위원회 위원장, 공기업부문 탄소중립위원, 한국도시가스협회 미래비전위원회 위원 등 국내 에너지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가에너지수급 안정화와 미래비전 등을 5년마다 설계하고, 계획하는 에너지기본계획(제13차) 총괄분과 위원을 역임했고, 얼마 전 정부가 기본계획을 확정 및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34)에서는 총괄분과 위원장과 수요전망 WG위원장을 각각 맡았다. 국내 전력수급 안정화가 그의 손에서 설계된 셈이다. 유 교수의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14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수요예측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활동 영역만큼 그가 국내 전력과 집단에너지 등 에너지시장과 에너지정책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유승훈 교수가 에너지 분야에 해박한 것은 그의 왕성한 학문적 지식이 바탕이 되었다는 평가이다. 경제학 분야에서 쓴 논문만 무려 160편에 이른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유승훈 교수를 만나 최근 에너지 업계의 최대 이슈사항인 수소산업과 탄소중립 그리고 탄소세에 이어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한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평가, 천연가스와 발전 등 국가의 중요한 에너지 비전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지난 8월말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후 위기 극복 동참이 국제적 추세이나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반면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26.3%에서 35% 이상으로 상향하는데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은데?

-그간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했기에 NDC 상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DC 상향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 및 합의 없이, 그리고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추산 없이 법제화가 이뤄져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감축 수단이 마땅치 않은 산업계는 반발할 수밖에 없고, 결국 감축량의 상당 부분이 전환부문에 배정될 것이므로 에너지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예상된다.

▲최근 에너지 관련 정책 중 가장 이슈인 ‘2050 탄소중립’에 대해 말들이 많다. 제조와 석유화학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실현 가능보다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도 있는데?

-사실 2050년은 상당히 먼 미래이기에 기술개발의 성공 여부에 따라 탄소중립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2030년은 가까운 미래로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제조업은 비용증가를 수반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로, 정유산업 및 석유화학산업은 생산량 축소 및 해외이전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안다.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중론인데?

-독일의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 추진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약 2.5배 상승했다. 일반 제품보다 유기농 제품이 더 비싸고, 일반 커피보다 공정무역 커피가 더 비싸듯이, 탄소중립의 추진을 위해서는 전기화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값비싼 무탄소 전원인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어야 하므로 전기요금의 인상 또한 불가피하다. 국민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할 것이다.

▲내년부터 탄소세가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복지예산으로 탄소세를 통한 재원 확보에 나서려 한다.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유력하게 논의되는 탄소세의 수준은 CO2 톤당 8만원 내외다. 기존 세수의 조정 없이 단순하게 추가된다면 에너지 가격은 제법 상승할 것이다. 결국 국민 및 산업의 부담이 커지지만, 정치권에서는 탄소세 수입을 탄소중립에 사용하기보다는 복지 재원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에너지산업은 탄소중립 이행 비용 증가 및 탄소세 부과로 인한 수요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관련 산업과 국민이 감당할 수준의 탄소세율과 산업별 합리적인 탄소세 적용방안도 필요할 듯한데?

-이미 탄소세 도입 취지를 일부 담고 있는 개별소비세 등의 제세부담금이 에너지에 부과되고 있다. 게다가 전환부문 및 산업부문에서는 배출권거래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은 CO2 톤당 3달러 수준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탄소세를 도입하더라도 낮은 수준의 세율을 적용하거나 다른 부문의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현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2030 에너지전환 정책과 발전 부문에서의 ‘탈석탄과 탈원전’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탈석탄의 방향은 맞다고 판단되며, 현재 큰 무리없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공정한 전환을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구하지 못했기에 여전히 논란이 진행되고 있으며, 탄소중립이 출현하면서 오히려 원전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느낌이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 수요전망WG 위원장을 맡았었는데,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몇 가지 핵심 사항을 설명한다면?

-무엇보다 탈석탄의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면서 가교에너지(bridge energy)로서의 LNG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예를 들어, 석탄발전 60기 중 6기는 영구 폐쇄하고 24기는 LNG로의 연료전환을 천명했다. 나머지 30기에 대해서는 석탄발전 총량제를 도입하면서 LNG로의 조기 연료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제14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이 올초 확정됐다. 달라진 사항은?

-신산업으로서 수소 생산 및 벙커링을 위한 LNG의 역할을 분명히 했으며,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용 LNG의 안정적 공급(예를 들어, 수급관리수요 개념의 도입, 비축일수 확대, 직도입사를 감안한 공급 유연화 방안 등)을 강조했고, 가스배관망위원회 설치 추진 등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LNG 도매(upstream)시장은 민간직수입사업자의 참여로 부분 경쟁이 이뤄졌고, 현재 이들의 연간 LNG수입량은 1000만톤에 육박한다. 이로인해 전기요금과 수급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직수입사업자의 이익만 배불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 산업구조 개편을 논의할 때가 도래한 듯한데?

-이미 2개의 천연가스 공급망을 가지고 있는 독일이 제3의 공급망인 Nord Stream 2를 완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LNG는 가교 에너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때 저렴하고 안정적인 LNG의 확보는 에너지전환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직수입사업자가 도입한 천연가스도 도시가스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공정경쟁 및 가스산업 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얼마 전 LNG직도입협회가 출범했다. 기존 LNG직수입사업자가 모여 국내 LNG도매시장의 변화와 권익보호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협회 출범을 어떻게 보는지?

-직수입사업자의 수 및 도입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가 출범한 것은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상 창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교섭력을 확보한 협회 자체가 이익집단화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안정적 공급이라는 공적 책무를 부여받으면서 공정경쟁의 한 주체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유독 도시가스업계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다소 뒤처지고 있는데, 도시가스업계의 미래지향적 사업방향을 제시한다면?

-흔히 도시가스사업을 땅 짚고 헤엄치기라 칭한다. 도시가스 업계는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기에, 탄소중립이나 수소를 남의 일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세계에너지기구는 도시가스 보일러 판매를 2025년부터 중단할 것을 권고하였다. 머지않은 장래에 위기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수소사업, 집단에너지사업, 발전사업 등 타 부문과의 통합 등 다각화가 절실해 보인다.

▲열병합발전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도시가스사업과 집단에너지사업 간의 상생 방안은?

-탄소중립에 가까이 가고 있는 덴마크 및 독일에서는 집단에너지사업이 전기 소비자 및 생산자의 역할을 번갈아 수행하면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즉 미래에는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에 능숙한 사업자만이 생존할 것이다. 취사 연료는 전기로 전환되고, 난방은 전기 보일러 및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반의 LNG 열병합발전에서 생산된 열로 전환된다. 결국 미래에는 도시가스 부문과 집단에너지 부문이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

▲끝으로 내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도 에너지관련 학부가 신설되는 것으로 안다. 간단하게 학과 일정과 특징을 소개한다면?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2050 탄소중립 및 에너지신산업의 성장동력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미래에너지융합학과를 신설하여 2022학년도 1학기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정책적 소양을 가진 수소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위주의 미래에너지 공학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승훈 교수

학력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공학사, 공학석사(자원경제학)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과정경제학 박사(자원경제학)

교내 활동  
         융합과학대학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융합과학대학원 에너지환경융합학과 전공주임교수
         창의융합대학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개설책임교수
         에너지융합연구센터 연구소장

주요 외부활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 규칙개정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전환부문탄소중립 TF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 개편 선도시장위원회 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지역냉난방열요금확인업무운영위원회 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총괄원가검증위원회 위원장
한국중부발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한국서부발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한국도시가스협회 미래비전위원회 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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