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LNG는 전체 LNG거래량의 1퍼센트 전후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진은 쿠웨이트 알주르 LNG 생산기지의 시운전선 입항 모습(특정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탄소중립 LNG는 전체 LNG거래량의 1퍼센트 전후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진은 쿠웨이트 알주르 LNG 생산기지의 시운전선 입항 모습(특정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지난 9월 말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이며 국내외 에너지관련 주가들이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에너지 쇼크가 나타나며 에너지전문가들은 천연가스는 물론 유가도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나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유럽 천연가스 재고수준은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가스소비량이 늘어나는 동절기를 앞두고 더욱 가격상승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천연가스 관련 기업의 주가도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에너지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 등 실제로 ‘그린플레이션’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자원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 전문가는 “각종 탄소배출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하고 석탄에서 가스로 전환수요가 커지는 등 탈탄소화가 거세질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중립 맞추려면 유가스전 신규개발 불가

지난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넷제로)를 선언한데 이어 세계 2위인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파리협정 재가입과 2050년 넷제로를 추진하는 등 2021년 4월 기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44개국이 금세기 중반까지 넷제로를 공약했다.

이들 국가들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약들은 감축범위나 부문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세부정책 및 이행방안들이 구체화되지 않아 성공적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파리협정에서 요구하는 탄소중립 경로에 도달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는 해석이다.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한원희 책임연구원은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는 물론 에너지 시스템의 일대변혁이 요구되며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에너지전환 흐름은 이런 전 지구적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탄소중립 달성은 청정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원희 책임연구원은 “그 동안 세계 1차 에너지믹스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화석연료 비중이 80%를 차지해 왔는데 이러한 에너지공급 시스템의 대전환없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 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세계 경제가 40% 정도 성장하고 전 지구적인 지속가능한 에너지보급이 가능해지더라도 단기적으로 현재보다 40%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해야 하며 1차 에너지공급을 7% 정도 감축해야 한다.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석탄수요가 90%, 석유는 75%, 천연가스는 55% 정도 각각 감축돼야 하며 이런 급격한 화석연료 수요감소는 이미 승인된 유가스전 및 탄광 이외의 신규개발을 필요 없게 한다. 반면 태양광 및 풍력은 2030년 최대 발전원으로 성장해 2050년에는 세계 발전량의 70%를 담당해야 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다양한 불확실성이 내재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은 에너지 또는 비에너지 부문의 배출감축 기술의 발전 이외에도 기술적 타당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수용성,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지속적인 경제성장 등의 다양한 목표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된다.

다양한 불확실성으로 탄소중립 첩첩산중

한편 천연가스는 태생이 화석연료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화석연료 대비 친환경적임을 필두로 가교연료로써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주요 기관들이 천연가스 수요의 정점 도달시기를 2030년대 중반으로 앞당기거나 극단적으로는 일부 국가에서 천연가스를 뛰어넘어 곧바로 재생에너지, 전기화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이슬비 연구원은 “탈탄소 패러다임 속에서 천연가스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LNG와 메탄배출 관련 로드맵 등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 발전 및 수송부분에서 석유 또는 석탄의 대체수요 확보, 수소와 CCS 등 탄소저감 기술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LNG는 카본 뉴트럴 LNG(Carbon Neutral LNG), 그린 LNG(Green LNG), 카본 제로 LNG(Carbon Zero LNG)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으며 LNG밸류체인 상에서 발생한 탄소를 직접 저감하거나 탄소 크레딧을 통해 상쇄한 LNG를 의미한다.

이슬비 연구원은 “LNG 1카고의 전체 탄소배출량과 밸류체인별 배출량은 LNG공급 프로젝트, 거리 등의 변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전체 배출량의 67~79%가 최종소비 부분에서 발생하고 상류부분 7~19%, 액화 8~10%, 수송 3~4%, 기화 3~5%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개념은 2019년 6월 셸이 도쿄가스, GS에너지에 탄소중립 LNG를 공급하면서 도입되었고 올해 6월까지 총 14카고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LNG 거래량의 극히 일부(2020년 기준 전체 LNG거래량 5550카고의 1%)로 주로 동북아시아에서 현물형태로 도입되고 있으며 에너지전환 가속화에 따른 탄소배출 저감의 중요도로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유럽에도 도입되고 거래 또한 증가하는 추세”라고 이슬비 연구원은 설명했다.

LNG판매자들은 지난해 주요 고객인 아시아 국가의 탄소중립 선언에 대응해 탄소배출량 산정, 정보제공, 감축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 예로 미국의 Cheniere는 직접 개발한 모델을 활용해 산정한 LNG카고의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LNG 구매자들에게 2022년부터 제공할 예정이며 카타르 QP 트레이딩 역시 싱가포르 파빌리온 에너지와 LNG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배출량 보고와 탄소배출 산정 방법론 개발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탄소중립 LNG 프리미엄 1~4% 추정

현재까지 거래된 탄수중립 LNG의 도입가격과 프리미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물 LNG가격에 탄소프리미엄이 추가되어 거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탄소 프리미엄이 LNG도입가격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이는 LNG 구매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거래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탄소중립 LNG가 현물로 거래되었기 때문에 프리미엄 비중은 다르며 여러 조건을 가정해 프리미엄의 비중을 산출하면 1~4%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탄소 프리미엄 규모 뿐만 아니라 이를 누가 어느 정도 부담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이며 이는 전략적 선택이자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힘겨루기 결과로 기업은 전 과정을 부담하기보다 자신이 책임져야하는 범위와 정교하게 모니터할 수 있는 범위를 부담하고자 할 것이라는 것.

앞으로 탄소중립 LNG거래가 활성화된다면 판매자와 구매자는 프리미엄과 부담비중에 관해 공평성은 물론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비 연구원은 “탄소중립 LNG 거래 활성화는 프리미엄을 포함한 도입비용과 규제에 달려 있으나 현재로선 정착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의 LNG 구매자들은 탄소중립 LNG는 도입시 최우선 순위가 아니며 프리미엄을 포함한 도입비용을 감수할 구매자는 아직 소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19 충격으로 유럽, 아시아 등 지역의 천연가스 수요가 회복 중인 상황에서 탄소 프리미엄까지 지불하기란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포함한 도입비용을 감내할 기업들이 증가할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해석도 대두된다.

최근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은 탄소중립 LNG 도입을 통해 정부정책을 준수하고 탈탄소를 준비하고 있음을 강조할 수 있으며 시장 선도자로서의 친환경 이미지를 홍보하는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한계점이 존재하는 현재로서는 친환경 이미지의 홍보효과가 가장 큰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그 외에도 탄소중립 LNG가 활성화되는 미래에 대비해 도입실적을 축적하고 국내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차원 또는 저렴한 현물 LNG가격이나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프리미엄 최소화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 등은 탄소중립 LNG성장을 가속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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