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산업육성을 위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덩어리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면서 지역 특색에 맞는 신기술,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발효된 지역특구법에 따라 같은 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첫 시행한 규제자유특구 제도다. 비수도권 지역 14곳을 대상으로 새로운 규제패러다임을 적용해 신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친환경을 핵심가치로 삼아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세계흐름에 맞춰 수소에너지 생태계도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육성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역기업이 연계해 사업을 이끌어 가는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울산 ▲강원 ▲충남 ▲충북 등 4개 지역이 수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에너지인 수소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도 규제에 막혀 사업화 단계로 잇지 못하던 제도적 한계를 넘어 국내 기업이 새로운 시장진입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제조업에 기반한 국내 산업생태계를 신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세재‧재정 지원을 강화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각 지자체도 신성장동력원을 확보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수소생태계 조성에 나선 4개 지자체의 규제자유특구 사업과 더불어 지역별 규제특례, 기대효과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규제자유특구와 규제샌드박스

규제자유특구는 국가균형발전, 지역혁신성장, 기업 신사업 촉진 등을 위해 규제 없는 특정구역을 한시적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연구‧투자 방안을 담은 특구계획에 근거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정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지사가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지역혁신성장사업 또는 지역전략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해 중기부에 신청할 수 있다. 기업은 시‧도지사에게 사업을 제안하거나 시‧도지사가 수립한 계획에 참여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수도권에 있어도 다른 지역의 특구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규제자유특구는 지난 2019년 4월 발효된 지역특구법에 근거하고 있다. 2019년 7월 1차 지정에 이어 ▲2차(2019년 11월) ▲3차(2020년 7월) ▲4차(2020년 11월) ▲5차(2021년 7월)가 지정됐다. 수소산업에는 ▲울산(수소그린모빌리티) ▲강원(액화수소산업) ▲충남(수소에너지 전환) ▲충북(그린수소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규제자유특구는 메뉴판식 규제특례와 규제샌드박스를 적용받고 있다. 재정‧세재지원도 받을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환경, 개인정보보호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기술, 신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다. 관련 인프라도 구축하기 때문에 향후 기업의 시장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메뉴판식 규제특례는 식당의 주문메뉴처럼 기존 법령 내 201개의 규제를 유예 또는 면제하는 제도다.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는 모래놀이터인 샌드박스(Sandbox)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업자가 신기술‧신사업 분야에서 신제품,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다. 기업이 신기술, 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실험의 장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현재 특구에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행위의 인허가기준을 제정할 때까지 기존의 유사한 인허가기준을 활용해 잠정적으로 허용해주는 제도라 볼 수 있다. 인허가 제정 전까지의 공백기간은 줄이면서 연구‧시험 성과는 앞당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구 신설을 통해 사업참여자는 양질의 투자뿐 아니라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중기부는 4~5년에 이르는 특구 기간 내 총 매출 4만5700억원, 고용유발 1만1205명, 849개사의 기업유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구사업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중소기업연구원이 전담하고 있다. 지역 테크노파크(TP)와 기업, 대학, 연구소 등도 참여하고 있다.

사업예산은 2019년 328억원, 2020년 1598억원, 2021년 1701억원을 편성하면서 지속 늘리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규제자유특구는 5차례에 걸쳐 총 28개가 지정, 128개의 규제특례를 허용하고 있다.

 

울산  - 국내 유일 수소공급배관망도 인프라에 활용

울산시는 수소전기차에 국한되던 수소에너지 활용처를 무인운반차, 지게차, 소형선박까지 확대하고 있다. 550L 대용량 수소튜브트레일러도 실증하면서 수소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울산테크노일반산업단지(울산테크노산단) 등 16개 지역 154만6796㎡에 이르는 구간에서 실증하고 있다.

2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은 울산시는 ▲수소연료전지 실내 물류운반기계 상용화 ▲수소연료전지 선박 상용화 ▲고효율 수소 공급시스템 확충 등 3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규제는 7건이며, 6개의 실증특례와 메뉴판식 규제특례 1개를 적용받고 있다.

현행법상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실내물류운반기계는 산업용 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안전기준이 없다. 내압용기와 연료전지파워팩을 탑재하고 있지만 안전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일반 차량과 달리 수소 충전할 곳도 없다.

울산시는 수소연료전지를 넣은 지게차와 무인운반차를 실증하면서 안전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스마트공장과 연계한 실내물류운반기계를 개발하고, 이동식 수소충전소도 구축하면서 친환경 수소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70MPa의 복합용기를 탑재하고 있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하면서 안전‧법적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수소공급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450L를 초과하는 복합용기(약 550L)도 국산화하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운행하면서 수소공급시스템의 효율성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수소공급배관망도 확충하는 한편 선박용 수소충전소의 안전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울산테크노산단에는 연구실증용 수소배관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설치되어 있다. 석유화학단지 이외 지역까지 확장한 수소배관으로 일반산단, 상업‧주거시설 등에 이어지고 있다.

IMO(국제해사기구)의 기준을 준수하는 소형 수소선박과 선박용 수소충전소를 실증하면서 안전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강원 - 걸음마 단계 액화수소 기술 경제성 확보

해외에서도 시작단계인 액화수소 밸류체인사업을 강원도가 국내 최초로 실증하고 있다. 액화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전주기 생태계 구축과 더불어 선박, 드론 등 모빌리티 적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강릉, 동해, 삼척, 평창 일원 25만1045㎡ 부지에서 액화수소 대량이송을 통한 경제성 확보를 꾀하고 있다. 액화수소 저장용기 등의 제작‧표준안도 마련하고 있다.

3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은 강원도는 ▲액화수소 생산‧저장 제품 상용화 ▲액화수소 충전소 상용화 ▲수소 모빌리티 상용화 등 3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7건의 관련 규제에 실증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3대 부생수소 생산지역인 울산(온산), 전남(여수), 충남(대산) 이외에 강원이 대규모 수소공급 거점으로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정부의 수소클러스터 육성정책과 연계해 강원은 고부가가치 액화수소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액화수소 배관, 밸브 등 생산설비와 저장용기, 운송 등의 과정도 실증하고 있다.

현행 고압안전관리법은 고압가스 일반제조설비에 액화수소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액화수소 배관, 밸브 등에 관한 규정이 없는 셈이다.

초저온 가스 용기제조의 시설‧기술‧검사기준도 저장용기의 재질을 오스테나이트강, 알루미늄합금강으로 한정하고 있다. 액화수소용기의 안전기준도 없는 것이다.

액화수소는 –253℃에 이르기 때문에 기존 초저온용기(-50℃)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탱크로리에 대한 안전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액화수소 생산설비, 용기, 저장탱크, 운송 등에 대한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강원은 액화수소상용화와 더불어 충전소도 구축하면서 수소활용처를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현재 기체수소충전소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검사가 이뤄지지만 액화수소충전소에 대한 기준은 미비한 상황이다. 이동형 액화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실증하면서 안전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선박과 액화수소드론도 실증하고 있다. 선박안전법과 가스추진선박기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하면서다. 재난,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 수소드론을 활용하는 토대를 마련해 신성장동력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충남 - 연료전지 복합배기 허용해 비용부담 완화

 지난해 8월부터 오는 2024년 7월까지 충남도는 수소에너지에 기반한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천안, 보령, 논산, 당진, 공주, 홍성, 태안 등 7개 시‧군 73.32㎢ 구간에서 수소연료전지와 수소모빌리티 관련 실증사업을 하고 있다.

3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은 충남도는 ▲가정‧건물용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 ▲수소충전시스템 ▲수소드론 장거리 비행 등 3개 사업을 실증 중이다. 6개의 규제에 실증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추출수소 대신 직접 수소를 공급하는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하고, 수소충전소 유량검증을 통해 경제성을 도모하고 있다. 해안순찰과 장거리 물품수행에 수소드론을 투입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고압가스법으로 인한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연료전지 복합배기 시스템 ▲연료전지 계통전환 시스템 ▲직접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소충전소 부품‧설비‧검사장치 ▲이동식 기체‧액화 수소용기 충전소 ▲해안선 감시와 도서지역 긴급물품 배송을 위한 수소드론 운행 등을 실증하고 있다.

가정‧건물용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확산을 위해 복합배기를 허용하고 있다. 개별배기로 인한 설치면적과 비용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비상전원으로 연료전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연료전지 계통전환도 추진 중이다.

계통연계형과 독립형 연료전지만 허용하는 현행 규제로 인해 정전 시 연료전지를 가동중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 규정이 없는 직접 수소 연료전지시스템도 장기간 실증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드론용 액화수소 복합재료 용기의 성능시험과 안전검사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LNG, LPG와 달리 초저온 단열성능과 내압성능 확보를 위해 특수 저장용기가 필요하지만 현행 초저온 가스용기 기준에는 액화수소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드론보다 충전시간은 짧으면서 비행시간은 긴 수소연료전지 드론에 액화수소를 적용하기 위한 실증도 추진하고 있다. 물품배송과 해안감시 등에 필요한 장거리 운행용 드론의 동력원으로서 액화수소연료전지파워팩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수소전기차만 충전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검사장비도 측정하는 실증을 통해 수소 입‧출고량 비교검증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동형 수소충전시스템과 액화수소충전시스템 관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 3대 부생수소 생산지로서의 인프라와 LNG인수기지 등을 기반으로 생활 속 수소에너지원 사용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충북 - 바이오가스 직공급 허용, 그린수소 경쟁력 강화

올해 8월부터 오는 2025년 7월까지 충북도는 국내 최초로 바이오가스와 암모니아에서 그린수소를 추출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충주, 청주, 제천, 보은 일원 34만5895.5㎡ 구간에서 실증하고 있다.

올해 7월 5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충북도는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생산‧활용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활용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3건의 규제에 실증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도시가스사업법으로 인해 제약을 받던 바이오가스 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이산화탄소(CO₂) 포집시스템 사업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바이오가스를 직접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그린수소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이용 증대를 꾀하고 있다.

또한 암모니아(NH₃)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력도 확보하면서 KGS code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음식물과 하수 등 생활폐기물로 만든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전기, 열, 수소를 생산하는 삼중발전시스템을 꾀하고 있다. 그린수소 전주기 성능평가와 비즈니스 표준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설비안전 기준 부재로 인해 사업추진을 할 수 없던 암모니아에 관한 실증도 세계 최초로 허용하고 있다. 하루 500㎏의 수소를 생산하는 암모니아 기반 추출수소 상용화 실증과제다. 수소추출기 국산화와 원천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충북에는 수소안전전담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있기 때문에 수소경제활성화를 통한 산업유치도 적극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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