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사회를 맞아 수소안전 기술표준을 연구하는 조직이 있다. 지난 2009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취화조설비를 갖춘 수소안전연구동도 건립하면서 소재에 관한 측정기술 개발에 힘쏟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측정표준을 만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다. 수소용 소재의 고온 물성 측정기술 등을 개발해 민간보급에 앞장서는 정부출연기관이다.

수소 안전에 관한 과학실험을 위해 출범한 수소안전연구 전담조직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수소에너지소재연구팀의 독자설계로 지어진 수소취화설비뿐 아니라 수소재료측정스테이션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등록하기 위한 연구와 함께 수소안전 시험평가 데이터에 기반한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가정용 난방보일러 개념의 수소연료전지를 시작으로 수소파이프라인 소재, 수소누출 모니터링 센서 등 수소에너지의 안전확보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제15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에 취임한 박현민 원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수소경제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새롭게 구성한 조직과 그 역할은

- 에너지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와 수소품질 등의 측정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가스분석표준분야 선도기관으로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표준체계 확립에 나서고 있다. 온실가스표준팀과 열유체표준그룹을 구성해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온실가스표준팀은 산업공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표준을 연구하고 있다. 대기 중 가스의 종류와 양을 분광학적 방법으로 정확히 분석하고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수소연료품질 측정표준도 연구하고 있다. 산하에 수소에너지소재연구팀을 구성해 수소에너지를 민간에 안전하게 보급하는 초석을 다지고 있다. 열유체표준그룹은 지구의 온난화 정도를 분석하고 있다. 온도, 습도와 같은 기후인자 측정을 통해서다. 또 공장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유량측정 연구도 하고 있다.

이밖에 LNG(액화천연가스)의 극저온 열유량 측정표준 핵심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과도기형 에너지로 불리는 LNG의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수소에너지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 수소에너지소재연구팀은 지난 40여년 동안 기계적 물성측정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해 왔다. 국내 최고 수준의 측정표준을 개발하는 성과도 올리고 있다.

지난 2009년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반해 국내에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대형연구는 연료전지와 수소생산 분야가 전부였다. 수소재료에 대한 연구는 전무했던 것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외국의 수소안전기준을 국내에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전담 연구개발팀은 없었다.

재료의 역학물성을 연구하던 당시 신재생에너지측정센터는 수소취화로 인해 재료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여러 문헌을 조사하면서 고압 수소의 안전 연구를 선행해 온 미국, 일본 등의 연구기관을 직접 찾아갔다. 선진국의 연구동과 시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정밀 측정을 위한 우리만의 콘셉트를 설계했다. 10여 명의 연구진이 추진해 온 결과물은 지난 2009년 탄생했다.

국내 최초로 초고압 수소재료의 물성 측정을 위한 수소안전연구동을 건립한 것이다.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에 쓰이는 설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정부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국제표준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더한다.

수소에너지소재연구팀의 성과는

- 수소인프라를 포함한 시설안전, 원전폐기물, 온실가스 등 환경 관련 측정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가 양산하는 수소전기차용 소재의 국제표준 부합여부 실험을 통해 성능을 평가한 바 있다. 수소충전소용 초고압 금속 저장 용기의 사용승인을 위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용기의 성능검증시험도 하고 있다.

현재 안전측정연구소에서는 가스, 유량, 재료 분야 표준확립을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수소연료전지의 경우 수소 내 불순물이 품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료전지 품질저하와 수명단축을 유발하는 것이다.

불순물 분석을 통한 수소 순도분석 능력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가스분석표준그룹이 수소 내 불순물 측정에 필요한 측정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세에 맞춰 수소충전량 측정표준도 개발하고 있다. 운전자들이 수소충전량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표과연은 지난해 수소유량 현장교정시스템을 개발했다. 유체‧유동 분야 측정표준기술을 토대로 수소충전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아울러 수소전기차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법규인 UN GTR13(Global technical regulation on hydrogen and fuel cell vehicles)도 개발하고 있다. 법규에는 수소재료 선정방법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수소에너지소재연구팀은 한국을 대표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수소유량 현장교정시스템은 무엇인지

- 수소충전기에서 정량의 수소를 충전하도록 유량계를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지불한 금액의 정확도를 파악하기 위한 기술이다.

현재 수소충전기는 내부 유량계를 통해 기체수소의 질량값을 계산하고 있다. 유량계의 계량값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셈이다. 하지만 수소는 석유 등과 달리 70MPa에 이르는 고압가스이자 영하 40℃에 이르는 가혹조건에 있기 때문에 유량측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강웅 책임연구원팀은 수소유량계를 검증하는 현장교정시스템을 선보였다. 저장용기의 고압‧저온조건에 따라 기체수소를 충전하고, 질량을 정밀저울로 측정하는 기술이다. 국가측정표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밀저울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수소충전기뿐 아니라 개별 유량계도 평가할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민간기업인 피디케이에 기술을 이전하는 성과도 올렸다. 수소유량 현장교정시스템을 수소충전소에 보급하기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지난 2018년 OIML(국제법정계량기구)는 수소유량계 관련 국제규격을 제정한 바 있다.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수소충전 유량계를 평가하는 기술과 기준이 미비한 상황이다.

수소충전소에서는 수소전기차만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소유량 현장교정시스템의 현장적용도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조만간 수소충전소의 안전‧성능 및 계량성능 평가장치 운용에 관한 특례기준이 산업통상자원부 고시로 제정될 예정이다. 국내 수소충전소에서 국제규격에 따른 평가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럽의 표준기관들과 수소차 측정 관련 공동연구과제(Metrology for Hydrogen Vehicle)를 하면서 수소유량 표준체계도 확립해 가고 있다. 국내 수소전기차 충전에 관한 법정계량제도도 국가기술표준원과 추진할 예정이다.

수소충전설비에 관한 표준‧인증 품목은

- 현재 수소충전소에 적용되는 압축기, 충전기, 밸브, 피팅류 등의 세부 요소별 표준화 작업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 인증기준도 마련되면서 밸브 등 주요 부품 중에는 국산제품도 인증을 받아 수소충전소에 보급되고 있다. 향후 수소유량계와 이동식 수소충전장치 등 수소충전 핵심설비에 관한 국제표준 확립에도 참여하고자 준비 중이다.

고압수소용 금속‧폴리머 소재의 측정표준은 무엇인지

- 모든 기체연료는 폭발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기체수소는 사용압력이 높고, 분자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일부 금속재료는 사용환경과 조건에 따라 취화라는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또 폴리머 소재는 수소가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이에 수소에너지소재연구팀은 소재 손상 방지와 사고예측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사용적합성 시험을 통해 안전성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일부 고가의 소재만 수소사용 적합성 평가를 통과했다. 저가 소재 개발과 설계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고압수소 환경 하에서 금속소재에 관한 저속변형율인장물성측정, 피로균열성장률측정, 파괴인성측정 등을 연구하고 있다.

폴리머 소재는 오염도, 등압 수소투과도, 진공을 이용한 차압 수소투과도, 고압 수소투과도, 인장물성, 경도물성, 마모손상, 물리적변화, 오링(O-ring) 수소투과도 등을 측정하고 있다. 모든 측정연구는 모두 고압수소에 사용할 소재를 선정하기 위한 새로운 표준분야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