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큰 골칫거리가 천연가스의 미래이다. 거대한 시대 흐름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천연가스 산업을 바로 퇴출해야 할 여건이 갑자기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그 매몰 비용이 매우 클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 천연가스없이 원활한 에너지체계 구성이 힘들다.

이런 점은 필자가 본 기고란을 통해 이미 주장한 우리 천연가스 산업 위기 도래 가능성과 일맥상통한다. 당연히 필자의 주장은 많은 논란을 야기하였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미래 청정에너지시대로의 이행과정에서 천연가스의 ‘Bridge(架橋)’ 에너지 역할이 부정되기 시작하였다.

모든 가치 기준을 환경에 맞추고, 나머지 가치들은 이에 맞추어 수정·보완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단기에서 장기로의 가치체계변화의 순조로운 이행과정이 파탄에 이른 것 같다.

이에 인류문명의 기반이고 민생복지의 근원인 에너지의 시장가치는 일반 시장재화와 달리 급변이 드물다는 통념이 깨지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그야말로 내가 먹을 마음은 없고 남에게 주기는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닭의 갈비뼈라는 ‘계륵(鷄肋)’과 같은 형세이다.

여기서 천연가스의 역할 쇠퇴의 추이와 그 원인을 좀 더 알아보자. 우선 올해 5월부터 지금까지 석유·가스·석탄이라는 속칭 화석연료가격은 거의 두 배로 올랐다. 특히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 1년 간 최대 5배 쯤 올랐다.

미국 휘발유가격도 40% 가까이 올랐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정전사태가 만연하고 있다. 신재생 천국이라던 영국에서는 정전 위험에 따라 가동 중지시킨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있다. 이러니 러시아는 유럽의 이번 겨울 에너지문제는 러시아의 호의적 배려에 의해서만 해결된다고 ‘푸틴’ 대통령이 공언이 가능한 것이다.

가스공급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 에너지안보의 허점이다. 이에 따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자력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우려가 커지자 에너지 주권확보를 위해 원전이 더욱 부상한다.

이러한 유럽, 미국, 중국 등의 에너지 위기는 현대문명사회는 충분한 에너지공급에 기반하고 있다는 인류문명사적 진실을 망각한 결과이다. 망각의 대가는 비싼 에너지비용이며, 그 비용감당이 안 될 경우는 국가쇠퇴만이 있을 것이다. 이에 학계는 청정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신재생 부문 투자, 그리고 화석연료부문에서의 지정학적 위험방치 등이 현행 에너지사태의 근본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현재 세계석유비축은 정상 수준의 94%, 유럽 가스비축량도 적정량의 86%, 그리고 중국과 인도의 석탄비축량은 적정수준의 50% 이하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석탄발전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스발전 증대가 필요하지만 단기-대량 천연가스 수입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석유발전 증가에 의존하고 있다. 가스발전을 대신하는 석유수요 증가량은 세계 전체로는 200만 배럴/일 수준인 것으로 추계된다.

천연가스는 석탄, 석유와 함께 미래 탄소중립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퇴출·역할축소가 당연하다. 그런데 천연가스를 석탄, 석유와 지금 동시 퇴출한다면 경제위기 등 더 큰 문제들이 유발된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에너지전환시대에서는 ‘Bridge’ 에너지= 천연가스라는 논리가 가장 안정적이고 비용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스는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 여건에 처해있나? 필자는 여기서 감히 우리나라 단-중기 긴급대책으로 천연가스 역할 연장을 추천한다. 이에 대한 냉철한 검토를 기대한다. 남들이 시장에 간다고 거름 지고 따라갈 수는 없다.

그 시장이 거품일 경우 과감히 뒤돌아서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도 중요하나 과잉 왜곡 환경투자로 인한 국가경쟁력과 민생복지 파괴도 걱정해야 한다. 적절한 국가차원 결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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