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경제를 넘어 수소경제로의 도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수소는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수소 수요량은 연간 2700만톤에 이른다.

수소는 과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요 모델이었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일 때 성취한 성공의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소의 생산, 유통, 활용 등 수소경제의 전 밸류체인에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선제적 참여와 협업이 요구된다.

수소경제에서 수소 운송의 핵심은 배관에 의한 공급으로 귀결될 것이다. 수소 수요가 수백만 톤까지는 튜브트레일러방식이 가능하겠지만 수천만 톤 시대에는 반드시 수소 배관망이 필수적이다. 이에 EU도 영국 등 21개 국가가 참여하는 「유럽 수소배관망 구축 로드맵(2040 European Hydrogen Backbone)」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업은 2040년을 목표로 39,650km의 천연가스 배관망을 수소배관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국내 도시가스사업은 지난 40년간 탄소경제의 핵심 인프라 구축과 네트워크의 안전 운영에 진력했다. 5만㎞에 이르는 배관망은 건물용, 산업용, 상업용, 수송용에 이르기까지 국민 생활의 모든 분야를 윤택하게 하였다. 전국 34개 도시가스사는 한국가스공사의 환상배관망(약 4800㎞)보다 10배가 넘는 도시가스 주배관망 5만㎞ 이상을 4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관리 및 운영해 왔다. 이 분야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오랜 기술력과 풍부한 현장 안전관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 운송에 특화된 능력과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여 정부의 수소경제정책 조기 정착에 기여코자 한다. 이에 천연가스의 수소경제 트랜스포메이션에 필요한 과제를 살펴보고 이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수소 사용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수소혼입 실증사업과 안전성 평가를 위한 국가 R&D 과제가 필요하다.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국가 R&D 과제의 결과에 따라 수소 혼입비율의 증가 등 확대방안을 강구함으로써 기존 천연가스 네트워크 활용을 촉진시킬 것이다.

둘째, 장기사용 가스배관에 대한 수소겸용배관의 투자 촉진과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수소경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소경제로 가기 위한 천연가스의 가교적 역할(Bridge fuel)은 일정 부문 필요하므로, 장기사용배관 교체시에는 수소겸용배관으로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요금구조나 부담 수준에서는 수소배관 건설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공급지역 공급확대에 절대적 기여를 한 투자보수가산제를 활용하면 투자비 부담을 경감시키고 빠른 시일 내에 수소배관 구축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과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수소인프라 구축을 앞당길 수 있는 체계적 장기로드맵 연구이다. 영국 정부는 2032년 천연가스 네트워크의 100% 수소 전환을 목적으로, 수소생산-수송-저장-CCS-활용 전 단계에 기존 천연가스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H1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전력가스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이 예산관리 등 총괄기관으로 참여하여 수소전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에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수소경제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던 수소경제로의 항해를 시작했다. 빠르고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수소혼입실증과 R&D, 수소겸용배관의 조기 건설 및 체계적 장기로드맵 연구가 삼위일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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