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기공이 충북 청주의 한 고압가스메이커에 납품한 초대형 저장탱크.
대림기공이 충북 청주의 한 고압가스메이커에 납품한 초대형 저장탱크.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정부 주도로 펼쳐지는 수소경제가 초저온저장탱크시장에 훈풍을 넣어줄 수 있을까. 최근 액체수소가 저장 및 운송의 편리성과 함께 부각되면서 몇몇 초저온저장탱크업체들이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에너지비용까지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액화암모니아의 활용에 대한 것도 관심을 끌고 있어 국내 초저온시장의 확대 등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올해도 국내 초저온저장탱크업체들의 수주량은 다소 주춤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산업용가스 사용량이 급감해 저장탱크와 같은 시설 투자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물류 대란의 영향으로 철판, 스테인리스, 카본 등 초저온저장탱크를 제조하기 위한 원부자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도 엄청난 악재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등 매년 오르는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채산성이 떨어져 체질이 허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몇몇 초저온탱크업체들은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품질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림기공이 탱크로리 제작을 본격적으로 선언하면서 단열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창원공장에 슈퍼 인슐레이션 MLI(Multi Layer Insulation) 클린룸을 갖췄다.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큰 관심

또 다른 저장탱크업체들은 최근 떠오르는 액체수소저장탱크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는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신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넓혀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인데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재생에너지나 그린수소로 진전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하는 화물차는 아직 경유엔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오염물질 배출로 심각한 대기오염을 불러일으키는 경유화물차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아직 정부의 정책 의지가 약한 것을 가장 많이 꼽는다.

국토부가 한때 LNG화물차 및 버스의 보급 확대를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하게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에너지업계에서는 오일머니가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다행히 최근 환경부가 재차 LNG화물차의 보급 확대에 나서 시범사업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LNG화물차 보급 확대의 지연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초저온기술 및 시장도 성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수소경제와 함께 성장이 예상되는 액화수소, 액화암모니아 등의 산업이 초저온시장에도 시너지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액체수소분야의 연구개발에 앞서는 초저온저장탱크업체는 크리오스, MS이엔지, 부영CST 등이 있으며 이 기업들은 지자체 및 대기업들이 수행하는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초저온저장탱크 및 초저온밸브를 제조하는 MS이엔지도 수소디스펜서 와 같은 수소충전설비 납품실적이 풍부해 향후 액체수소와 관련한 분야의 진출도 매우 용이할 것으로 분석된다.

MS이엔지가 제조한 고망간 LNG저장탱크.
MS이엔지가 제조한 고망간 LNG저장탱크.

원자재가격 이어 인건비 너무 올라

코로나19로 인한 해운물류로 촉발된 철판, 스테인리스, 카본, 황동 등 초저온저장탱크와 관련한 원부자재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최근 원자재 중 일부 원부자재의 가격이 조금 내리기도 했으나 지난해 초에 비해 평균 50~60% 오른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저장탱크 및 탱크로리 납품가는 10% 밖에 올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초저온탱크제조업체들은 올해도 원부자재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 저장탱크 납품가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부산지역 초저온탱크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 원자재가격이 너무 올라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저장탱크 견적서를 작성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할지 매우 힘들다”면서 “언제 얼마나 또 오를지 몰라 견적유효기간을 명시해 견적서를 제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초저온탱크업체들의 인건비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저장탱크를 사업장 내에서 제조하는 경우는 직원들이 작업하므로 인상 폭이 크지 않으나 초대형 저장탱크처럼 현장에서 제작할 때는 건설노조, 금속노조 등에 가입한 현지의 근로자들을 채용하지 않을 수 없어 인건비 비중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노조에 가입한 현지 근로자들을 채용해 용접작업을 할 경우 용접사 1명에 환기감시자, 신호수, 안전관리자 등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입찰을 통해 저장탱크를 제작할 때는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과당경쟁은 자제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이처럼 원자재가격, 인건비 등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한 만큼 앞으로 입찰에 참여할 때는 손실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적정한 가격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오스가 제작, 운행을 시작하는 암모니아탱크컨테이너
크리오스가 제작, 운행을 시작하는 암모니아탱크컨테이너

코로나19 영향, 수출도 주춤할 듯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활기를 띠었던 초저온저장탱크 등의 수출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의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분야에서 발주하는 중대형 이상의 저장탱크의 수요가 늘어 수출 감소세를 상쇄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초저온저장탱크업체들은 산소, 질소, 탄산 등 고압가스의 저장능력이 10톤 내외인 스탠더드 저장탱크 제작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정부의 친환경에너지정책에 따라 연구개발 및 실증용 액체수소저장탱크 등의 발주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스크러버, 초저온저장탱크 등의 제조에 나선 대웅ET(대표 전희충)도 액체수소저장탱크에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액체수소충전소는 기체방식의 충전소보다 수소의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등 저장효율이 높아 대용량 수소충전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작은 부지에도 설치할 수 있어 도심 내 주유소처럼 운영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꼽힌다. 향후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의 확대는 초저온저장탱크업체들로서는 큰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대림기공, 크리오스, MS이엔지, 대웅CT, 부영CST, 대웅ET, 금성화학기계공업 등 국내 7개 초저온저장탱크업체들은 다양한 규모의 저장탱크를 생산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너무 길게 이어져 초저온저장탱크 신규수요가 감소하면서 탱크제조업체들의 경영실적도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나 탄소중립 2050, 수소경제 등은 초저온저장탱크시장에서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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