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도입한 셀프 LPG충전소에서 고객이 스스로 가스를 충전하고 있다.
시범 도입한 셀프 LPG충전소에서 고객이 스스로 가스를 충전하고 있다.

[가스신문 = 김재형 기자] “LPG자동차의 일반인 구매가 허용된지도 몇 년이 흘렀는데 주유소처럼 셀프 LPG충전이 가능해지면 좋겠습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조금이라도 가격을 인하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LPG자동차 등록대수가 240만 대에서 정점을 찍은 후 현재는 190만 대 수준으로 무려 50만 대 감소했습니다. 반면 일정 기간 LPG충전소 숫자는 계속 늘어났고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부대비용 증가도 겹치면서 LPG자동차 충전소의 경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힘듭니다. 셀프 LPG충전을 통해서 소비자가격도 인하하고 충전소 경영에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지난 2019년부터 LPG자동차 충전소에서도 소비자들이 직접 충전을 가능토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법상 운전자가 직접 LPG를 충전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셀프 LPG충전은 국회 차원에서도 지속 논의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고 LPG셀프충전 허용을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이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 위해 LPG충전소를 활용하려면 휴폐업을 막아야 하고 하나의 방안으로 셀프충전 허용을 요청했다. LPG자동차 충전업계는 물론 택시업계에서도 셀프 충전소 도입을 위한 규제완화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셀프 LPG충전은 셀프 주유와 사용방법이 거의 비슷하다.
셀프 LPG충전은 셀프 주유와 사용방법이 거의 비슷하다.

안전성과 해외 사례

셀프 LPG충전 시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휘발유 주유와 마찬가지로 LPG충전 시 교육이 필요한 정도로 과정이 어렵지 않아 초보자가 충전을 하더라도 위험성이 없는 기술이 확보됐다. 더욱이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비대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6월 규제특례를 통해 ‘셀프 LPG충전’이 서면심의로 승인됐다. 긴급차단장치·정전기제거패드 설치 등 추가 안전확보 조치와 운전자교육 등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이후로 셀프 시범사업은 △목감충전소(시흥) △조치원충전소(세종) △일진충전소(충주) △광장충전소(안성) △수완충전소(광주) 등에서 본격 시작됐다.

디스펜서에서 1차례 동영상을 시청하면 QR코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디스펜서에서 1차례 동영상을 시청하면 QR코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안전확보를 위해 CCTV와 확성기 등이 설치돼 있다.
안전확보를 위해 CCTV와 확성기 등이 설치돼 있다.

해외의 경우 대체적으로 셀프충전을 허용하고 있다. 호주는 2000년대 이후 LPG차가 크게 늘어나면서 셀프충전을 하고 있다. 캐나다와 프랑스, 독일 등도 LPG자동차 증가로 LPG셀프충전이 가능하다. LPG자동차 비율이 37%로 높은 터키의 경우 8500개 LPG충전소가 있는데 셀프충전소도 병행 운영 중이다. 휘발유차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LPG차는 일부이지만 셀프충전을 할 수 있다. 최근 셀프로 전환한 사례를 보면 이탈리아는 2014년 4월 LPG셀프충전 법안을 통과시켜 2016년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다만 충전소에 안전을 위한 CCTV 설치와 LPG·CNG 충전기는 충전 단계를 표시토록 하고 응급 상황 시 대처 방법에 대한 지침도 포함시켰다. 폴란드에서는 2012년도 전까지 LPG셀프충전이 허용되지 않았으나 경제부와 해양경제부는 셀프서비스 운영을 허용하는 것에 합의하면서 2016년부터 셀프충전을 실시하고 있다.


[인터뷰] LPG셀프충전 도입한 청양에너지 일진충전소 심학기 이사

충전소 고객 중 10~20%는 셀프충전

확대되면 가격인하 효과···안전교육 동영상 1차례 시청

“LPG충전소를 방문해 셀프로 충전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다만 충전소 직원들도 아직 기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소비자들도 생소한 셀프 LPG충전인 만큼 충전기 제조사 직원까지 상주하면서 적극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례고시를 통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셀프 LPG충전인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충청북도 충주시 중원대로에 위치한 청양에너지일진충전소를 운영 중인 심학기(45) 이사는 지난달 6일부터 셀프충전기를 도입했다. 정부가 LPG셀프충전 도입을 위해 선정한 시범사업장 중 한 곳이다. 심 이사는 젊은 운전자들은 충전소를 방문해 직접 충전하려는 의지도 내비치지만 어르신들은 아직 불편해하신다고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셀프충전기는 두 가지 모드가 있습니다. 고객이 스스로 충전을 할 수 있고, 상주 직원이 직접 충전을 해 줄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LPG자동차에 충전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 중 10~20%는 셀프충전 방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셀프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주유를 할 경우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특례고시로 운영하는 셀프 LPG충전소를 방문하시면 디스펜서에 있는 모니터에서 한차례 동영상을 시청해야 합니다. 3분여 동안의 영상에서는 화재 시 대응 방법을 비롯해 셀프충전 방법 등이 소개됩니다. 워낙 쉬운 내용이기에 부담 갖지 않아도 됩니다”

간단한 동영상을 통해 안전교육이 끝나면 고객에게 QR코드와 차량 번호가 적힌 카드가 발급된다. 해당 운전자는 다음에 LPG충전소를 방문 시 QR코드만 스캔하면 바로 셀프 LPG충전을 할 수 있다. 심학기 이사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2월부터 고객이 충전소를 방문하면 계속 안내하고 있다. 셀프 LPG충전기는 대당 2200만 원으로 총 2개를 설치했다고 한다.

“LPG충전기는 건타입으로 돼 있어서 누구나 손쉽게 충전을 할 수 있습니다. 여성분들도 혼자서 들 수 있을 만큼 경량화됐죠. 주유하는 방법과 동일하며 가스 충전 후 손잡이의 레버만 한 번 더 눌러주면 됩니다. 충전건을 차량에서 탈착시키기 위한 동작입니다”

특히 셀프충전 시 운전자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화면을 1~2차례 터치해 줘야 한다. 심학기 이사는 LPG셀프충전을 마친 후 가스누출도 거의 없고 차량과 접지가 제대로 안되면 충전이 안 되기 때문에 아주 안전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 달가량 운영해 보니 만족스럽다며 앞으로 셀프 LPG충전이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는 지방의 경우 대다수가 월 100톤 미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이 커 셀프충전을 통해 숨통을 틀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셀프충전을 준비하는 데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제조사에서 적극 도와줘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청양에너지에서도 충전기 제조회사에 가서 제품을 사전에 확인하고 사용방법을 숙지하는 등 적극 공부를 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인지 충전소 방문 고객들도 대면보다는 비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셀프 LPG충전이 잘 정착된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고객이 셀프충전을 하더라도 가격을 할인해 주지 못하고 있다. 시범적으로 도입한 것이기에 충전소도 비용 절감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셀프충전이 확대되면 소비자가격 인하효과는 확실하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청양에너지 일진LPG충전소는 고객에게 뭔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충전소 방문 고객이 구입할 수 있는 차량 용품을 구비하는 등 변화를 줬더니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도 판매량이 다소 늘었습니다. 앞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해 편리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심학기 이사는 1톤 LPG트럭·어린이 통학버스 지원사업처럼 친환경 차량을 보급하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강구되길 희망했다. 실제 1톤 LPG트럭을 몰고 다니는 단골 고객도 늘고 있어 더욱 힘을 내고 있다.

김재형 기자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