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식량, 전기, 반도체는 현대 산업국가의 생명선이다. 전기로 대변되는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은 국가의 책무다. 에너지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률은 한 해 국가 에너지 전소비량의 96%에 이르고, 수입비용이 국가 총수입액의 20~25%를 차지한다. 따라서 우리의 에너지 수급은 국가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는 만큼 우리나라는 국제정치에도 밝아야 하고, COP26의 아젠다와 같은 기후변화 이슈를 무시할 수도 없다.

지금은 에너지 백조(swan)시대다. 탄소기반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려는 각국의 에너지정책을 살펴보면 호수에서 열심히 두 발을 내저으며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와 같다. 신재생에너지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우아한 친환경적 정책을 내세우면서도 실제적으로는 화석연료 기반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묘수를 찾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 에너지 백조시대가 맞다. 이러한 에너지 백조시대에서 가장 먼저 명심해야 할 점은 국제정치에서는 잘한다고 상을 주거나 칭찬하지도 않고 나쁜 짓한다고 벌을 받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국익이 최우선일 뿐이다. 지나치게 다른 나라를 의식하여 우아함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우리가 지닌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지혜를 모으면 그뿐이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나 스트래트퍼(worldview.stratfor.com)에서 예측한 바로는 2022년에는 국제정치무대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가 간 논란이 잦아들고 나라마다 기업에 대한 기후변화 대책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대외적인 우아함에 신경 쓰기보다 국내기업의 친환경적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우아함에 허세가 끼면 언젠가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으니 에너지 백조시대의 우아함을 실제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 원래 신재생에너지는 대체에너지라고 불렸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에너지로 보았기 때문이다. 대체 또는 전환이라 하면 대개 개선 또는 개량을 생각하는데, 생각만큼 대체가 만만하지 않았기에 슬그머니 누군가가 신재생으로 개명했다. 이제 신재생에너지가 과연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지 계량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설비용량을 생산용량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하며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원은 공짜지만 설비의 구축, 운영, 폐기 및 백업설비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에 북해의 바람이 예전 같지 않아 유럽 각국이 화석연료 활용에 법석을 떨었던 일을 거울삼아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원별로 전주기 탄소배출량과 경제성을 평가할 시점이 됐다. 아울러 에너지시스템은 오랫동안 많은 자본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에 의존하므로 전환 일정과 비용의 효율성을 따져 보고 정책적 우아함의 수준을 가늠해 보아야 한다. 한 마디로 신재생에너지는 싼 게 비지떡이기 십상이고, 몸에 맞지 않는 장신구는 돼지 목의 진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수소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날아오르는 동력의 확보다. 수소관련 법안이 아직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아쉽다. 그런데 수소시대 진입의 원동력은 결국 비용이다. 무엇보다도 수소생산단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에 석유산업의 저탄소화를 위한 정책이 제시되고 업계의 새로운 조직이 출범했는데, 궁극적으로 석유가스 산업을 수소산업으로 전환시킨다는 원대한 목표에 도전하기 바란다. 올해에는 팬데믹 종료 이후의 석유가스 수요증가, 우크라이나 사태나 대만 문제 등의 변수와 함께 인플레이션으로 석유가스 가격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나, 석유가스 산업계가 꾸준히 수소산업진입을 추진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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