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천연가스 거래가격이 지난 6일 백만BTU(MMBtu)당 6.3달러 수준을 넘었다. 그리고 내년 2월 인도 선물가격은 모두 6달러 수준을 넘었다. 지난 1개월 간 원유가격이 배럴 당 100달러 내외를 오르내렸으나 천연가스가격은 40% 쯤 지속적 상승하였다. 이는 미국 국내 생산 감소와 유럽에 대한 미국의 LNG수출의 비약적 증대, 그리고 러시아산 천연가스 전면수입(전체 수요의 40% 이상) 금지 가능성 등을 반영한 것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주로 ‘우크라이나’ 경유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된다. 최근 흑해를 경유하여 독일에 공급되는 신설 ‘노르드 스트림’파이프라인의 가동 허가는 중지되었다. 그리고 서방의 러시안 석탄 수입금지가 곧 실현될 것이다. 다만 대체 공급원 확보를 위해 4개월의 유예기간을 주었다. 석유 금수조치 실현 가능성이 차츰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천연가스 수입금지 조치는 유럽 각국의 이해 상충으로 지연되고 있다. 그 필요성과 정당성은 대부분 동의하지만 대체공급방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러시아 가스의 유일한 대체공급원인 미국 LNG의 경우 인수-기화시설이 부족하다. 지금 투자해도 2025년경에나 완성될 것이다. 그때까지 갈수록 유럽 가스시장 여건의 완전 정상화는 힘들 것이다. 사실 서방제재에도 인도, 중국 등에 대한 러시아 단기 가스수출량과 장기계약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그리고 사할린 등 러시아 극동지역 석유제품의 인접국들과의 소규모, 단기거래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 여름철 가스수요가 줄어드는 기간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가능하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미국, 모든 EU회원국, 캐나다, 스위스, 일본, 한국 등이 현실적인 공동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런 범(汎)서방 공동대응전략의 전제조건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아시아지역 LNG시장분석과 예측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LNG의 유럽 수출의 증대 전망에 따라 아시아 관련국들은 시장구조개편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구체적으로 가스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전환대책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최근 들어 탄소중립정책의 연기 경향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UN 등에서 2050년 지구대기온도 1.5℃ 이하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증대하고 있다. 이에 가격에 민감한 아시아 LNG구매자들은 벌써 높은 가격의 현물시장접근을 자제하는 경향을 보이며, 나아가 LNG를 석탄이나 석유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여건을 반영하여 Wall Street Journal 보도에 의하면 올해 1/4분기 아시아의 LNG수입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쯤 줄었다고 한다. 특히 중국, 일본, 인도의 LNG수입은 11%, 14%, 및 25%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는 동 지역 발전사들이 가스발전 대신 석탄발전을 늘리고, 인도의 경우 나프타를 발전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지역 천연가스시장에서는 이런 세계 흐름과 상반된 경향이 확대될 수 있다. 올해 아시아-태평양지역 LNG 수요는 하락추세를 보일 것이다. 특히 중국수요는 잘해야 전년과 비슷하고 최근 코로나 발병증가로 경제침체가 심화하는 경우 하락세가 분명하다. 일본과 한국의 수요 감축은 에너지전환정책 성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아시아-태평양지역 LNG수요 감축은 유럽수요 급증으로 인한 서방자유세계 천연가스시장 공급 경색과 가격 급등, 그리고 향후 2년쯤 ‘공급자 시장(Suppliers’ Market)’전개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 경우 탄소중립, 파리협약목표 달성과 같은 장기 글로벌 공동선(善)이라는 명제는 단기 관심사에서 멀어질 수 있다.

국민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정권 인수를 추진 중인 ‘윤석열 신정부’의 전략적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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