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소에 설치해 허가받은 탱크로리 충전설비.
영남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소에 설치해 허가받은 탱크로리 충전설비.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그동안 일부 고압가스판매소들도 가스사용업체의 저장탱크에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 등의 액화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영업을 한 후 고압가스충전소나 메이커, 또는 운송전문업체에 운송을 맡겨 액화가스를 판매해오기도 했다.

고압가스충전소들 또한 아무런 제약이 없이 자사의 탱크로리를 이용하거나 위탁운송을 통해 액화가스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로부터 차량에 고정된 탱크(탱크로리) 충전허가를 받지 않고 판매한 것이어서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국내 대부분의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소는 그동안 용기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을 뿐 탱크로리 충전허가도 없이 저장탱크가 설치된 가스사용업체에 액화가스를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무허가 판매(허가 외 품목 판매)이기에 민원인에 의해 신고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부터 강원지역, 중부지역 등의 몇몇 고압가스충전소 및 판매소가 탱크로리 충전허가 없이 가스사용업체의 저장탱크에 고압가스를 판매하고 있다는 내용의 고법 위반 사례가 밝혀져 가스안전공사 기동단속팀의 적발과 함께 경찰조사가 이뤄졌다.

문제는 그동안 이 같은 판매행위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고압가스업계나 조합, 협회 등의 단체는 물론 산업부 및 가스안전공사도 고법 위반의 여부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업부, 지자체, 가스안전공사 등의 단속이 거의 없었던 점을 비춰 볼 때 고압가스업계로부터 법령 적용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가스사용업체의 저장탱크에 탱크로리를 통해 고압가스를 공급하려면 자사의 사업장에 있는 저장탱크에서 탱크로리로 충전할 수 있는 고압가스 처리설비를 갖추고 관할 지자체로부터 탱크로리 충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압가스업계 일각에서는 필요도 없는 고압가스 처리설비를 갖추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불만의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스안전공사와 고압가스충전안전협회는 법령의 준수도 중요하므로 고압가스 처리설비를 갖추기 위해 변경허가를 받는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가스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본지는 탱크로리를 이용해 액화가스를 판매하기 위한 법적 취지 등을 살펴보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사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층취재를 통해 보도하고자 한다.

탱크로리를 통해 액화질소를 공급하고 있는 현장.
탱크로리를 통해 액화질소를 공급하고 있는 현장.

지난 2020년부터 고압가스충전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탱크로리 충전허가와 관련한 문제가 올해 초부터 본격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고압가스 처리시설을 갖추는 것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고압가스충전업계에서는 차압을 이용한 충전설비와 펌프를 이용한 충전설비 중 차압을 이용한 충전설비를 갖추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기술검토를 통해 설비 발주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가스안전공사가 펌프를 이용한 충전설비를 갖춰야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겠다고 해 양측이 논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구 및 충남지역의 몇몇 고압가스충전소가 이미 지난해 저장탱크의 압력(1㎫)과 탱크로리의 압력(0.4㎫)이 서로 달라 차압(0.6㎫)을 이용한 충전설비를 갖추고 관할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고압가스충전업계는 올해 초에 가스안전공사의 보다 확실한 판단을 묻기 위해 잇따라 질의했으나 기술지원부와 고압가스기준부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등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질의회신 부서마다 달라

이와 관련해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제4조(고압가스의 제조허가 등) 제1항을 보면 “고압가스를 제조(용기 또는 차량에 고정된 탱크에 충전하는 것을 포함한다)하려는 자는 그 제조소마다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고압가스의 제조(충전)허가는 용기 외에도 차량에 고정된 탱크(탱크로리)도 포함하고 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대부분의 고압가스충전소 및 판매소들은 용기충전 및 판매허가를 받았을 뿐 탱크로리 충전허가는 받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충전·판매소에서 받은 허가증으로는 용기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는 가능하나 탱크로리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는 불법인 셈이다. 다시 말해 용기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을 뿐 탱크로리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를 할 수 있는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탱크로리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를 하려면 자사의 사업장 내에 설치한 저장탱크에서 탱크로리로 충전할 수 있는 고압가스 처리설비를 갖추고 관할 지자체로부터 받은 허가증에 ‘자동차에 고정된 탱크 1구’ 등이 추가로 표기돼 있어야 한다. [사진1 참조]

또 탱크로리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고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3호(고압가스 충전)에 따라 탱크로리에 충전할 수 있는 별도의 설비를 갖춘 후 관할 지자체로부터 고압가스제조허가를 받아야 한다. 판매하고자 하는 품목의 저장탱크는 물론 처리설비까지 설치하는 등 허가 및 변경허가를 거쳐야 탱크로리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1] 영남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소가 저장탱크와 탱크로리의 차압을 이용한 충전설비를 갖추고 허가증에 명시한 내용.
[사진1] 영남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소가 저장탱크와 탱크로리의 차압을 이용한 충전설비를 갖추고 허가증에 명시한 내용.

충전방식 별도 명시 안 해

가스안전공사 기술지원부는 지난 1월 경기남부지역 소재의 한 가스시설시공업체가 질의한 것에 대해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및 KGS FP211(고압가스 용기 및 차량에 고정된 탱크의 충전의 시설·기술·검사·안전성평가기준)에는 차량에 고정된 탱크에 충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고 회신한 바 있다. [사진2 참조]

[사진2] 차량에 고정된 탱크에 충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가스안전공사 답변서.
[사진2] 차량에 고정된 탱크에 충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가스안전공사 답변서.

하지만 지난 3월 가스안전공사 경기광역본부에서 질의한 것에 대해서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가스안전공사 고압가스기준부는 “고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고압가스충전’은 용기 또는 차량에 고정된 탱크에 고압가스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로 고압가스를 충전하는 것으로 규정한다”고 전제하면서 “고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27호에 따 ‘충전설비’란 용기 또는 차량에 고정된 탱크에 고압가스를 충전하기 위한 설비로서 충전기와 저장탱크에 딸린 펌프·압축기를 말한다”고 적시했다.

이와 함께 “액화산소 충전시설에는 충전기 등 필요한 충전설비를 갖추고, 충전압력 및 시간 등을 고려해 충전설비가 안전하게 설계·운용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하는 등 원론적인 것에만 중점을 둬 회신했다.

한마디로 펌프를 이용한 충전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차압을 이용한 충전설비는 불가능한 것이냐는 본지 취재기자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최근 중대형 고압가스충전소를 중심으로 차압을 이용한 고압가스 처리설비를 갖추기 위해 관할 가스안전공사 광역본부 및 지사에 기술검토서를 제출하고 있으나 잠시 보류하는 상황이다.

무허가 등으로 신고 잇따라

시설을 갖추지 못해 탱크로리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를 할 수 없는 고압가스충전업계에서는 가스안전공사가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탱크로리를 보유하고 있는 충전소라 할 지라라도 탱크로리 충전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탱크로리에 의한 고압가스판매를 할 수 없다. 현재도 탱크로리 충전허가 없이 가스사용업체의 저장탱크에 고압가스를 판매해 민원인의 신고에 따라 지자체 및 가스안전공사에 적발, 조사받고 있어 당분간 가스안전공사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고압가스충전업계가 곤혹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 적용 땐 가중

특히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안전과 관련한 법령이 한층 강화돼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려는 풍토가 싹트고 있다. 법령을 지키지 않아 고압가스충전업체에서 만약의 사고가 났을 때 가중처벌을 받는 등 예상 밖의 낭패를 겪을 수 있어 더욱 그렇다.

고압가스충전업체들은 안전관리와 관련한 규정이 현실에 맞게 정비돼야 법 위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하루속히 차압을 이용한 충전설비를 갖춰 허가받을 수 있도록 산업부와 가스안전공사가 협의해 가이드라인을 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압가스충전업계를 중심으로 산업부, 가스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고압가스안전협의회가 오는 5월 11일 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차압을 이용한 충전방식과 펌프를 이용한 충전방식 중 해당 업체의 실정에 따라 두 가지 중 선택해 설치,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적법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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