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시대 갈 길 멀어 당분간 에너지믹스 시대

급격한 탄소중립 정책 어려움에 빠뜨릴 수도

18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석탄시대의 중흥기를 맞이하면서 주요 산업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탄소 기반의 에너지원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들로, 이러한 화석연료 사용의 중심에는 자원개발 기술이 있었다. 탐사부터 시추, 생산까지 원유 생산지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석유개발 기술이 발전하면서 본격적인 석유시대가 열리며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 CO₂)를 발생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제기되며, 지구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거나 낮은 재생에너지와 수소 에너지 등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부각되면서 ‘석유시대에서 수소시대로의 에너지 전환’이 시도되며 본격적인 에너지믹스(energy mix)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수소시대란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미래의 경제시대를 의미한다. 수소는 연소시켜도 생성물이 물뿐으로 자연 순환을 교란하지 않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수송·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구환경을 고려하며 화석연료의 대체연료로 수소를 제시하며 석유시대에서 수소시대로의 전환을 예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수소시대가 언제 올까’라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근본적인 의문은 경제성에서 출발한다. 수소는 나 홀로 존재하지 못하고 산소, 탄소 등과 결합된 화합물 형태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합물로부터 수소를 분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에 따라 친환경성과 경제성도 크게 달라진다. 수소는 색깔이 없지만, 생산방식에 따라 그레이(gray), 블루(blue), 그린(green) 수소로 불린다. [그림 1] 그레이수소는 석유화학·철강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 또는 액화천연가스(liquified natural gas, LNG)를 개질해 뽑는 추출수소를 말한다. 석유화학과 철강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활용 잠재력이 높지만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CO₂를 다량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 할 수 없다. 그레이수소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포집해 제거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을 이용해 탄소배출을 억제해 생산한 블루수소는 친환경성은 보완되지만, 효율감소와 비용증가라는 과제를 안게 된다. 그레이나 블루수소보다 친환경성이 극대화된 것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다.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생산해 탄소 배출이 없지만 현재 기술력으로는 당장 생산이 어렵고 그레이수소에 비해 생산단가가 수 배에 달한다는 게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이용한 수소경제시대는 갈길이 아직 멀며 에너지원의 다변화와 함께 인류의 석유시대가 당분간 지속되는 에너지믹스 시대가 예상된다.

[그림 1] 수소생산 분류(조선 Biz)
[그림 1] 수소생산 분류(조선 Biz)

최근 에너지환경에 큰 변화 진행

에너지믹스는 소비자의 에너지원 선택으로 인한 결과이자 동시에 국가 에너지 정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국가가 대부분의 에너지원에서 에너지 공급자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환경에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연관된 온실가스 문제로 화석연료의 사용 감축 방안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논의되었으며, 우리나라도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 및 2009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발표로 이 대열에 합류한 이후 신재생에너지, 해외자원개발, 저탄소 녹색성장 등의 정책을 중심으로 에너지믹스의 변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하며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준비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자원개발이 필요하다. 에너지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 화석연료와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95% 이상 되는 에너지믹스 현실에서 급격한 탄소중립 정책은 커다란 선박이 급격한 방향 전환을 시도할 때 전복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처럼 국민과 국가 경제를 예상할 수 없는 큰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 한편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한 세계적인 노력과 병행하여, 석유·천연가스는 2040년까지 주 에너지원으로서 50% 이상 그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표1] 이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화석에너지의 자원개발 없이는 언제든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과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등에 따른 저유가가 지속되어 왔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으로 원자재 대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산유국 순위 1, 2위를 다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한 국제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으며 불안정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고, 미국 등 서방국이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나서며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 에너지자원 가격이 뛰게 마련이다. 이 같은 상황은 에너지자원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거의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여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수입국으로서의 수동적인 에너지공급이 아니라 석유·천연가스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적극적인 공급원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LNG는 에너지 전환 브릿지 에너지

2020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과 석탄을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기조 아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부족분을 LNG로 대체해나갈 계획이다. 이는 LNG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브릿지 에너지’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2020년 말 기준 41.3GW인 LNG 수요는 2030년까지 38.0% 증가한 57.0GW로, 2034년까지 46.7% 증가한 60.6%로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14년 동안 연평균 2% 가까운 가파른 속도로 LNG 공급을 늘려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해외의 천연가스 자원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LNG 도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석유·천연가스 개발이 탄소중립에 중요한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기 중에 배출되는 CO₂를 포집한 후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Storage)가 대표적인 역할인데 포집한 CO₂는 압축한 뒤 파이프라인이나 선박 등을 이용해 이동하고 땅속 깊은 저류층 또는 대염수층에 주입해 격리해서 제거한다.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CO₂ 부피가 압축되기 때문에 지상보다 충분한 저장 공간을 마련할 수 있고 지하 대염수층이나 고갈 유·가스전 등 지하 800m 이상 깊이의 육상 또는 해상 심부지층에 저장하는 기술은 누출위험이 적어 안정적으로 CO₂를 영구 격리 할 수 있다. 전 세계 CCS사업의 성장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CCS 사업의 연간 저장 용량은 2020년 기준 115백만 톤에 도달했으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지역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림 2]

그림 2. Hubs and clusters operating or in development (Global CCUS Institute, 2020)
그림 2. Hubs and clusters operating or in development (Global CCUS Institute, 2020)

현재 전 세계 수소의 76%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생산하는 개질수소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저가의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수소 생산량 1kg당 10kg의 CO₂를 배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천연가스 생산 현장에서의 자원개발 기술을 활용한다면,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CO₂를 고갈된 가스전이나 심부 대염수층에 바로 저장함으로써 CO₂ 대기 배출이 없는 청정 블루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CO₂는 과거부터 석유회수증진(EOR: Enhanced Oil Recorvery)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석유 생산 시 CO₂를 유전에 주입해 압력을 높이고 석유의 이동성을 증가시켜 추가적으로 석유를 증산하고 CO₂는 지중에 격리 방식으로 탄소제거에 기여해 왔다. 즉 석유·천연가스 자원개발 기술이 청정에너지 공급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3. CO2-EOR 개념도 (Advanced Resources International)
그림 3. CO2-EOR 개념도 (Advanced Resources International)

해외자원개발은 산유국과의 국제적 협력 필요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해외자원개발은 수십 년의 장기적 안목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기술개발의 독려와 지속적인 인력양성, 주요 산유국과의 국제적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천연가스의 가격 불안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석유공사의 탐사시추 활동 및 2013년 이후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탐사개발 건수가 전무라는 사실과 일본이 동해 대륙붕에서의 천연가스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구호만 외치면서 동해에 해상풍력만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자원확보 전략 부재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가 곧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로 발전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 발전경로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해야 가능한 도전적 과제다. 이를 위해 자원개발기술을 기존의 발전경로에서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즉, 탄소 기반의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소생산, 탄소 지중 저장 등 청정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기존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자원의 안정적 수급이라는 자원개발기술의 목표가 청정에너지 분야로 확대될 때, 탄소중립의 실현에 한 발 더 가까워질 것이다. 또한 고유가를 대비한 석유·천연가스 자원의 확보 수단을 넘어 미래에너지인 수소의 원료로서 또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CO₂지중저장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10년째 방치되고 있는 석유·천연가스 자원공기업의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 이정환 교수

·2011.2∼현재   전남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1996.1∼2011.2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연구개발팀장(PM)
·2018.1∼현재   한국가스학회 부회장
·2015.9∼현재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사업 예비타당성평가회 자문위원
·2013.12∼현재  한국석유공사 투자리스크위원회 자문위원
·2012.2∼2021.1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석유개발 융자 심의위원
·2010.9∼현재   국제석유공학회(SPE) 한국지부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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