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된 도시가스 주배관망 교체 시기가 도래했다.
노후된 도시가스 주배관망 교체 시기가 도래했다.

보급 확대 40년 경과 평균 보급률 83.6%

[가스신문 = 주병국 기자] 국내에 도시가스가 처음으로 공급된지 벌써 51년으로 반세기가 넘었고, 특히 1989년 12월 환경청이 서울 및 수도권지역의 대기보전 대책 일환으로 서울시에 국한된 도시가스 사용지역을 수도권 15개 시·군으로 확대하면서 도시가스산업은 본격화됐다. 도시가스 공급이 본격화된지 벌써 4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도시가스 보급 확대 정책을 펼친 결과 전국 주택용 도시가스 평균보급률이 83.6%(지난해 말 기준)를 달성했다. 이는 행안부 기준으로 전국 2,347만2895 가구 중 1,963만1,879세대가 도시가스를 사용 중이다. <표1 참조>

이처럼 높은 보급률은 전국 34개 도시가스사의 본관과 공급관이 전국 곳곳에 매설됐기에 가능하며. 이런 주배관망은 인체로 비교하면 동·정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매우 중요한 공급시설물이다.

국내 도시가스배관 현황은 한국가스공사의 주배관망(고압) 4,563km, 도시가스사의 주배관망 45,634km에 이르며, 신체의 혈관 기능을 하는 사용자 자산분인 인입관 등 약 6만km로 예상된다.

이 같은 도시가스 배관들이 오랜 기간 지하에 매설된 후 신규배관으로 교체되지 못하다 보니 노화의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공급 시기가 빠르고, 보급률이 높은 서울시를 비롯해 광역시 지역에 매설된 배관상태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오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정부는 도시가스배관의 건전성 확보와 안전관리 차원에서 고압배관은 15년, 중압배관은 20년이 경과 될 경우 5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을 받도록 관련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시민의 안전과 예방안전 차원에서 볼 때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배관을 철저히 관리하더라도 신규배관으로 교체하는 것보다는 안전성 확보측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5년마다 받는 정밀안전진단 역시 외부환경으로부터 시시각각 영향을 받는 지하 매설배관의 안전을 담보하기엔 한계가 분명 있다.

30년 경과 PLP 주배관망 1861km

노후된 장기사용배관은 공급개시가 빠른 광역시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시로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단일공급권역 내 5개 공급사가 공존하다 보니 공급초기 정부의 보급확대정책에 힘입어 공급사가 상호 경쟁적으로 배관건설에 나섰고, 그 결과 매설된 도시가스 주배관(본관+공급관)이 7,818.2km, 도시가스 보급률 98.5%(전국 2위), 도시가스 소비량 46.4억㎥(2위)라는 경제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서울지역에는 도시가스 공급 인프라가 전국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잘 갖춰져 있다.

반면 지하에 매설된 배관 등 각종 공급시설물의 경과 년수는 오래됐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자칫 노후화로 인한 가스누출 등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30년 이상 경과 된 주배관망이 2,003.8km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당장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신규배관으로 교체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노후화 정도가 심한 PLP주배관(중압, 강관)이 무려 1,861km로 조사됐다. 30년 이상 노후된 주배관 중 93%가 강관이며, 도로 매설 거점 5곳 중 1곳이 배관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표2 참조>

사람의 인체로 비교한다면 혈관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맥과 정맥의 노화가 심각하여 당장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30년 경과 된 노후 주배관망은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와 인천시 그리고 대구시, 부산시, 울산시 등 전국 지자체별로 매설된 장기사용배관의 누계 길이는 이미 2년 전 3400km를 넘어섰다. <표3 참조>

공급 시기가 빠른 지자체의 노후배관을 살펴보면 대구시 806km, 부산시 722km, 울산시 466km, 경남도 631km, 전북도 227km, 경북도 189km 등이다.

주배관 교체에 수조원, 노후 배관망 교체에 수조원의 재원 필요

이런 노후 주배관은 전국 도심지 곳곳이 가스사고 지뢰밭이 될수 있고,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사들이 시민의 안전과 선제적 안정공급 차원에서 해마다 자발적으로 교체하는 노후배관은 고작 1~2% 못 미치는 60km 미만인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아주 제한적으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이뤄진다. 노후 주배관망 교체가 이뤄지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막대한 투자비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서울권 5개 도시가스사가 노후 주배관을 교체하는데 필요한 평균 교체비용은 km당 약 7~8억원 수준이다. 이를 감안시 서울지역에 매설 된 30년 이상의 노후 강관(PLP) 연장 길이 1861km를 민간사가 단계적으로 교체하더라도 필요한 투자비만 1조2037억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5개 공급사 영업이익 600억원을 20년간 투입해도 부족한 재원이다. 특히 노후 배관교체사업은 민간사 입장에서 볼 때 신규수요 확충, 판매량 증대와 같은 영업이익 신장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분야다. 이렇다 보니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교체사업에 민간사가 자발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경영활동을 기대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전국에 매설된 30년 이상의 노후 주배관망 3400km를 교체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3조원을 넘는다.

따라서 이 같은 투자비는 이미 성장이 멈춘 서울 5개 도시가스사와 지방권 공급사가 감당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을 통한 정책변화와 더불어 제도보완에 나서야 한다. 이유는 현행 도법에는 노후배관에 대한 기준도 없는 데다, 교체 의무 또한 없다 보니 민간사가 노후 배관을 교체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정밀안전진단만 받으면 될 뿐이다. 교체 의무를 법제화시 오히려 민간기업의 경영을 강제로 규제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시민의 예방 안전 차원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노후 된 도시가스 주배관을 민간사업자 스스로 교체하도록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할 제도적 보완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즉 중대재해 위험요소를 제거할 노후 배관교체와 같은 사업을 정부와 지자체가 산업의 환경변화에 맞게 제도보완을 꾀하는 등 정책전환을 시행할 시점이 이미 도래했다.

가산투자보수 적용확대로 민간사 자발적 투자유도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로 제기된 것이 가산투자보수의 적용확대로, 정부가 30년 이상 경과 된 노후 주배관망과 같은 공급시설물에 대해서도 가산투자보수를 적용시 교체를 꺼리는 민간사에 자발적 투자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정하는 ‘도시가스사 공급비용 산정기준’이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가산투자보수란 적정투자보수에 가산하여 적용하는 것으로, 정부가 민간 도시가스사가 미공급지역에 배관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인센티브제이다.

적정투자는 요금기저에 적정투자보수율을 곱하여 산정토록 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를 근거로 경제성이 낮은 지역에 배관건설에 나선 도시가스사에 가산율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가산투자보수가 적용받는 공급사는 가산 금액의 1.5배를 미공급 지역에 의무적으로 추가 투자하도록 한다. 미공급지역 가산투자보수 적용은 본지가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수 차례 지적하여 산업부가 2018년 3월 ‘도시가스사 공급비용 산정기준’ 개정을 통해 시행 중이다.

이 같은 가산투자보수 적용을 민간 도시가스사가 꺼리는 30년 이상 경과 된 주배관망과 같은 공급시설 교체사업에 적용시 민간사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함은 물론이고 국민의 예방안전까지 기대할 수 있어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가산투자보수의 적용 확대는 공급사별로 제각각인 노후 배관실태를 지자체 환경 여건에 맞춰 교체가 가능한 데다, 급격히 오를 민간사의 공급비용도 단계적 조정이 가능해 지자체별 도시가스 가격 안정화도 꾀할 수 있다.

다만 단일 지자체 내 복수의 도시가스사가 공존하는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가산투자보수 확대 적용만으로는 민간사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 이유는 수년간 이어온 공급사 간의 수익편차 문제가 자발적 투자환경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표2 참조>

따라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업부와 지자체가 협업하여 제도개선을 한번에 단행해야 민간사의 자발적인 노후배관 교체사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즉 산업부는 ‘도시가스사의 공급비용 산정기준’을 개정하고, 총평균방식을 기반으로 공급비용을 산정하는 수도권 지자체들은 가산투자보수 확대, 적용으로 자칫 더 심화될 수 있는 민간사 간의 수익 편차를 완화하도록 편차이익의 일정부분을 추가로 의무투자하도록 지자체 소관인 ‘도시가스 공급규정’ 개정을 통해 명시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쌍끌이식’ 제도개선이 산업부와 지자체에서 동시에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30년 이상의 노후배관 교체사업은 사실상 구현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수익성 논리에 좌우될 민간사는 수조원이 소요될 투자비 확보 문제를 이유로 향후 배관노화가 50년이 경과 되어도 교체사업은 꺼릴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산업부와 지자체는 민간사의 자발적 투자환경을 유도할 제도개선와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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