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0MW 상업용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설비인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세계 최초 50MW 상업용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설비인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가스신문 = 최인영 기자]  지난 2018년 8월 정부가 혁신성장전략투자방향에서 수소경제를 3대 투자 분야로 선정한 데 이어 2019년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국내 수소경제는 탄력을 받고 있다.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LNG, LPG 등 전통 화석연료 분야도 수소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수소는 물, 유기물, 화석연료 등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얻고 있다. 이에 기술개발에 대한 기업투자도 여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본지는 수소로드맵 발표 후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세계 주요국의 수소경제 방향성과 함께 국내 가스 분야의 에너지전환 패러다임을 분석해 본다.

떠오르는 신에너지 ‘수소’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발전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계 기후궤도를 바꿔버렸다. 이산화탄소(CO₂)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이 경제,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한 세계 주요국은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에서 협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파리협약, 즉 파리 기후변화 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이다.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는 목표에 합의한 것이다.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한 데 이어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Net Zero)로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친환경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수소에너지도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우주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에너지원이다. 기술난이도는 다소 높지만 수소에너지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달리 지역적 편중 없는 보편적 에너지원이다. 환경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술력 갖춘 ‘수소 스펙트럼’

대규모 저장·운송할 수 있는 수소에너지의 특성을 이용해 세계 각국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의 연계를 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를 저장했다가 필요 시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개념이다. 에너지 캐리어(energy carrier)로서의 수소는 재생에너지 한계를 극복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가능케 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는 이유다.

수소는 청정연료이자 다용도 에너지 운반체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에너지밀도가 높고, 생산규모 확장에 필요한 원료가용성도 우수한 에너지운반체이다.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른 수소는 지난 수십 년간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등 산업현장에서 사용해 왔다. 가스 분야에서 이미 안전관리 노하우를 검증한 셈이다.

수소는 모든 물질 중 가장 가벼운 기체 원소로 누출 시 가스구름이 거의 생기지 않으면서 공기 중에 쉽게 희석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자연발화온도, 독성 등을 기준으로 볼 때 도시가스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산업 영역에서는 자동차, 열차, 선박, 드론, 건설기계 등 수송 분야를 비롯해 전기, 열 등 에너지 분야까지 이어져 있다. 연료전지나 수전해 등 전기화학적 반응을 비롯한 엔진, 터빈, 보일러 등의 직접 연소, 전기연료(e-fuel)원료 등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의 열쇠 ‘수소경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지구 평균 온도가 매년 상승하고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0’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 21세기 말 우리나라의 대기 온도는 현재 2.9℃에서 4.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수단으로 수소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그린수소의 경우 사용 과정에서 순수한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탄소에너지를 대체하는 친환경에너지로 꼽히고 있다. 부존량도 무한하다. 탄소중립의 핵심열쇠로 불리는 이유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경제(hydrogen economy)에 세계 각국이 동참하고 있다. 수소의 안정적 생산, 저장, 운송에 필요한 모든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내는 경제산업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수소에너지가 국가경제, 사회 전반, 국민생활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경제성장, 친환경에너지의 원천이 되고 있다.

수소위원회는 오는 2050년 이전에 전 세계 수소 소비량이 약 5억46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석유 132억 6000만 배럴을 대체하는 규모다. 에너지로 환산하면 약 78EJ 수준이다. 수소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를 차지하는 셈이다. 1EJ은 전 세계가 하루 동안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1EJ에는 수소가스 700만톤이 필요하다.

수소의 주요 특성 중 하나는 다양한 에너지원과의 통합이다. 화석에너지, 재생전력,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 등과 접목해 생산한 수소는 전기와 달리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발전, 수송, 열 부문에 활용도 할 수 있다. e-fuel(전기 연료)처럼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그리는 ‘수소사회’

현재 우리나라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우라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의존국에서 에너지 주권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수소생태계 구축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에 이어 2020년 1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수소경제를 법제화한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1차 수소경제이행기본계획도 수립하면서 수소경제 선도국으로서의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국가로서 2019년에는 글로벌 수소차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같은 해 발전용 연료전지도 전 세계 보급량의 40%를 차지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수소 생산 분야에서 부생·추출수소의 과도기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상용급 그린수소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충남 당진에는 연간 최대 2000톤의 부생수소를 공급하는 출하센터를 구축했다. 내년까지 인천시는 연간 3만톤의 액화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청정에너지원인 그린수소 상용화를 위해 정부는 △500㎾급(국비 65억원) △2㎿급(국비 191억원) △3㎿급, 수소 240㎏/day를 생산하는(국비 140억원) 수전해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이면서 안정적인 수소 공급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생산기지와 출하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부생·추출수소를 토대로 확충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정부는 청정수소 생산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기체, 액상, 액화수소 등의 공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체수소 분야에는 대용량(1톤/회)·초고압 튜브트레일러와 저장용기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암모니아를 포함한 액상형태의 LOHC(수소저장 액체기술)를 수소 저장·운송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액화수소 플랜트, 충전소 등의 기술과제도 실증하고 있다.

효성·린데, SK석유화학, 두산중공업 등의 민간기업은 대용량 수소 저장·운송을 위한 액화수소 플랜트를 울산, 인천, 창원 등에 건설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세계 최초의 도심형 국회 수소충전소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수소충전소를 보급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법·제도적 제약뿐 아니라 수용성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나아가 수소충전소 부품 국산화를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국산화와 기술고도화가 필요한 요소부품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개발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제품을 현장에서 실증하고 있다. 트랙레코드를 축적해 국산화율을 제고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특히 세계적 기술력을 지닌 수소 활용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수소차, 연료전지 보급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수소차 시장은 한국과 일본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 3년 연속 선두자리를 이어온 현대차의 수소차 세계 시장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48.5%를 차지하고 있다.

수소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 트럭, 특장차 등 상용차 부분의 세계 시장 선점도 꾀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R&D 투자에 힘입어 선박, 철도, 드론 등도 실증·상용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시장으로 불리는 한국은 지난 2018년 333㎿에서 지난해에는 누적 749㎿의 연료전지를 보급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50㎿급 상업용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도 충남 대산에 준공하고, 현재까지 평균가동률 97%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에 힘입어 시장은 보다 빠르게 외연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시행 중인 수소법에 근거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8개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 등이 참여하는 수소경제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인 격이다.

지난해 8월에는 산업부에 수소를 전담하는 수소국 개념의 수소경제정책과, 수소산업과, 에너지안전과 등을 신설하면서 수소경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2월5일부터 수소법 안전관리 규정도 연이어 시행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수소 전주기 중장기 안전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19년 12월 수소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세계 최고 초고압 부품 KS 검·인증제도를 도입해 수소부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권역별 초고압 부품시험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민간투자에 기반한 ‘선순환 구조’

국내 수소경제는 민간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이 시장 확대와 경제성 제고를 꾀하면서 추가 투자와 기업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셈이다.

지난해 3월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에너지, 철강, 화학, 자동차 분야 등의 국내 기업은 오는 2030년까지 43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과 중소·중견기업은 수소 △생산 △저장·유통 △활용 △인프라 등의 분야에 43조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주요 기업은 △그린·블루수소 등 생산에 11조원 △액화플랜트 등 저장·유통에 8조원 △발전·수소차 등 활용 분야에 23조원을 투자 예정이다.

SK는 대규모 액화플랜트 구축과 연료전지발전 확대 등에 18조 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수소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11조 1000억원을 배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부생수소 생산과 해외 그린수소 도입, 수소혼소발전 등을 위해 10조원을 투입한다. 한화는 수전해 R&D와 실증 등에 1조 3000억원을, 효성은 액화플랜트 구축과 액화충전소 보급 등에 1조 2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중소·중견기업도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그린수소 R&D, 수소추출기, 수소저장용기 등의 분야에 1조 2000억원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화석연료 대항마 ‘수소 잠재력’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수소 소비량은 오는 2030년 1억 4000톤, 2050년 6억 6000톤에 이르러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2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소경제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세계 기조는 탄소중립의 해결책이 수소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필수요소가 수소라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저장문제로 인해 탈탄소화를 하기 어려운 철강, 화학, 대형모빌리티 등의 산업에는 수소가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 수소시장 규모도 점차 구체화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기준 수소 생산 시장은 약 1억톤 정도로 1차에너지 시장의 1% 수준인 반면 오는 2030년에는 4%, 2050년에는 10%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전해와 연료전지 시장도 오는 2030년까지 300~4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면서 수소 저장·운송인프라, 모빌리티, 발전, 난방 등에도 수소를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계획을 바탕으로 수소차, 연료전지 등 활용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다만 수소 활용 분야뿐 아니라 생산, 저장, 운송 등 밸류체인 전반의 원천기술 확보와 상용화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우리 정부는 그린수소 생산 전략 외에 대량의 수소 수입도 고려하고 있다. LNG와 같이 세계 3위권 이내 수입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그린수소 산유국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함께 취하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세계에서 수소경제는 조명을 받다가 잊히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는 기후변화, 탄소중립, 경제재건을 위해 신성장 동력으로 수소를 택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태동한 수소경제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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