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국내 가정용보일러 제조사는 지난해 1월 롯데알미늄의 보일러 사업부를 대성쎌틱에너시스(주)(대표 고봉식)가 인수하면서, 5개 기업으로 재편됐다.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코리아, 대성쎌틱, 알토엔대우이다.

국내에서 가스보일러 제조와 판매가 이뤄진지 이미 30년이 훌쩍 지남에 따라, 국내 가정용보일러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한 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정용보일러 수량은 130~150만대로 추산되는데, 대부분의 수요는 교체 시장에서 발생한다.

이에, 국내 제조사들은 포화된 국내 시장 경쟁을 벗어나 기업의 새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이나 새로운 사업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그 일환이다.

본지는 이번 창간특집호에서 국내 가정용보일러 제조사들의 최근 영업실적 분석과 각 기업의 영업전략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 가정용보일러 제조사들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2조5,545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2조4,447억원에서 4.4%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내 제조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증가해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손실을 보면 그 기업은 결국 적자를 봤다고 할 수 있는데 국내 제조사들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보며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가정용보일러 산업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가정용보일러 산업은 에너지 소비 변천 과정과 연관되어 석탄→기름→가스로 이어지는 연료 변화를 따라 진화했다.

현재 전국 대부분에서 사용되는 가스보일러 시장은 도시가스 보급률 및 신규 건축물량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시장이 수도권과 인구 밀집지역인 대도시에 형성되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산업이 위축되고, 내수경기가 침체되었으나 보일러는 가정 필수기기 중 하나로 고장이 나면 교체가 필요한 제품이라 소비자의 수요 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2020년 4월부터 시행된 ‘대기권역관리법’으로 전국 77개 대기관리권역 내에서는 환경부령으로 정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는 기존 일반보일러 대비 20만원 정도 가격이 비싸기에, 대리점과 제조사들은 자연스럽게 제품 판매수익을 좀더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친환경 보일러 보급 지원사업’의 덕도 있었다.

다만, 각 제조사들은 포화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몇년 전부터 해외시장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예를 들어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북미에서만 5,8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경동의 지난해 전체 매출의 53%를 차지한다. 이는 2020년 대비 48%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에서 인테리어 수요가 늘어나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확대되고, 신규 주택 건설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증대했다”고 설명했다.

경동뿐만 아니라, 귀뚜라미, 대성쎌틱도 해외시장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귀뚜라미와 대성쎌틱 모두 러시아와 중국 법인을 만들고, 현지 시장에 직접 판매를 하며,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경동, 귀뚜라미, 대성쎌틱 3개사는 모두 올해 2월 러시아에서 열린 ‘아쿠아썸 모스크바 2022’에 참가하기도 했다. 알토엔대우 역시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CIS 지역에 대한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매출액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당기순이익이 240% 이상 증가하면서, 내부 경영 지표가 개선되었음을 보여줬다.

경동나비엔의 체험형 매장 전경.
경동나비엔의 체험형 매장 전경.

SNS·온라인 통한 마케팅 확대

과거의 보일러 선택은 소비자가 직접 하기보다는 지역 내 전문시공업 종사자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된 근래에는 포탈 사이트를 이용해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소비자가 보일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국내 제조사들 역시 각사의 공식 홈페이지와 쇼핑몰을 운영하며, 소비자의 구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나비엔 하우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AI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나비엔 AI서비스’도 시행하는데, 이는 보일러 구매 상담부터 제품 이상에 대한 자가 진단, A/S 접수 등을 스마트폰으로 한번에 진행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시스템은 귀뚜라미도 갖추고 있는데, 귀뚜라미는 모바일 A/S 접수 채널인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이용해 고객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 서비스는 유선전화와 달리 접속자가 증가해도 대기시간 없이 실시간으로 업무를 처리하며, 24시간 운영된다. 접수 내용은 본사 서버를 통해 해당 지역 담당 서비스 기사에게 전달되고, 고객에게 A/S기사 정보까지 제공한다.

린나이코리아 역시 온라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린나이는 지난해 10월 온라인 쇼핑 플랫폼 SSG닷컴과 브랜드 파트너십을 맺고, SSG닷컴에서 진행하는 브랜드 정기 프로모션과 판촉행사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 린나이코리아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튜버 ‘광자댁’이 린나이 가스·전기레인지를 사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영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대성쎌틱에너시스 역시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 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대성쎌틱은 공식 채널 외에도 자사의 한 대리점 대표가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냉난방 기기 사용과 시공 등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체험형·녹색매장 등으로 소통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 한국의 소비생활지표’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지자체의 친환경자동차 보급 및 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 소비 확대 정책 등으로 친환경시장과 지속가능한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보일러 제조사들도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가기 위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녹색매장’으로 지정받는 대리점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녹색매장은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및 시행령 제14조의 2를 따라, 녹색제품의 홍보, 매출액 비율, 환경목표 등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

국내 보일러 대리점 가운데에서는 지난 2019년 경동나비엔의 파주대리점이 업계 최초로 녹색매장 인증을 획득했다. 이후 경동의 대리점 7곳이 녹색매장 인증을 받았다. 린나이코리아 대리점 가운데에서는 인천 연수대리점이 지난해 11월 린나이 1호 녹색매장으로 선정됐다.

녹색매장 대리점의 가장 큰 특징은 체험형 매장으로, 내부를 꾸며 카페 느낌이 나는 쇼룸 형태를 취한다는 점이다. 파주대리점을 예로 들면 녹색매장으로 리모델링한 이후 젊은 부부 고객이 늘어났는데, 이는 보일러 시장이 완전히 B2C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편, 체험형 매장을 통해 고객 마케팅을 강화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가전업계에는 이미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가 유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경험을 중요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트렌드를 따르는 대표적인 제조사는 경동나비엔으로 경동은 2019년 1월 업계 최초로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을 하남 스타필드 내 일렉트로마트에 선보였다.

또한, 각 제조사들은 가정용보일러 이외의 제품 개발과 영업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캐스케이드 시스템, 온수매트, 카본매트, 청정환기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판매하며 계절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수익원을 찾는 것이다.

특히 캐스케이드 시스템은 상업용 중대형 건물 등에서 신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에 제조사들의 핵심 먹거리가 되고 있다.

한 보일러 제조사 관계자는 “친환경·고효율에너지 제품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제조사는 그에 따른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보일러 업계도 가전 대기업들처럼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더 늘려가는 쪽으로 기업을 운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쿠아썸 모스크바2022에 참가한 국내 보일러 제조사들의 전시 부스 전경.
아쿠아썸 모스크바2022에 참가한 국내 보일러 제조사들의 전시 부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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