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가스와 관련한 정부의 관리·감독 대상이 고압가스 제조·충전사업장과 함께 가스사용업체 등이 있으나 사고는 주로 가스사용업체에서 일어나는 게 사실이다.

가스공급업체의 사업장에는 안전관리자 등 경험이 많은 직원들이 있어 예방 안전과 함께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반면 소규모 가스사용업체에는 외국인 근로자도 많고, 안전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없어 안전관리에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소규모 사업장에도 다양한 고압가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의 개연성이 높으므로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지난 6일 경기도 김포의 한 열처리공장과 9일 현대중공업 냉천공장에서 질소저장탱크가 잇따라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가스사용업체에서의 안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 김포 사고의 경우 가스사용업체가 새로운 사업장에 저장탱크를 설치, 질소를 이용해 열처리작업을 준비하는 가운데 일어났기 때문에 사고의 원인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김포의 이 가스사용업체는 인근의 가스충전소들을 대상으로 가스공급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저장탱크, 배관 등의 안전성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가스 가격만 낮춰 저렴하게 쓰려고 한 것으로 추측된다.

자격이 없는 업체가 시공을 맡은 것과 함께 중고 저장탱크를 설치한 것만 봐도 가스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값싼 가스를 제시하는 가스공급업체를 선정하려는 가스사용업체들의 가스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안전관리는 다양한 설비를 갖추기 위한 각종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싼값에 가스를 사용하려는 가스사용업체는 가스설비, 안전점검 등 안전과 관련한 서비스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논리로 볼 때 고압가스 분야는 법령만 강화할 게 아니라 정부의 관리·감독과 함께 최근 고압가스 유통시장의 패턴을 관찰한 후 안전성 확보를 저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현재 고압가스와 관련한 법령은 ‘안전관리법’만 도입, 운용하고 있으나 고압가스사업의 진흥을 위한 ‘사업법’이 없다. 도시가스나 LPG 관련 법령에는 ‘사업법’을 운용한 것만 봐도 고압가스 분야는 오로지 규제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고 여겼던 질소저장탱크가 3일 간격으로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으니 정부에서는 관련 법 조항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강화할 것은 강화해야 하나 완화할 것은 과감히 완화해야 한다.

우리 고압가스충전업계는 최근 탱크로리 충전방식과 관련해 정부의 방침을 기다리는 중이다. 실제로 사용하기보다는 허가 등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설치하는 충전설비에 펌프를 필수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고압가스충전소 내 고압용기의 보관 문제도 그렇다. 1973년 2월 제정된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은 50여년 전과 달리 사용량이 급증한 현 상황을 뒷받침하기는 힘들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큰 차이를 보이는 등 구조적 모순에 따라 고압가스업계에서는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압가스업계는 큰 혼란 속에 빠져 있으며, 사업자 간 불신도 더욱 커지고 있다.

수십 년간 법적제재 없이 즉, 그동안 문제없이 공급해왔던 것을 최근에 민원이 생겼다고 해 유예기간 등의 전후 사정없이 적발하는 것은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고압가스업계를 큰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고압가스 관련 협회 등 가스사업자단체의 의견을 청취한 후 시장질서와 안전관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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