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각국의 에너지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국가들이 화석연료시대 이후를 어떻게 빨리 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에너지시대로 전환할 것인지 적극적인 정책 수립과 실천을 위한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30년 넘는 기간의 에너지전환 시대에 수반될 수밖에 없는 에너지자원 수급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구촌 곳곳의 국지적인 폭염과 폭한과 같은 기상변화도 에너지원 수급의 예상을 어렵게 할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에너지자원 수급을 어렵게 하여 에너지자원 가격이 폭등하여 전 세계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불안정한 에너지자원의 수급 문제는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지난 40년 가까운 긴 시간동안에 정권의 호불호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자원개발정책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자원개발 선순환구조를 갖출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없었다는 점이다. 더욱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게 하는 것은 최근 10년 동안 아예 해외자원개발을 포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실패한 해외자원개발에서 배운 것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하나, 일을 벌이지 않으면 사업실패도 없고 국민들로부터 욕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웃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성공적인 자원개발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대형 추진체를 통한 철저한 공공성, 전문성, 독립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 및 지원시스템구축이 필요하고 아울러 추진 주체인 공기업 스스로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독립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를 감추거나 나중에 문제가 안 되게 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자세이다.

MB 정부 이후 지난 10년간 우리가 해온 것처럼 국민의 비난을 받고 골치 아프다고 문제를 외면하거나 문제되는 조직을 없애버리는 단순한 사고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점점 국가의 에너지자원 안보는 멀어질 뿐이다. 에너지자원 독립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긴 여정에서 각 정권의 소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익을 위해 올바른 해법을 찾으려는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번 윤석열 정부는 자원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으니 민간주도로 전환하여 활로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과거 10년 동안 방치된 탓에 자원개발의 생태계가 사라진 판에 얼마나 많은 민간회사가 성공률이 낮고 위험도가 크고 장기간 투자가 필수적인 해외자원개발에 나서겠는가? 이 또한 우리는 열심히 노력했는데 기업이 참여를 안해줘서 자원개발을 못했다는 핑계만 될 수도 있다. 결국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모두가 원하는 자원개발과 자원안보라는 목적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국가들이 이미 에너지자원을 국가안보로 인식하고 있고 대부분의 자원개발은 대규모 일괄조업회사와 국영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원개발 공기업을 정상화하여 적극 활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국가자원안보확립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대통령이 공기업을 대상으로 “파티는 끝났다”라는 말을 해서 모든 공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지난 10년간 자원공기업은 파티는커녕 지원 없는 겉보기 구조조정이 지속되어 미래 먹거리 창출은커녕 선순환 구조의 틀을 없애 버렸다. 더 이상 자원공기업을 상대로 효과 없는 마른 행주짜기식 구조조정을 멈추고 국가 자원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서둘러 제대로 된 자원공기업의 정상화를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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