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전의 적자 확대와 전력요금 논쟁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불편하다. 일반 국민들은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힘든데 7월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하니 당장 이번 여름에 에어컨을 틀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한전은 금번 인상분보다 7배 이상 올려야 적자를 메꿀 수 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물가관리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최소화돼야 하며, 한전의 방만 경영을 해소를 위한 특단의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에너지전환 등 다른 이슈에서는 예민하게 충돌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기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심의기구에 불과하여 전기요금이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결정되면서 가격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 영국처럼 전문성을 가진 독립규제기구가 전력요금을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행히 ‘전력시장・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 강화’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으나,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전력시장과 가스시장의 통합규제 문제다. 미국의 공익사업위원회(PUC), 영국의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 독일의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 프랑스의 에너지규제위원회(CRE), 일본의 전력·가스시장 감독위원회(EGC) 모두 독립규제기구가 가스와 전력시장을 통합 규제하고 있다.

가스와 전력이 별도의 규제기구를 갖는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에너지 규제 간 정합성이 훼손되면서 왜곡된 규제정책을 펼칠 수 있다. 최근의 민간 발전사업의 반발을 사고 있는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도입 논의가 대표적이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전력도매가격도 덩달아 오르자 특정 상한선까지만 한전이 전력 구매대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은 시장변동에 노출된 상황에서 천연가스로 생산한 전기요금만 규제하는 것을 발전사업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긴 어렵다. 전력도매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해서는 LNG에만 과도하게 부과되고 있는 개별소비세, 수입부과금, 안전관리부담금을 낮춰서 천연가스 요금 인상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가스와 전력의 규제정책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둘째, 가스와 전기가 분리된 규제체계 하에서는 민간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체리피킹(cherry picking)을 하게 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최근 SK E&S, GS에너지 등 민간 발전사들이 자가소비용으로 LNG 직도입을 하면서, 저렴하게 확보한 연료를 통해 큰 수익을 얻었다. 앞선 언급한 전력도매가격 상한제가 시행된다면 민간 발전사들은 저렴하게 확보한 LNG를 국내로 들여오기 보다는 해외의 현물시장에 시세대로 팔아버릴 것이며, 그 결과 부족한 국내 물량은 가스공사가 현물시장에서 비싸게 들여와 발전사업자에게 판매할 것이다. 전력과 가스 간 분리된 규제 속에서 기업들의 이윤추구 행위를 비난할 수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내 소비자들만 비싸게 만든 전력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국정과제대로 전력시장에만 독립된 규제 거버넌스가 도입된 이후에 가스시장 규제와 사후 통합하려면 처음부터 전력·가스 통합규제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려울 것이다. 당장은 전력시장만 다루는 것이 갈등도 줄이고 논의가 단순화되는 장점은 있지만 쉽게 가려다 결국은 돌아가게 된다. 제도 설계단계부터 전향적으로 두 시장 간 통합된 독립규제기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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