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국내의 폐플라스틱만으로도 연간 4만톤 이상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저렴한 가격과 사용 용이성으로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의 양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하대 키우리 연구단 엄태식 박사는 이러한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에너지 자원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에게 현재 연구 분야와 키우리 연구단의 역할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어 플라스틱 배출량 3위의 국가이며, 총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9년 기준 1035만톤 이상입니다. 이런 폐플라스틱은 약 7% 가량만 재활용되고, 70%가 매립 및 소각처리 됩니다. 매립 및 소각 처리되는 폐플라스틱은 각종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고,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 오염을 일으킵니다. 저희 키우리 연구단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자원화시켜 수소와 각종 유용한 제품을 생산해, 탄소중립을 이루고자 합니다.”

그는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다른 수소 생산 기술에 비해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기물을 활용하기에 원료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거나 오히려 처리비용을 받을 수 있어, 수소 단가를 낮춥니다. 또한, 수전해 방식과는 다르게 열분해 기술을 이용하는데, 산소가 최소화된 조건에서 고온으로 용융된 폐플라스틱의 고분자 사슬이 파괴되면서, 다양한 탄화수소 물질, 수소, CO, CO₂ 등이 만들어집니다.”

키우리 연구단은 현재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정 기술을 확보해 기술의 고도화 및 최적화를 목표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저희의 목표는 열분해로의 열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한 반응기 디자인, 세부단위 공정 모델화를 통한 공정 최적화, 반응기 촉매 설계 및 개발, 고순도 수소 정제기술 개발, 열분해 부산물(슬러지) 활용 방안 모색 등입니다.”

엄 박사는 현재 기술로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생산할 경우에도 충분히 많은 양의 수소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현재 기술로 1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경우 최대 약 6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서울, 경기, 인천의 폐합성수지류 발생량이 2천톤/일인데, 이를 모두 처리하면 하루 120톤의 수소가 생산되며, 1년간 처리하면 연간 43,800톤의 수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를 통해 생활폐기물의 10%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엄태식 박사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수소 생산 기술의 실용화가 아직 세계적으로 전무한 상태인만큼, 국내 정책과 법령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큰 과제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수소 생산 기술’이 ‘그린수소 생산기술’로 포함될 수 있느냐입니다. ‘탄소배출권’을 인정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폐기물을 활용한 이런 기술이 그린수소 분야로 인정받아야 향후 연구와 적용이 수월해 질 겁이니다.”

그는 이 연구에서 현행 선도기술 분석 및 열분해산물의 조성과 분해 메커니즘 등을 분석하고 있다.

“열분해 조건을 최적화하기 위한 연구 개발 기술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촉매에 대해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 연구단은 현재 열분해 등 관련 기술 보유 기업들, 인천시 및 환경부 등과 향후 사업에 대한 협력을 진행 중입니다.”

엄 박사는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지구온난화와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이 커지는데, 저희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가 수소에너지 강국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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