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영향으로 세계는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경제체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 가고 있다. 기업경영도 기존의 경영시스템에 대한 대개조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기업경영은 ROE, ROI 등 재무적 성과를 중시하는 밀턴 프리드먼의 주주 자본주의가 대세였다. 그러나 최근의 기업경영은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경영으로 개조하고 있다. 2020년 다보스포럼의 주제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와 1경원의 자산을 운영하는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이 서한에서 밝힌 ESG 투자는 기업경영의 대변혁을 가져왔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선행 연구는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의 스파이스 모델(SPICE model, 사회, 협력사, 투자자, 고객, 종업원)에서 출발했다. 2019년 미국의 200대 대기업 대표들의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성명은 스파이스 모델의 구체적 실천 전략을 발표한 것으로 ESG의 뿌리가 되었다. 이와 같은 변혁과 관련하여 국내 에너지기업 중에는 포스코의 ‘기업시민 경영’이 눈에 띈다. 기업시민은 기업에 시민이라는 인격을 부여하여 포스코가 경제 주체 역할에 더해 사회발전을 위한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는 개념이다. 나아가 기업시민헌장을 제정하여 이해관계자중심 경영 및 ESG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 점은 국내 에너지업계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망의 확보는 기업과 국가 경제는 물론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핵심과제로 부상하였다. 에너지 위기시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실천을 위한 에너지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 1차에너지원의 82%를 차지하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2021년도 수입액은 천억불을 넘었다. 석유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비록 가격 급등은 있었지만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에 천연가스는 동절기 수급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 매주 비상점검회의를 열어 대책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 극한 사태는 오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2천만 고객에게 생활 에너지와 생산 활동에 필요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도시가스업계는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절약 프로그램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수급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천연가스에 LPG를 혼입하는 등 가능한 대안을 총 동원하여 천연가스 부족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그러나 천연가스 수급은 수요부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국내 천연가스 공급량의 20%에 달하는 직수입시장의 역할론이 대두된다. 직수입업계는 이미 구매자 우위시장에서 대규모 추가이익을 향유했다. 이제는 그 능력을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투입해야 한다. 정치 중진들이 선거가 어려울 때 험지에 출마하는 이유이다. 에너지 위기에 처분 제한의 특례만 주장하는 것은 국내 가스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의 재판매는 에너지 위기대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직수입자의 영업활동에 불과한 특혜이다. 포스코의 기업시민 경영이 부러운 이유이다. 에너지 대기업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진력하는 것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천연가스 수급위기의 최우선 과제는 처분 특례가 아니라, 범국가적 차원에서 모든 시장참여자가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행동하는 것과 정부의 위기대응 정책에 동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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