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사용배관에 대한 교체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사용배관에 대한 교체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스신문 = 주병국 기자]  지하에 매설된 도시가스 배관이 해를 거듭할수록 노후화되고 있다. 특히 30년 이상 경과된 장기사용배관들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 안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노후된 도시가스 배관 교체 사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다양한 현안 과제 60여개를 선정하고,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도시가스 노후배관 교체’를 지목했다.

또한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도 산자위원들은 국민의 안전과 공급시설물의 예방안전 관리 차원에서 노후 배관의 교체사업 필요성을 정부측에 촉구하고, 막대한 재원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사업자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하도록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에 산업부도 교체사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올해 안으로 한국도시가스협회,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가운데 전문용역 기관을 선정하여, 연구용역을 착수했다. 정부는 향후 도출될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장기사용배관 교체사업이 공공성, 안전성, 사회적 편익 등 여러 측면에서 기여도가 제시될 경우 종합적 검토를 거쳐 제도개선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이번 특집에서는 제도개선에 앞서 정부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현안 과제들을 되짚어보고, 교체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과 비용문제를 민간사업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합리적 해법을 찾아본다.

보급률 83.6%, 전국 배관망 5.2만km

국내에 도시가스가 처음으로 공급된지 벌써 51년으로 반세기가 지났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도시가스 보급 확대 정책을 펼쳤고, 이에 발맞춰 34개 도시가스사는 전국에 공급인프라 구축을 위해 배관망 건설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전국 주택용 도시가스 평균보급률이 83.6%(지난해 말 기준)를 달성했다. 이는 행안부 기준으로 전국 2,347만2895 가구 중 1,963만1,879세대가 도시가스를 사용 중이다

이에 국내 도시가스 배관 현황은 한국가스공사의 주배관망(고압) 4,563km, 도시가스사의 주배관망(본관+공급관) 48,400km에 이른다. 이 같은 주 배관망은 신체의 혈관 중 중요한 동맥과 정맥과 같은 역할을 하며, 여기에 사용자 자산분인 인입관은 약 6만km에 이른다.

서울·경기만 PLP관 2,374km 노후화

특히 공급 시기가 빠르고, 보급률이 높은 서울과 경기지역 그리고 광역시권에 매설된 배관상태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오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에 매설된 도시가스 주배관은 48,400km이며, 이중 PE관(폴리에틸렌)은 24,249km, PLP배관(폴리에틸렌 피복강관)은 24,151km이다. <표>

유지관리만 잘되면 5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한 PE배관을 제외하더라도 장시간 사용시 자연균열이 발생하여 피복의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PLP배관은 교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지하에 매설된 PLP배관 중 21년 이상 된 배관은 전국적으로 11,443km에 이르며, 특히 31년 경과 된 PLP배관은 전국적으로 3,321km이다. 이는 전체 PLP배관 중 13.8%를 차지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노후배관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장기사용배관 노후화는 심각하다.

5개 도시가스사가 공존하는 서울시의 경우 정부의 보급확대 정책에 힘입어 적극 배관건설에 나선 결과 도시가스 주배관은 7,818.2km, 도시가스 보급률 98.5%(전국 2위), 도시가스 소비량 46.4억㎥(2위)라는 경제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서울지역은 도시가스 공급 인프라가 전국에서 가장 빨리 갖춰졌고, 상대적으로 노후배관도 많다.

서울지역 장기사용배관 현황을 보면 30년 이상 경과 된 배관(PLP+PE)이 총배관 중 25.6%에 이르는 2003.8km이다. 당장 교체가 시급한 PLP배관만 1,860km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가스 공급 세대수(495.6만호)를 보유한 경기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보급률 84.3%인 경기지역 내 6개 도시가스사의 주배관(본관+공급관) 연장 길이는 총 1만1704.8km에 이르며, 이중 30년 이상 경과 된 장기사용배관은 649.5km이며 이중 교체가 시급한 PLP배관은 514.7km이다. 결국 서울과 경기지역만 합쳐도 31년 경과 된 PLP배관이 무려 2,374km가 넘는다.

문제는 도시가스사들의 매설 시기를 감안할 때 향후 5년 후에는 장기사용배관이 지금보다 2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연구용역 착수해 연말 도출

도시가스업계를 비롯해 정부, 국회, 지자체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장기사용배관에 대한 교체사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와 도시가스업계는 수차례 협의 끝에 지난 9월 한국도시가스협회를 주축으로 업계 및 연구용역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연구용역 착수 보고회를 열고, 연구과제 범위와 제도개선 방향성, 교체사업에 따른 사회적 편익 등을 논의하고, 향후 제도개선에 필요한 정책과제를 제시키로 했다.

‘도시가스 장기사용설비의 안전투자 촉진 제도개선’이라는 정책과제로 시행되는 이번 연구용역은 △도시가스 공급설비 현황 분석 △장기사용공급시설 기준과 적용 범위 △국내외 유관 사업의 장기사용설비 정책지원 사례 연구 및 정책지원 필요성 연구 △지원 설비 대상 및 범위 검토 △도시가스 공급비용 산정기준 개정 등을 핵심 연구과제로 선정, 오는 12월 말까지 약 4개월간 진행한다.

이번 연구용역은 30년 이상 된 장기사용배관을 지금처럼 유지관리만 하는 것보다 신규 배관으로 교체시 국민의 안전 측면에서나 사회적 편익 측면에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지를 면밀히 검토해 민간사업자의 자발적 교체환경을 유도해 교체사업을 추진하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교체사업에 막대한 재원 부담

매년 도시가스업계는 신규 배관망 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도시가스라는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민간 투자 규모는 매년 5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노후배관에 대한 교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 논리에 따라 미공급지역에 대한 배관망 확충사업은 신규 수요확보 차원에서 이뤄지지만, 노후배관은 수요개발과 판매증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런 여건에서 전국에 분포된 31년 경과된 장기사용배관(총 3321km)을 교체하는데 투입될 재원만 최소 1조6000억원(평균 5억원/km) 이상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전국 평균보급률 82% 수준인 도시가스 산업에 또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하긴 쉽지 않다. 또 민간기업들도 이미 저성장으로 돌아선 시장에서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긴 역부족이다. 결국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장기사용배관은 더욱 늘어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늦었지만 정부와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 찾기에 나섰다.

자발적 투자 유도할 제도개선 절실

별도의 공적자금 없이 민간사업자 스스로 교체사업을 유도하도록 투자환경을 개선해주는 게 핵심이다. 특히 교체사업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그 비용을 투자할 사업자와 그 비용을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지는 장기사용배관 교체방안으로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 산정기준’에 명시된 가산투자보수율 적용 확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관련 산정기준에 미공급지역과 소외지역에 대한 도시가스 보급촉진을 위해 가산투자보수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경제성이 낮아 민간기업이 배관투자를 꺼려하는 소외지역에 투자 확대를 유도하여 에너지복지 그리고 지역균형 발전 등을 목적으로 정부가 마련한 인센티브제와 같은 지원정책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다만 미공급지역에 적용시 기업은 투자액의 1.5배를 의무투자하도록 하는 조건부 지원제도이다.

따라서 정부는 제도개선을 통해 장기사용배관 교체에 대해서도 가산투자보수율을 적용하는 등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한다면 별도의 공적자금 투입 없이도 도시가스사가 스스로 장기사용배관 교체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지원하는 배관건설융자지원금을 장기사용배관 교체사업에 활용시 소매공급비용 인상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산투자보수 적용을 장기배관까지 확대하여 민간사의 자발적 교체사업을 유도하고, 나아가 안정공급 환경조성은 물론이고 막대한 재원 문제도 해결하고, 침체된 도시가스산업의 건전한 발전, 향후 수소혼입 선제적 대응까지 ‘1석4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민간사의 효율적 투자를 위해 지자체의 지역 여건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시급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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