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설비를 들여놓은 한 고압용기 검사기관의 재검사 현장.
최신설비를 들여놓은 한 고압용기 검사기관의 재검사 현장.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가스용기를 재검사하는 일이야말로 공적(公的)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무한 경쟁에 내몰려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검사는 유통 중이던 가스용기의 안전성을 진단해보는 업무이므로 매뉴얼에 따라 철저히 검사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할 일이죠. 이처럼 경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재검사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적정한 이익을 내지 못해 경영난에 봉착하는 검사기관들이 아주 많습니다.”

중부지역에서 고압가스용기 재검사와 관련한 사업을 영위하는 가스전문검사기관의 한 관계자가 목소리를 높이며 하는 말이다.

사실 이 사업자는 가스용기 재검사업체를 ‘가스전문검사기관’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도 모순이 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검사의 공정성 및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가스전문검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검사수수료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고압용기관련 재검사업체의 한 관계자는 “용기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공적인 업무를 하는 가스전문검사기관에 대해 서로 경쟁하라고 시장으로 내모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경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전문검사기관들은 앞으로도 경영난이라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을 쏟아내기도 했다.

경영난의 악순환 끊지 못해

가스용기의 재검사는 공공의 안전을 위한 업무인데 정부가 검사기관들을 대상으로 검사수수료를 놓고 무한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어떠한 형태를 가진 다양한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고 그 비용을 받는 사업은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잘 갖추면 사업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가스용기를 재검사하는 사업은 사용하던 제품을 다시 시험하거나 검사한 후 도장 및 각인하는 절차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많아 검사수수료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고압가스용기 검사기관은 물론 LPG용기 검사기관들도 적정한 검사수수료를 받지 못해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LPG용기는 대기업들이 대량으로 재검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어 적정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재검 물량 확보를 해야 하는 검사기관으로써는 물량 확보를 위해 가격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로 검사기관들 사이에서는 ‘乙 중의 乙’이라고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극심한 인력난도 고민거리

특히 최근에는 인력난이 매우 극심해 인건비가 급상승하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최저 임금 등의 인상은 검사수수료 상승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요즘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인 근로자도 구하기 힘들어 이익 창출은 둘째로 치고서라도 당장 검사업무처리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또 공휴일, 대체휴무일 보장에 따라 추가 인건비 지급까지 재검사기관이 감당해야 할 것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인력난의 영향으로 최근 일부 고압용기 검사기관들은 재검사 물량이 쌓여도 제때 해소하지 못해 입고된 용기가 3개월씩이나 지나도록 출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향으로 각종 원부자재 수급이 원활치 않아 페인트 및 쇼트볼 가격이 급등한 것도 큰 고민거리다. 폐기물 처리비용도 끊임없이 오르고 있으며, 검사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한 외주비 등도 비용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고압가스용기 전문검사기관들은 각종 비용이 크게 올라 검사수수료와 관련한 견적서를 △용기의 검사비 및 각인 △도색 △밸브 탈·부착비 △내면 쇼트 등으로 나뉘어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에는 밸브 탈부착의 경우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기도 했으나 이제는 소소한 비용까지 모두 포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수가스용기 UT로 검사

국내 고압가스용기 전문검사기관은 내용적 125ℓ 미만의 이음매 없는 고압용기를 검사하는 곳이 가장 많다. 또 수소, 헬륨 등의 압축가스를 운송·저장할 수 있는 튜브트레일러, Y톤 실린더 등 초대형용기를 전문적으로 검사하는 곳이 있다.

이밖에 공기호흡기용 에어용기, 스쿠버용 에어용기 등 알루미늄용기와 복합소재용기를 별도로 재검사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고압용기는 내압(가압 및 팽창)시험을 하고 있으나 일부 반도체용 특수가스용기의 경우 엔케이텍 등의 검사기관에서 초음파탐상시험(UT)를 통해 검사하고 있다.

고압가스용기 재검사기관 중 아직도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곳이 많다. 공적인 업무를 하는 만큼 제도권에 진입, 고압용기 재검사분야에 산적한 과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다.

재검업계 일각에서는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일부 재검업체들의 경우 가스안전공사 지도·확인 등에 적발, 행정처분을 받는 일이 많았다”면서 “최근 들어 협회가 관리·감독기관과 협력해 일선 검사기관을 둘러보는 등 공조체제를 유지해나감으로써 협회 가입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고압용기 검사기관이라 하더라도 아세틸렌용기와 초저온용기 등은 검사하지 않는 곳이 있다. 업계에서는 아세틸렌용기의 경우 가연성 및 용해가스라는 이유로, 복잡한 구조의 초저온용기는 까다로운 단열성능시험으로 인해 검사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검사기관협회 기술T/F 구성

가스전문검사기관협회(회장 한상원)는 검사업무의 효율적인 개선을 위해 지난달 15일 △LPG용기분과 3명 △고압가스용기분과 6명 △특정설비분과 3명 △협회 1명 등 위원 총 13명으로 구성된 기술 T/F 출범식을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무협의체로 활발히 운영하게 될 기술 T/F는 △법규 및 제도개선 △검사 현장에서의 의제 발굴 △관련 협회 등과의 의견 조율 △검사기술 제고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구성된 기술 T/F에는 특히 일반고압용기분과가 가장 많은 6명이 포진돼 있다. 각종 고압가스를 다양한 규격의 용기를 취급하는 일반고압용기분과에서 다양한 개선방안이 돌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검사기관협회 김상섭 사무국장은 “각종 가스용기 및 특정설비의 재검사는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따르는 절차”라고 설명하면서 “이번에 구성한 기술 T/F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검사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등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협회는 혼합가스의 각인 표시방법 등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2가지 이상의 가스를 서로 섞는 혼합가스는 무려 20종 이상 혼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용기의 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안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고압가스업계 및 검사업계의 주장에 따라 주(메인)가스만 각인하고 기타 가스는 스티커 부착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검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용기용 밸브의 부착에 대한 문제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라면서 “최근 용기용 밸브의 가격인 급등하면서 고압가스업체가 사용하던 밸브를 무단으로 부착, 재사용하는 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용기용 밸브는 재검사 시 검사기관에서 부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검사기관은 초대형용기 바렐연마도 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검사기관은 초대형용기 바렐연마도 하고 있다.

최신설비 갖춘 곳 증가세

최근 고압용기를 재검사업계에는 적잖은 변화가 있다. 최신설비를 들여놓고 재검사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재검사하는 양상이다.

수도권의 가스전문검사기관으로는 화인실텍(광주) 부성테크니컬(화성), 국제산업가스(안양), 엔케이텍(오산) 등 4곳이 있다.

이 가운데 화인실텍은 주로 반도체용 특수가스용기를 검사하고 있으며, 바렐연마도 병행하는 등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성테크니컬은 내용적 125ℓ 이하의 고압용기 외에도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튜브트레일러의 재검사까지 수행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대진산업(청주)이 고압용기와 LPG용기를 함께 검사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의 고압용기 재검사업계도 매우 활발하다. 부경용기검사(김해)의 경우 지난해 말 확장 이전해 매우 많은 물량을 소화해내고 있다. 아이피티(부산)와 이엔케이(부산)도 각각의 영역에서 재검사하고 있다.

여기서 이엔케이는 초대형 용기를 묶어 차량에 고정시킨 튜브트레일러도 재검사하고 있으며, 퍼펙트플러스(울산)도 케이에스검사소에서 새롭게 탄생한 튜브트레일러 재검사를 하고 있다.

또 전라지역에서 일반고압용기를 검사하는 곳은 백광산업(군산), 한국특수가스(익산), 신일가스(광주) 등이 포진돼 있으며, 백광IST(김제)가 독성가스용기 재검사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 곳곳의 고압용기 검사기관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검사기관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전국의 가스전문검사기관들은 고압가스업계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검사기술 개발, 공정 효율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신속하게 검사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