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소경제 활성화 지속적 지원 밝혀
한국 수소 생태계는 활용 분야에 편중

기술수준 평가 후 우선순위·규모 책정 필요
수소활용 정책지원과 과감한 규제 철폐 요구

 

2019년 1월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으로 도약을 위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수소기술 개발 로드맵, 2019> <수소경제 육성 및 안전관리법, 2020 제정/2022 개정>,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2021> 등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정부 차원의 관련 정책 및 법규를 연이어 발표하였다.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조정>과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2021년에 확정하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신산업 창출의 수단으로서의 수소경제 실현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확고하게 표현했다.

올해 새롭게 들어선 윤석열 정부에서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안정적 수소공급망 구축을 주요 에너지 정책목표로 선정함으로써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 지원을 거듭 밝혔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그린·블루수소 등 생산 분야 11조 원, 액화플랜트 등 저장·유통 분야 8조 원, 발전·수소차 등 활용 분야 23조 원 및 중소·중견기업의 부품 중심 1조 원 등 2030년까지 총 43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했고, 그 어느 때보다 수소경제에 대한 기대나 투자 분위기는 높다.

하지만 2003년 미국 부시 정부가 <Hydrogen Fuel Initiative> 정책을 12억 달러의 예산으로 추진하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유럽 각국에서 수소경제에 대한 열기가 끓어 올랐다가 식어버렸다. 에너지 안보 확립이 주목적이던 2000년대 초반, 쉐일가스 및 오일의 개발 성공으로 미국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지고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침체와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 기조가 바뀜에 따라 수소경제는 빠르게 정책 우선순위에서 사라져 갔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소경제를 로드맵 목표대로 이끌 만큼 수소 관련 기술 수준이 뒷받침되지 못해 지속가능 경쟁력을 상실한 때문이고, 이 원칙은 앞으로도 틀림없이 적용될 것이다. 다만 20년 전 경우와 다르게 기후변화가 초래한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분명한 글로벌 공동 목표 달성이 수소경제 재추진의 근본 이유이기 때문에 수소경제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은 현 상황에서 마땅한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과 경쟁은 이미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지난 20여 년간의 정부 및 기업의 기술개발 투자로 수소 활용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 우위를 확보한 우리나라는 이를 토대로 생산, 저장·운송 및 활용 분야에 이르는 지속가능 수소경제 전주기 생태계를 남보다 앞서 구축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본고에서는 이를 위해 이행 중인 여러 정책 중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 전주기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작성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

[그림1]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그림1]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우선 2019년 수소산업 육성을 목표로 추진되었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이후의 성과를 보면, 2021년 말까지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는 약 737MW, 수소승용차 19,270대, 수소버스 129대, 수소충전소 약 170개소가 건설되어 수소차나 연료전지발전 등 활용 부문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또 국내수소산업동향을 정리한 표 1을 보면, 투자액 중 65% 이상이 활용 분야에 치중해 있고, 생산 분야 매출액에 기존 석유화학 원료로 생산된 수소 매출액이 포함된 것을 감안해 보면 아직 우리나라의 수소 생태계는 활용 분야로 편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수소법에 의거 수소경제 이행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그 내용은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주도 △빈틈없는 인프라 구축 △모든 일상에서 수소 활용 △생태계 기반 강화 등 4대 전략 15대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1). 2020년 그레이수소로만 22만톤 규모에서 2030년 390만톤(청정수소 비중 75%)을 거쳐 2050년 청정수소로만 2790만톤 규모로 수소시장을 키우는 전략이 담겨있다. 궁극적으로 2050년 국내 에너지 소비의 33%는 수소가 담당하게 되면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GW급 수전해 시스템, 40개의 해외수소 공급망, 2000기 이상의 수소충전소, 515만대의 수소승용차, 11만대의 수소상용차와 수소 및 암모니아를 활용한 연료전지발전소 등을 모두 수용하는 밸류체인의 완성과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 및 재원조달을 포함하는 계획이다.

이 기본계획은 청정수소 전주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중장기 비전·목표, 투자 및 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매우 충실히 정리되어 있지만, 특별히 필자의 전문분야인 연구개발 측면에서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그린수소 생산 부문에서 2030년까지 생산단가 3,500원/kg, 25만톤급 대규모 생산기반을 갖추는 목표를 설정하였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R&D 및 실증사업 RFP에 명확한 운전조건과 효율 계산 방법이 포함되어야 한다. 실제 상황에서 매우 불규칙하게 전기가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원과 연계되는 수전해 시스템의 효율과 경제성 평가 과정이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본계획에는 AEC, PEMEC, SOEC 모두가 MW급 이상의 실증을 2025년까지 추진하는 계획이 포함되었는데 냉정한 기술수준 평가하에 실증 우선순위 및 규모가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블루수소는 그린수소가 본격화되기까지 혹은 적어도 상당 기간 청정수소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지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이므로 국제협력을 통한 조기 상용화 추진은 타당한 전략이다. 다만 국내 지질학적 여건상 CCS 가능 부지가 해외에 비해 열세일 것으로 판단되기에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CCU 기술개발과 보급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재생에너지 생산과 이를 활용한 그린수소의 생산에 호주, 중동 국가에 비해 열악하여 2050년에는 수소 소요량의 80%에 해당하는 약 2300만톤의 수소를 이들 국가로부터 장거리 운송 수입해야 한다. 이 정도 규모의 수소 운송은 기체상태로는 불가능하여 현재 암모니아, 액화수소, 액상유기화합물 (LOHC)을 이용하여 운송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거나 실증단계이다. 현재 기본계획의 해외수소 운송은 기존의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고, 또 수소의 추출과정 없이 혼소가 가능하여 NDC 달성에 유리한 암모니아로 집중되고 있다. 신규로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액화수소나 아직 수소운반체로서 검증이 필요한 LOHC 보다는 단기적으로 확실히 암모니아가 매력적이지만, 암모니아의 독성을 고려할 때 인구밀집 지역에서의 활용 및 대규모 저장 용도에 적합한 LOHC 분야의 원천기술개발 및 적정규모의 실증사업도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해외수소 도입이 필요한 유럽, 일본의 기관들이 예측한 표 2의 수소운송 비용을 보더라도 암모니아, 액화수소, LOHC 간 큰 비용 차이가 없고, 각각이 갖는 장단점이 명확해서 시장 독식이 아닌 분할이 예상되는 관점에서 이 저장·운송 분야의 투자는 좀 더 균형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한다.

수소활용 분야는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확보한 분야로 지속적으로 우위를 유지하게 하는 정책지원과 과감한 규제 철폐가 요구된다. 2013년 세계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하고도 규제와 주민수용성 문제로 수소충전소 보급이 늦어져서 기술개발 선점 효과를 놓쳤던 아픈 기억과 과감한 RPS 정책 시행으로 연료전지 발전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간 선례를 반추하여 새로운 수요창출에 정부와 기업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은 수소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인력양성, 인증 및 국제표준 등 중요 내용을 담고 있다. 향후 수소경제는 글로벌 차원으로 진행될 것이므로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지원과 국제 전문 인력 양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한다.

화석연료 시대의 에너지 강국은 에너지 자원을 가진 나라이지만,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수소경제 시대의 에너지 강국은 기술을 보유한 국가이다. 비록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수소생태계 전주기를 아우르는 기술력을 갖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소산업 창출로 미래를 선도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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