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 대산공장 안전통제실에서 안전관리자가 시설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대산공장 안전통제실에서 안전관리자가 시설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가스신문 = 이경인 기자]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지난 1960년대 울산으로 시작으로 여수와 대산으로 확장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6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과 장비가 노후화되면서 안타까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통해 산업시설 내 안전사고에 대해 강력한 행정처분 의사를 밝혔지만, 여전히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 전문단지인 대산산업단지의 안전관리 및 안전 인프라 구축 현황을 살펴보고, 사고예방을 위한 노하우를 들어 보았다.

석유화학산업은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수출산업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압, 고온, 산업가스 등의 설비가 많은 탓에 안전사고 위험도 높은 분야로 꼽힌다.

실제, 올들어서도 지난 9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 제2공장에서 사이클로헥산 가스가 누출, 이를 흡입한 근로자 14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한, 지난 8월 울산의 SK지오센트릭에서 설비점검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현장 노동자 7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지난 5월 에쓰오일 울산공장 알킬레이션 제조공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단지 사고유형은

이와 관련해 오랜기간 현장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은 장시간 사용한 설비로 인해 가스누출 등의 위험이 적지 않은 것은 물론,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가동하면서 위험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또한 석유화학산업단지의 특성상 해당 사고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사고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유사사고 근절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책임경영자에 대한 안전·보건 책임이 강화됐지만 소상공인이나 상시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적용이 유예된 만큼, 법적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석유화학단지에는 저장탱크나 설비에 대한 보수를 담당하는 중소규모 진단업체가 다수를 이루는 만큼, 이들 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권한 강화 및 책임소재를 명확화해 현장에서 직접적인 안전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마련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나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안전관리 및 안전인프라 구축에 경영진들의 관심이 높고, 예산지원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장 안전노하우 공유 활발

대산산업단지는 1987년 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1990년 삼성토탈(현 한화토탈)과 LG화학, 1996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2014년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국내 굴지의 대형석유화학시설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대표적인 석유화학산업단지로 급부상했다. 또한, 산업단지 부지가 대규모로 조성된 덕분에 울산, 여수산업단지와는 달리 공장 신설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가산업단지로 구성된 울산, 여수와는 달리, 개별입지 산업단지로 조성되면서 울산과 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지원이나 관심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울산과 여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석유화학기업간 정보공유의 장이 마련돼 왔지만, 대산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민간협의체가 구성됐다.

지난 2020년 출범한 대산 안전환경소통위원회(이하 안소위)는 기존의 실무자 중심 석유화학안전관리위원회와는 달리 공장장 등 임원급 인사로 구성됐다. 또한, 관련 법규에 따라, 대산산업단지 석유화학시설을 진단, 검사업무를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외부기관도 동참했다.

생산과 현장안전을 총괄하는 공장장과 공공기관 책임자가 참여하면서 기업간 안전기술 공유는 물론 우수사례는 발빠르게 현장에 적용될 수 있었다. 또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도개선과 국내외 최신 안전기술 등이 한자리에서 논의됨에 따라, 실효성도 높다는 평가이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단지 현황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단지 현황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주 또는 책임경영자(이하 책임경영자)에게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고 사고발생 시 책임소재에 따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단, 소상공인이나 상시근로자 50명 미만사업장의 경우, 2023년부터 적용되며 2024년 1월부터는 적용범위가 상시근로자 5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석유화학산업은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코오롱인더스트리 대산공장 전경.
석유화학산업은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코오롱인더스트리 대산공장 전경.
[인터뷰] 코오롱인더스트리(주) 문희순 대산공장장
“안전노하우는 공유 통해 널리 알려야죠”

안전소통위원장 맡아 안전기술 공유 앞장

위험요소 최우선 고려…‘자만은 금물’ 강조

“석유화학시설은 고온과 고압, 다양한 산업가스를 다루는 설비가 많아서 언제든지 사고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에, 현장의 다양한 안전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사고예방을 도모하고자 대산 안전환경소통위원회(이하 안전위원회)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주) 문희순 대산공장장은 현장의 안전기술 노하우 공유를 통해 앞선 기술을 받아들이고 잘못된 사례는 개선하는 등 적극적인 사고예방을 위해 안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문희순 공장장에 따르면 본인이 오랜 기간 근무했던 울산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있어,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가가 주도하는 모임이 구성돼 있었으나 대산산업단지는 민간으로 구성된 탓에 업체간 협업을 위한 구심체 역할이 부족했다. 더욱이 석유화학단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현장 안전관리 노하우 공유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져갔다.

이에, 문 공장장은 울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대산산업단지에 소재한 기업체와 공공기관 책임자와의 만남을 통해 안전위원회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런 노력끝에 지난 2020년 대산산업단지에 소재한 석유화학 7개사와 고용노동부, 상공회의소, 한국가스안전공사, 서산시청 등 총 14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대산 안전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인 문 공장장은 대산 안전위원회가 단순 모임이 아닌, 실질적인 기술공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몇가지 철칙을 마련했다.

우선, 매월 1회 모임을 기본으로 모든 위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모임일정을 사전에 조율했다. 이에 대해 문 공장장은 한두번 모임에 빠지게 되면 2~3개월의 공백이 발생하면서 상호 정보교류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위원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위원회 개최일정 조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공장장과 주요 공공기관 책임자가 참석한 만큼,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최신 기술과 정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각 기업 및 기관별 우수사례와 정책방향 소개 등 위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제선정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노력덕분에 대산 안전위원회에 대한 위원들이 참여 및 관심이 높은 것은 물론, 다양한 안전환경관리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문제의식과 함께, 선제적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었다. 또한, 외부 안전감시단 활동이 활성화되고 각 사업체별 안전장비 운영 노하우 등이 소개되면서 대산산업단지 내 석유화학기업의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이다.

끝으로 문희순 공장장은 “안전은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언제든지 위험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산 안전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 시스템과 실력을 키워, 대산산업단지가 무재해 산업단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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