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소배출량 세계 7위, 해양·지중 저장에 한계

포집 CO₂로 탄소소재 생산 ··CCU기술 인센티브제 필요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C 상승하였고 이에 국내 자연재해 피해의 규모와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2015년 파리 기후협약과 2018년 IPCC 총회를 거쳐 2050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불리는 1.5°C를 넘어 버리게 되면 영구 동토층의 해빙으로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배출되면서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넘어가 인류종말을 논하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론적으로 CO₂ 배출을 줄이고, 이미 배출된 CO₂를 포집해야 한다. 노후화된 공장과 시설이 많은 서구에서는 기존 설비를 개조하고 교체하여 CO₂ 배출량을 가시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뒤늦게 진행된 한국의 경우, 산업시설들이 아직 노후화되지 않아 개조와 교체로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다른 방법으로 급진적인 CO₂배출을 줄이려면, 화석연료 기반의 현 산업구조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단기간내에 이를 실행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CO₂ 배출자체를 줄이는 접근은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평가하는 한국의 탄소배출량 순위는 7위로, 지난 20년간 CO₂ 배출증가율이 OECD에서 가장 높다.

그렇다면 CO₂ 배출을 줄이는 방법보다는 배출된 CO₂를 흡수해 처리하는 기술에 집중하면 된다. 실제 이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 이를 CCUS기술이라 부른다. CCUS는 미국 발베르데 천연가스 발전소(Val Verde Natural Gas Power Plant)에서 1972년 최초로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CO₂를 포집·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Storage) 기술과 포집해 활용까지 수행하는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기술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내 이산화탄소 저장용량은 7.3억 톤인데 이는 CCS를 통해 포집된 CO₂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한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포집된 CO₂는 해양, 지중, 지표에 각각 저장될 수 있다. 해양 저장의 경우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해저면 또는 해양 심층수 내로 주입하여 해수에 용해시키는 방법으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해수의 산성화와 이에 따른 해양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로 현재 한국에서는 보류 중이다. 지표 저장의 경우 CO₂를 고착시킨 광물의 저장소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마찬가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중 저장은 시멘트 저장과 더불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인데, CO₂를 특정한 지질구조를 가지는 지중에 강제적으로 주입하여 오랜 기간 동안 누출되지 않도록 가두어 두는 방법으로 CO₂ 저감을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석유의 점성도를 낮추어 유정의 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어 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지질학적 특성상 지중 저장에 필요한 대수층이 존재하지 않아, CO₂를 저장하기에는 심히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곧 대한민국은 CO₂를 저장하는 CCS기술 보다는 저장된 CO₂를 활용하는 CCU기술에 사활을 걸어야 함을 의미한다.

CCU를 통해 CO₂를 이차전지, 태양전지의 핵심재료인 풀러렌, 탄소나노튜브로 변환
CCU를 통해 CO₂를 이차전지, 태양전지의 핵심재료인 풀러렌, 탄소나노튜브로 변환

CO₂, 풀러렌·탄소나노튜브로 변환

이러한 상황에서 CO₂를 재이용하는 CCU개념의 일환으로 ‘탄소 리사이클’이 부각되고 있다. 탄소 리사이클에는 CO₂를 수소와의 합성을 통해 다양한 화학원료나 청정연료로 변환시킬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와 포집된 CO₂를 이용하여 기존 화석연료와 동일한 연료 및 원료를 제조하여 사용함으로, CO₂를 대기로 배출하지 않고 재순환 시킬 수 있다. 이런 연료를 탄소중립연료, 이-퓨얼(e-fuel) 또는 재생합성연료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CO₂를 연료가 아닌 산업용 소재로도 변환 시킬 수 있다. CO₂에서 산소인 O₂를 날리면 탄소인 C만 남게 된다. 탄소인 C만을 합치게 되면 다양한 탄소소재가 만들어지는데, 연필심부터 다이아몬드까지 전혀 다른 특성의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탄소로만 이루어진 소재들은 나노탄소라고 불리며 대표적으로 풀러렌(fullerene),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그래핀 (graphene)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풀러렌의 경우 1nm정도의 지름을 갖는 축구공 모양의 나노물질로써 반도체 성질을 갖고 있어 이차전지, 태양전지에 활용될 수 있으며, 구 형태의 작은 크기를 활용하는 윤활유, 화장품 등에 응용되고 있다. 또 다른 재료인 탄소나노튜브의 경우 합성방법에 따라 반도체 또는 금속의 성질을 가질 수 있는 선형의 일차원 나노물질인데,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재료로 현재 각광을 받고 있으며 기존 ITO(Indium Tin Oxide)를 대체할 유연투명전극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그래핀의 경우, 높은 전도도와 투과도를 바탕으로 탄소나노튜브와 마찬가지로 ITO를 대체할 차세대 투명전극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이차전지 내에 그래핀 산화물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나노탄소 소재는 1개의 탄소수를 갖는 CO, CO₂, CH₄등으로부터 만들어 질 수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C1 화학’이라고 부른다. C1 화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원료 및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은 이미 다수의 상업용 설비가 가동되고 있을 정도로 양산성과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었다.

위에 언급된 이차전지, 태양전지, 대체전극, 화장품 등은 대한민국이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산업분야들이다. 이차전지의 경우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으며, 미중갈등을 고려했을 때 1위 기업인 중국 CATL사 또한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중 전기차용 배터리는 국내기업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곧 배터리 산업 발전과 대한민국의 또 다른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배터리는 핵심재료로써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며 최근 탄소나노튜브의 생산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CO₂를 활용해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를 생산하는 CCU기술이 성균관대 전일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CO₂를 활용해 탄소나노튜브 투명전극을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유연 디스플레이소자, 광센서, 태양전지와 같은 국내 주력 산업분야에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풀러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CCU기술을 통해 생산이 가능한데, 최근 ㈜경신홀딩스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풀러렌을 이용한 배터리 및 화장품 응용을 개발하고 있으며, K-콘텐츠의 성장과 함께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K-뷰티시장을 고려했을 때 CCU기술과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은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CCU 통한 기술개발, 국가 지원 필요

포집된 온실가스를 활용하는 핵심소재 생산과 이를 통한 대한민국 주력산업 발전은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강조하고 싶다. 특히,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사회 비용도 절감할 수 있으며 개발된 기술을 해외로 기술이전하여 금전적 이윤과 친환경국가라는 글로벌 이미지 제고도 노릴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책을 살펴보면 탄소중립에 대한 인센티브나 지원책은 논의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탄소중립사회로 가기 위한 더 적극적인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요구되며, 기업들로부터 위에 언급된 CCU기술개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장려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가중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CCU기술개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를 제안하고 싶다. 현재 다른 나라들은 CO₂배출 절감 및 CCS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한국이 CCU기술개발에 집중할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면 다른 나라에 CCU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위 기술을 바라보고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사회로 가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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