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활용하는 에너지는 원자력을 제외하면 모두 태양에너지다. 각 에너지원별로 태양에너지를 가용 에너지로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 태양광발전은 햇빛이 도달하는 순간 전기가 생산되고, 풍력은 태양에 의한 대기의 불균질 가열로 바람이 형성되어야 하니 짧으면 하루에서 수 주간이 지나야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지속가능성이 화두인 ESG 시대에도 화석연료를 무시하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화석연료야말로 저비용 고효율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직류전기만 불규칙적으로 생산하지만, 화석연료는 열에너지원으로 인류의 이동능력향상에 기여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화학산업의 기초소재이기도 하다.

모든 에너지 변환 과정은 석탄이나 석유든 태양 전지판 재료나 풍력 터빈 자석에 쓰이는 희토류 원소를 포함한 광석을 땅에서 채굴하면서 시작된다. 채굴된 재료를 정제나 정련하고, 생산된 소재로 설비부품을 제작 운송하여 에너지원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그런 설비의 가동을 통해 원하는 형태의 에너지를 얻는다. 이런 에너지 생산설비 건설에 필요한 자재의 양을 비교해 보면 신재생에너지 확충의 한계를 예견할 수 있다.

2015년 미국에너지성의 조사에 따르면 테라와트시(TWh)당 발전설비건설에 필요한 자재의 양은, 천연가스 발전, 원자력발전, 석탄화력발전 순이며, 태양광과 풍력은 석탄화력에 비해 9배 이상 많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필수적인 디스프로슘, 네오디움 등의 희토류 광물은 공급위험도가 높고 새로운 채굴생산에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의 설비확충에는 자재공급에 한계가 있다.

1차 에너지원은 가격의 수용성, 수요대응의 신뢰성, 용도의 다양성, 규모의 확장성 측면에서 비용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 위 네 요소로 보면 수십 년 이내에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을 예견하기 어렵다. 화석연료는 각국 정부의 주요 세원이므로 신재생에너지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화석연료 대신 세금을 낼 수 있어야 화석연료의 퇴출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나 그 경우에도 화석연료가 석유화학 기초소재이므로 전면퇴출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어떻게 탈탄소정책을 추진할까? 무엇보다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권고하는 탄소저감 대책이 있다. 그 대책의 우선순위은 효율향상, 탄소포집저장, 전기화 또는 수소화, 화석연료의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체인데, 우리 정부는 가장 후순위 정책에 집중한 셈이다. 화석연료마다 탄소발자국이 다르므로 달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는 생산단가도 낮고 생산과정의 탄소발자국도 가장 낮은 원유다. 천연가스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메탄이 배출되므로 그 양이 낮은 천연가스일수록 친환경적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 가운데 약20%가 메탄배출량이 0.2% 이하인 ‘공인 천연가스’(RSG, responsibly sourced gas 또는 certified gas)다. 앞으로 RSG 가격이 차별화 될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화석연료산업계 내에서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른 영역, 이를테면 기존의 CCS가 아닌 토양층의 이산화탄소 저장능력에 주목하자. ‘4 per 1000‘(4p1000.org)에 따르면, 토양층은 860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고, 전세계적으로 매년 43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므로 토양층의 이산화탄소 저장능력을 0.4%만 향상시키면 탄소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화석연료 업계에서 ‘4 per 1000’의 아젠다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탄소제로에 이를 수 있기를 소망한다. 화석연료는 지각에서 꺼낸 탄소인 만큼 땅에 되돌려 줘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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