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 = 주병국 기자] 최근 국내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 중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유승훈 학장을 만났다. 에너지 분야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유승훈 학장은 얼마 전까지 국가 에너지 수급 안정화와 미래비전을 제시할 제1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바쁜 나날을 보냈고, 곧바로 후속 작업 중 하나인 ‘제10차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위한 수요예측 실무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36년까지 국내 천연가스의 수요예측을 설계 중이다.

에너지정책 자문위원회 위원으로서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립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데 있어 다양한 역할도 하고 있다.

유 학장을 만나 윤석열 정권의 에너지정책 방향과 향후 국내 전력 및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직접 들어보고, 최근 국제사회에서 에너지 안보가 중시되는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응 방안, 그리고 에너지안보를 강화하면서도 천연가스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할 과제들을 살펴본다.

▲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정책 방향이 크게 변화된 듯한데,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점이 있다면?

-지난 정부에서는 원전의 역할을 축소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위주의 에너지전환을 에너지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중요한 가치로 제시하면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철학을 밝혔다. 그 중요한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역할을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천명했다.

▲ 지난해 8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발표됐다. 윤 정부가 내세운 원전의 중요성이 기본계획에 고스란히 반영된 듯하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각 발전별 발전 비중과 함께 주요 핵심 사항을 설명해 주신다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차이점은 2036년까지 노후원전 12기(10.5GW)의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건설이 중단되었던 신한울 3,4호기(2.8GW)의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다. 즉 가동률이 제법 높은 원전 13.3GW가 추가되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 보급목표는 2030 NDC의 30.2%에서 21.6%로 낮아졌다.

▲ 공청회를 거쳐 수립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언제쯤 최종 확정되나?

-공청회 이후 법적인 후속 절차로 국회 상임위 보고 및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 및 발표된다. 현재 국회 상임위 보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당초의 발표 일정인 지난해 11월말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중이다.

▲ 현 정부도 탄소중립을 에너지정책 수행목표 중 하나로 잡고 있고, 특히 탄소중립 기본법이 법제화되면서 이번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탄소중립 이행방안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 수준이며, 수요관리의 중요성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 NDC 상의 전환부문 온실가스 배출목표 149.9백만톤을 달성할 수 있게 작성됐다. 아울러 계획기간의 마지막 연도인 2036년에 대해서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의 중간 경로로 삼아 발전량 믹스를 설정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제시된 수요관리 수단을 계승하되, 행동변화 프로그램 및 EERS 사업 다양화라는 신규 수단을 추가했다.

비축 의무를 자가소비용까지 확장하는 것은 불합리

▲ 사업자 간에 발전 허가를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향후 신규로 발전 허가를 받으려는 사업자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한다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의 신규 예비력설비는 1.7GW에 불과한 실정이라 신규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자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자가발전이건 상용발전이건 간에 효율이 50%에 불과한 LNG 복합발전보다는 종합효율이 80%에 달하는 LNG 열병합발전이 바람직하고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 곧 제15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도 추진될 듯한데, 언제부터 착수되나?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은 이미 시작됐다. 도시가스 부문에 대해서는 수요예측, 설비계획 등의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고 발전용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되면 그 내용을 활용하여 15차 계획이 완성될 것이다. 15차 계획의 발표 시점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된 후 3∼4개월 후로 예정되어 있다.

▲ 제15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핵심 사항은?

-2021년의 LNG 발전량 비중은 29.2%였다. 그런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의 2036년 LNG 발전량 비중은 9.3%이다. 2036년의 LNG 발전량 62.3TWh는 2021년의 LNG 발전량 168.4TWh의 37.0% 수준에 불과하다. 정말로 이렇게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LNG 발전량의 변동성을 감안하면서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중장기적으로는 천연가스 비중이 줄 것으로 전망되나, 현 정부 때는 변동이 있는지. 그리고 국내 천연가스의 수요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

-그렇다. 윤석열 정부 기간 중에는 천연가스의 수요에 있어서 별다른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수요는 탄소중립의 이행에 따른 전기화의 영향으로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발전용 천연가스의 수요가 대폭 줄 것으로 보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늘어나거나 유지될 것이다.

▲ 최근 민간 직수입사업자의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수입량(900~1000만톤)이 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수급 물량은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당분간 이런 양상은 지속될 듯한데?

-민간 및 발전공기업까지 천연가스 도입을 늘리거나 신규로 도입할 것이다. 비록 한국가스공사가 개별요금제로 국내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를 견인하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도시가스 공급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는 교차보조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므로, 도시가스 외 민간 및 발전공기업의 직도입 물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천연가스 도매시장의 건전한 경쟁과 발전을 위해 현재의 도매시장 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어떻게 보시나?

-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배관망 독점 사업자가 도입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입 이외의 천연가스 공급 부문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진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도입과 배관망의 회계분리를 명확하게 하면서 배관망 운영의 공정성을 감시하고 규율할 수 있는 가스위원회와 같은 규제기관이 필요하다.

▲ 최근 국제에너지 시장 변동성 확대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에너지안보 강화차 민간 직수입사업자에게도 비축의무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직수입자의 경우 자가소비용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어서 법적으로 재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가스공사에 부여되는 비축 의무를 자가소비용에까지 확장하는 것은 난센스이다. 비축 의무가 없는 직수입자가 수급 문제를 야기한 유의미한 사례도 없다. 에너지안보를 위해 자가소비용에 비축 의무를 부과한다면 자가소비용으로 도입한 천연가스의 재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된다.

▲ 반면 자가소비용에 국한된 민간 직수입사업자의 역할 확대를 통해 전기요금 외 가스요금까지 인하하도록 시장환경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직수입한 천연가스를 도시가스사에도 팔 수 있도록 재판매 불허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값싸고 안정적으로 확보한 천연가스를 도시가스사에 공급할 수 있다면 도시가스 요금 인하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재판매를 허용한다면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한 규제 조치를 직도입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직수입자가 도시가스사에 도입한 천연가스를 재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발전사업자, 산업용 도시가스 대규모 수용가에도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천연가스 공급 부문의 플레이어를 다양화해야 한다. 아울러 배관망 운영에 있어서의 공정성 및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 가스공사의 주 배관망에 관한 효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현재는 효율적 관리 여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순환보직의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의 인력만으로는 배관망 관리 효율화 감독이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가스위원회가 만들어지던지 전기위원회가 확대된 전기가스위원회를 통해 배관망 관리 효율성 제고를 감시하고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 이 체제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OECD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다.

▲ 최근 전기와 가스를 통합한 전기 및 가스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

-천연가스 부문 자체의 갈등 및 조정 이슈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천연가스와 전기가 얽혀있는 이슈 또한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조정하거나 판정을 내릴 규제기구는 없다. 따라서 영국의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 프랑스의 에너지규제위원회(CRE), 미국의 공익사업위원회(PUC), 독일의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와 같은 전기가스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 세계각국마다 에너지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는 100% 해외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국내 천연가스 수급안정화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수급 안정화를 위해 반드시 챙겨봐야 할 사항이 있다면?

-지난 11월 카타르에서 2022 월드컵이 열리던 기간 중에 두 건의 장기 천연가스 공급 계약이 이뤄졌다. 중국은 LNG를 매년 400만톤씩 27년 동안 도입하는 600억불(약 80조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역사상 최대 규모다. 에너지전환의 모범 국가라 인정되는 독일도 매년 200만톤씩 15년 동안 LNG를 공급받는 계약을 카타르와 체결했다. 반면에 일본은 카타르와의 장기계약 체결에 실패했다. 우리도 LNG 운반선 발주 등 얻어낼 것은 얻어내면서 카타르와 장기계약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


유승훈 학장은

■ 학력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공학사, 공학석사(자원경제학)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과정 경제학 박사(자원경제학)

■ 현재 교내 활동

창의융합대학 학장, 창의융합대학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에너지융합연구센터 연구소장

■ 최근 몇 년간 주요 활동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 자문관

산업통상자원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18-’40) 총괄분과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34) 총괄분과 위원장

■ 현재 주요 외부활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전기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 자문위원회 위원/전력시장 규칙개정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제10차 전력수급계획(’22-’36) 총괄분과 위원장 및 수요전망 WG 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22-’36) 수요예측 실무위원회 위원장 및 수급위원회/시설계획 실무위원회 위원

한국남동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수자원공사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대한석유협회 탄소중립위원회 부위원장/한국철강협회 그린철강위원회 위원

한국도시가스협회 미래비전위원회 위원/아모레퍼시픽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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