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와 25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여 움츠러든 새해라 희망어린 덕담으로라도 위안을 삼아야 하나 우리나라 에너지분야의 현실이 그런 여유마저 허용하지 않으니 서글프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9조원에 이른 반면 LNG 직도입 발전사의 수익은 한 때 횡재세가 언급될 정도로 컸으니 우리나라 천연가스 수급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에너지 관련 기술, 경제성, 시장, 그리고 에너지 정책 등의 복합적인 여건에 따라 에너지수급과 투자가 이뤄진다. 에너지수급은 자본에 의존하게 마련이라 시장의 실패를 막아야 하는데 작금의 우리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활용할 수단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에너지시장의 기능정상화 수단은 시장중심 해결책과 정책중심 해결책으로 나뉜다. 이런 원칙에 따르면 LNG시세에 맞춘 가스요금 현실화는 우리의 에너지 거버넌스로 보면 시장중심적이면서 정책중심적인 해결책이었는데 실기했다.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대외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과감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탓에 문제를 키웠다. 이런 정책의 실기가 아쉬운 까닭은 우리 경제발전 과정에서 에너지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과정에서 가장 큰 시련은 1973년부터 1975년 중반까지의 1차 에너지 위기다. 당시 아랍산유국이 원유가격을 4배 인상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원유판매 금지로 국내 석유부족, 국제원자재 가격급등으로 극심한 물가파동과 무역적자 심화 등이 한꺼번에 닥친 경제의 퍼펙트 스톰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석유 10% 절약, 네 차례에 걸친 대담한 석유류 가격 인상(73.12.5 30%; 74.2.1 82%; 74.4.8 22.3%; 74.12.7 31.3%), 원유확보를 위한 다양한 외교노력 등을 실행했다. 또한 당시 정부는 국민의 생계안정을 위한 다양한 실질소득 보전방안과 상품 가격통제를 실행할 대통령 긴급조치권 3호를 발동하고(74.1.14) 환율인상(74.12.7 21%인상)을 단행하였다.

그렇지만 50년 전의 1차 에너지 위기를 통해, 에너지위기는 곧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되므로 에너지수급 안정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조치가 필요함을 되새겨야 한다. 만의 하나 우리에게 에너지 수급문제가 발생할 경우, 에너지 절약은 필수가 될 것이다. 당시의 에너지 절약 경험에 따르면 10% 정도의 절약은 생각보다 상당히 수월했다고 한다. 그리고 1차 에너지 위기 당시, 원유확보를 위해 아랍국가와 외교관계도 없었고 친아랍국으로 인정받지 못했음에도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여 외교교섭을 벌였다. 이런 경험을 거울삼아, 만약 우리나라 LNG수입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는 천연가스 자원부국인 이란이나 러시아와 대담한 외교교섭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1차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LNG도입, 원전 건설과 에너지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기 시작했던 만큼 오늘날 우리도 에너지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에너지전환기의 화두가 탄소저감이므로 가스업계에서는 수소뿐만 아니라 탄소 중립적이며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기존의 천연가스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Bio-LNG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2021년 10월부터 다양한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여 매년 3400톤의 Bio-LNG를 생산하는 설비가 가동 중이다. 미미하게 보이겠지만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적인 에너지 수급의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으니 유기성 폐기물이 많은 농업국가와의 협력 사업을 도모해 볼 필요도 있다. 책상물림의 기우인지 모르겠으나 올해에는 과거를 고찰하여 미래의 새로운 사태에 대처해야만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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