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국내 가정용 가스보일러 제조사는 지난 2021년 1월 롯데알미늄 보일러 사업부를 대성쎌틱에너시스가 공식 인수함에 따라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 대성쎌틱, 알토엔대우 총 5개 기업이 서로 경쟁하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5개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2017년 1조7422억원, 2018년 1조7637억원, 2019년 1조7592억원, 2020년 2조2404억원, 2021년 2조5541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다만, 매출의 증가세와는 별개로 영업이익은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021년 대폭 증가했지만 이전까지의 추세와는 동떨어져 있어 둔화하는 양상이다.

현재 상황은 해외 수출의 증가와 보일러 제품 가격의 인상요인 등으로 매출이 증가한 반면, 2019년 말부터 국제 원자재가격이 인상했고,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물류비도 상승하면서 제조사들의 실제 마진이 줄어든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이번 신년특집호에 국내 가정용보일러 제조사들의 올해 시장 전망과 영업전략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경동나비엔, 해외 매출이 70% 이상

국내 가정용보일러 시장은 연간 130~150만대 판매로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에, 국내 제조사들은 오래 전부터 해외 시장 개척을 늘리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보일러제조사 가운데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은 경동나비엔이다. 경동나비엔의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 2018년 52.6%, 2019년 56.7%, 2020년 58.0%, 2021년 65.0%에 지난해 3분기 기준 70%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에는 처음으로 해외시장에서의 매출액이 8천억원을 넘긴다고 추산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해외 매출은 대부분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데 전년 동기 대비 15.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러시아 시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에도 현지 재고를 사전에 확보, 전년 동기 대비 22.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의 해외 수출이 호황을 보인 것은 보일러와 온수기 등 주력 품목이 경기 영향을 덜 받고, 고환율 효과가 더해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북미에서는 경동이 온수기 부문 1위에 올라 몇 년째 위치를 지킬 정도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여기에 더해 영국에도 법인을 설립하고, 영국정부의 로드맵에 대응하면서 현지에서 수소 인증 ‘H2 Ready’도 획득했다. 또한, 캐나다와 멕시코 법인도 설립해 향후 중남미 시장에 대한 판로도 만들어가고 있다.

귀뚜라미와 대성쎌틱에너시스도 북미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 귀뚜라미는 위탁개발생산(ODM)을 통해 현지 시장에 들어갔으며, 대성쎌틱은 ‘베스타’라는 독자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발을 넓히고 있다.

또한, 러시아 시장에 대해서도 귀뚜라미와 대성쎌틱은 지난해 2월 ‘아쿠아썸 모스크바 2022’에 참가해 현지 상황에 맞는 제품을 소개하고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가정용보일러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가스사용량을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가정용 가스보일러 자체의 수요는 증가 추세에 있다”며 “유럽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A/S 시스템이 국내 제조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수주액 27% 이상 증가

가정용보일러 시장은 건설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내 가정용보일러의 한 해 평균 수요치는 약 130만에서 150만대 사이로 추정하는데, 재건축이 활성화되면 수요가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각 보일러 제조사는 해마다 신축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에 대량 납품을 위해 경쟁하곤 한다. 문제는 최근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보고서는 2023년 공동주택(아파트) 입주 물량을 34.3만호로 최근 2020년 평균 32만호 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수도권 입주물량은 비슷한 수준이나, 지방 입주 물량이 1.5만호 정도 확대되는 수치다.

이와 대조적으로 2022년 아파트 분양 실적을 살펴보면 2021년 1월부터 9월과 비교했을 때, 전국적으로 분양 물량은 2.4% 감소했다. 지방은 8.6% 감소, 수도권은 4.8% 증가로 대조적인 모습이다.

공동주택에 대한 미분양 물량은 2022년 9월 기준 총 4.2만호이며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미분양은 수도권에서 2021년 1,500호에서 2022년 7,900호가 되었으며, 지방에서는 1.6만호에서 2022년 3.4만호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재건축 및 재개발 수주액은 2022년 1~8월 중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한 15.3조원을 기록했다. 향후 정부의 재개발, 재건축 촉진 및 도심복합사업 적극 추진시 수주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정부 계획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연평균 수주액이 20~22조원에서 25~28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 경기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와 원자재 가격 안정화가 예상되는 상황은 긍정적이나, 반대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금리 상승, 입주 물량 확대 등은 부정적인 요인이라 보일러업계는 올해 시장이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보일러 및 가스배관 업계의 한 관계자는 “PF 대출이 막힘에 따라 건설 경기가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올해 발주 물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보일러 지원금 아직 더 필요

환경부가 편성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가정용 친환경보일러 지원금은 2022년과 동일한 일반가정 1대당 10만원이지만, 지원대수는 2022년 60만대에서 9만대 줄어든 51만대로 예상된다.

보일러 업계에서는 지원금이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어듬에 따라 소비자의 주문이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부는 법으로 의무화된 시점부터 개별 지원금은 줄이고, 지원대상 가구를 늘린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산업기술원의 의뢰로 ㈜이노엑트가 작성한 ‘친환경보일러의 온실가스 저감효과 및 경제적 편익 분석’ 보고서는 2020년 4월 이후 국내 친환경보일러 설치 의무화가 추진된 이후 환경·경제적 측면의 효과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친환경보일러를 사용하는 것이 연간 연료비를 최소 30만원 이상 절약한다고 분석했으며, NOx와 CO는 각각 1/7, 1/3이하로 배출한다고 명시했다.

환경산업기술원 보고서는 향후 전국 가스보일러 약 1200만 세대 전체를 친환경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국내 CO₂ 배출량은 0.80%, NOx와 CO배출량은 2.83%와 6.09%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친환경보일러의 경제성과 환경성은 이미 각계 각층에 널리 알려진 상황이지만, 결국 소비자를 유인할 만한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소비자의 교체 수요를 감소시킨다는 뜻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지자체마다 보조금이 줄어듦에 따라 친환경보일러 신청을 다시 늘리기 위해 지급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일반보일러를 친환경으로 교체하거나, 중앙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경우, 공공임대주택 교체, 신축 건물 신규 설치에도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보일러 시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보일러의 장점을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여전히 교체를 생각하기 힘들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일반 가구에 대한 보조금은 따로 분리해서 진행해 에너지복지 지원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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