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로리차량이 고압가스플랜트에서 액체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탱크로리차량이 고압가스플랜트에서 액체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한국개발연구원(1.8%)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1.8%), 한국경제연구원(1.9%) 등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전망치를 2% 이하로 발표했다. 한국은행(2.1%), 기획재정부(2.5%) 등은 2%를 약간 상회한 수치를 내놓기도 했으나 글로벌 통화 긴축 강화, 에너지문제, 중국 부진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동반 위축되면서 빠르게 둔화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올해도 두바이유 기준으로 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내외로 등락할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원유 수입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럽의 에너지 수급 차질이 심각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주요 산업의 기상도를 살펴보면 산업용 고압가스업체들이 어떠한 방향을 잡아 항해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선과 이차전지 분야다. 국내 대규모 조선사들은 LNG선박 수주 등의 호황에 힘입어 최고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함에 따라 이차전지 분야도 타 업종의 부러움을 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 정유 및 석유화학, 반도체까지 모두 지난해 대비 글로벌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산업용가스의 수요도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본지는 2023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를 맞아 산업용 고압가스업계 전문가들을 만나 취재해 고압가스제조분야, 고압가스충전·판매분야, 반도체용 특수가스분야, 수소 및 탄산분야, 의료용가스분야 등으로 나뉘어 전망해본다.

█ 고압가스제조분야

해마다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고압가스제조분야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풀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하던 고압가스메이커들은 정체기를 맞은 반도체산업의 영향을 받아 수요가 주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서비스산업은 코로나 특수의 소멸, 재고 축적, 투자 위축 등으로 정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용 고압가스 및 특수가스 수요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네온, 헬륨 등 희귀가스와 같이 특수한 품목을 취급하는 몇몇 고압가스메이커들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몇몇 고압가스메이커가 플랜트 정비에 따라 질소, 아르곤 등이 다소 부족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전기요금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실정이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두 차례 이상 원료가스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여 고압가스메이커들의 매출 규모는 자연스러운 증가가 예측된다.

아직도 일부 고압가스메이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계획과 함께 공기분리장치와 같은 고압가스플랜트를 추가로 건설하게 됨으로써 장밋빛 전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산업용 고압가스제조분야는 린데코리아(대표이사 회장 성백석)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대표 김승록)가 굴지의 반도체회사를 대상으로 초고순도 등의 가스공급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어퍼스트(대표 양한용), DIG에어가스(대표 오규석)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그린에어, 코리아에어텍, 단일가스켐 등 중소규모 고압가스메이커들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철강기업인 포스코 산업가스사업부도 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최근 들어 네온 등 희귀가스 제조를 위한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 고압가스 충전·판매분야

올해도 국내 고압가스충전 및 판매업계는 심각한 인력난과 함께 인건비가 급상승하고, 중대재해법의 단계적 적용에 따라 안전관리비용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탄산, 헬륨, 질소, 아르곤, 아세틸렌 등 각종 산업용 고압가스의 원료가스가격이 급등,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중소제조업체의 가동률 저하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 국내 산업용가스의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각종 금속과 관련한 원부자재의 급등으로 인해 밸브, 용기, 초저온저장탱크 등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고압용기 및 초저온용기의 재검사비까지 잇따라 오르는 등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 채산성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

또 지난해 차량에 고정된 탱크(탱크로리) 충전설비 기술검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확정돼 올해는 이를 갖추기 위한 설비투자가 몰릴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고압가스충전사업장 내에 고압용기보관장소를 설치해야 하는 등 법령에서 정한 시설을 모두 마련해야 하므로 설비투자에 따른 비용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중부지역 고압가스충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탱크로리 충전허가, 고압용기보관장소 등을 설치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고압가스충전 및 판매소들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제값을 받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용 특수가스분야

반도체 경기의 호황에 힘입어 매년 눈부신 성장을 해온 반도체용 특수가스메이커들은 이 같은 고공행진의 기류가 꺾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산업 또한 글로벌 경기의 기상도가 다소 흐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반도체용 특수가스의 수요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계획에 따른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예년 수준의 판매량이 유지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없지 않다.

여기에 최근 네온, 헬륨 등 희귀가스의 가격상승이 다소 꺾이기는 했으나 매출액 증가와 함께 영업이익이 상승하는 시너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 최대의 특수가스메이커인 SK머티리얼즈가 특수가스사업부문 일체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을 만들고 이와 동시에 존속 지주사업부문은 SK㈜와의 합병을 거쳐 SK머티리얼즈가 SK스페셜티로 사명을 변경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원익머트리얼즈는 지난해 네온 등 희귀가스가격이 급등으로 눈에 띄는 영업이익을 올렸고, TEMC는 지난해 황화카보닐(COS), 일산화탄소(CO) 등 카본계열의 에칭·냉매용 특수가스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제3공장을 건설했다.

이밖에 다이킨첨단머티리얼즈코리아 당진공장 준공을 비롯해 백광산업이 고순도 HCl(염화수소), 고순도 아산화질소(N2O) 등의 생산라인 신증설 등 특수가스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 탄산 및 수소분야

정유나 석유화학공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받아 정제, 유통하는 수소 및 탄산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탄산의 공급 부족 현상은 정유 및 석유화학플랜트의 정비일정이 몰린 탓도 있으나 반도체공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탄산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이커머스시장의 급팽창으로 인해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고질적인 수급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 상반기 새롭게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대산석화단지 내 신비오케미컬에서 탄산이 생산될 경우 수급 대란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유 및 석유화학플랜트의 유지보수가 몰려 가동률이 떨어질 경우 올해도 수급 불균형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이밖의 탄산 수요는 조선사들의 LNG운반선 수주가 잇따르고, 농업용 탄산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 당분간 탄산의 공급 부족은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소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할 경우 정유 및 석유화학플랜트의 가동률이 저하될 것이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맥쿼리자산운용이 인수한 ㈜덕양의 회사명을 어프로티움으로 바꾸면서 CCUS(탄소의 포집·활용·저장) 등의 투자 확대를 통해 향후 수소 및 탄산과 관련한 사업의 확대가 예측되는 분위기다.

한편, 수소는 산업용 외에 수소모빌리티분야의 성장에 따라 수송용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 수소승용차 외에 수소버스, 수소상용차 등으로 확대되면서 수송용의 증가가 예상된다.

█ 의료용가스분야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고시를 통해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일부 개정함으로써 의료용산소(함소흡입제) 10ℓ의 상한금액을 9원에서 11원으로 22.2% 인상함으로써 의료용가스업체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전신마취제로 사용하는 의료용 아산화질소(N2O)도 질산암모늄 등 원재료가격의 상승분을 반영해 45ℓ 기준으로 433원에서 650원으로 50.1% 인상함으로써 그동안 손실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공립병원들의 의료용가스 구매입찰이 연말연시에 집중돼 있는데 과당경쟁으로 치닫게 될 경우 상한금액(보험수가) 인상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용가스업계에서는 아직도 6㎥ 규모의 고압용기에 충전된 의료용산소의 가격이 6600원에 불과해 기체산소에 대한 상한금액을 현실화하는 등 전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고압가스업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부터 우수의약품 품질 및 제조관리기준(GMP)의 데이터 완전성 평가를 적용함으로써 의료용가스와 관련한 제조원가가 상승, 가격인상요소로 작용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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