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린나이 가정용 수소보일러의  내부와 외부
일본 린나이 가정용 수소보일러의 내부와 외부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수소는 지구상에 9번째로 풍부하며, 질량기준으로 우주의 75%를 구성하고 있다. 수소를 연소할 경우 순수한 물만 발생하기에, 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발열량을 비교할 경우에도, 수소는 1kg당 142MJ로 메탄(CH₄)의 55.9MJ, 프로판(C₃H₈)의 51.8MJ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의 열량적인 장점과 청정에너지로서의 가능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세계적으로 수소의 사용은 연료전지에 투입하는 연료로서의 역할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수소를 직접 연소하는 기술과 기기의 개발과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본지는 이번 신년특집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소연소기기 개발과 수소연소기술 현황과 미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가정용 수소보일러, 역화현상 방지 필요

2020년부터 세계적인 연소기 제조사들은 가정용 수소보일러 및 혼소기술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며, 시제품을 만들었다.

지난해 5월 일본 린나이(Rinnai)는 세계 최초의 수소 전소 가정용 보일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린나이기술센터에서 컨셉 모델을 보도진에 공개했다.

수소의 이익 활용에서 선행하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 2030년경의 시장 투입을 목표로 한다. 상품화를 향해 11월부터 호주에서 실증실험을 할 예정이다.

린나이는 호주의 가스공급회사 AGIG의 제안에 따라 2019년부터 개발을 진행해왔고 이미 호주의 가스검정기관이 컨셉 모델 평가시험을 하고 있다. 수소를 활용하는 모델하우스를 AGIG가 빅토리아주에 짓고 급탕용 2대, 난방용 2대를 설치한다. 2~3년 정도 실증을 한 후 장기사용에 의한 내구성 및 신뢰성을 검증해 양산화할 계획이다.

수소는 연소 시 CO₂를 배출하지 않으나 연소속도가 천연가스 보다 약 8배 빨라 일본에서 사용되는 급탕기의 분젠버너로 연소시키면 저부하에서는 버너 내부에 화염이 들어가는 역화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린나이는 이 역화를 억제하는 수소전용버너를 개발했다.

린나이의 전용 표면연소버너는 미세한 금속을 적층시켜 소결금속을 활용했다. 특히 판금슬릿을 조합해 역화(逆火)를 방지하고, 프레임 트랩을 개발해 수소와 공기는 통과시키고, 화염은 차단해 역화 발생 시 화염 전파와 버너 공급하는 수소·공기의 압력 손실을 억제시켰다.

영국의 우스터 보쉬(Worcester Bosch)는 2021년 천연가스 보일러를 개조해 수소보일러 시제품을 제작한 바 있다. 보쉬의 시제품은 확산연소타입과 예혼합연소 타입 2가지가 있다.

확산연소형은 역화를 방지하기 위해 주입 각도가 다른 20여개의 0.7mm 구멍이 있는 수소 공급튜브를 기존 버너 아래에 배치해 연료와 공기를 따로 공급하고, NOx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반응물 체류 시간을 단축하고, FGR방식을 조합했다.

네덜란드의 BDR Thermea 그룹의 박시(Baxi)도 이미 수소로 구동 가능한 보일러 시제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경동나비엔이 지난 2021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인하대 키우리(KIURI)연구단과 협업해 가정용 수소보일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만, 수소연소 보일러는 수소의 생산과 공급, 기존 파이프라인을 통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용화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분야 적용은 NOx 배출량 저감이 핵심

산업 분야에서는 발전소에서 쓰이는 터빈, 산업용보일러 및 버너 등이 수소를 연소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수소 및 암모니아를 가스터빈에 연료로 활용하는 방식은 기존의 LNG 연료 일부를 수소 또는 암모니아로 대체해 혼소하는 방식과 수소 또는 암모니아로만 발전하는 전소 방식이 있다. 수소는 메탄에 비해 화염온도가 높고 연소 속도가 매우 빨라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다.

수소터빈 분야는 미국 및 유럽 그리고 일본 등의 주요 제조사인 GE, 지멘스(Siemens), 미츠비시파워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개발 및 실증 사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효율이 낮고 NOx 발생이 큰 1세대 확산 화염 방식에서 고효율의 저NOx 방식인 2세대 예혼합 방식의 가스터빈에 수소를 혼소해 발전하는 방식에 관한 연구 및 실증 사업화, 그리고 고농도 수소 혼소 또는 수소 전소를 위한 3세대 다공형 가스터빈 연소기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대형 가스터빈 분야에서 GE는 50% 수소 혼소가 가능한 연소기 개발을, 지멘스는 30% 수소혼소가 가능한 연소기를, 미츠비시파워사도 최신 J급 가스터빈 기종에 30% 수소혼소가 가능한 연소기를 개발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의 실증을 위해 GE가스터빈 대상으로 미국 오하이오주에 2021년 말부터 15%의 수소 혼소를 시작으로 점차 고농도 수소 혼소를 통해 2030년 이후에는 수소 전소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츠비시파워에서는 2025년부터 미국 유타주에서 그린수소를 활용한 수소 혼소 실증, 전소를 위한 연소기(멀티 클러스터형)또한 2025년까지 개발하고 향후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형 가스터빈 분야에서 미국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수소 전소가 가능한 5/12/16MW 용량의 NovalLT 모델을 개발했으며, 지멘스사의 소·중형 5~62MW 가스터빈 기종의 수소 혼소율은 최대 60%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EU의 그린수소 활용을 위한 수소전소 가스터빈 프로젝트에서는 지멘스의 SGT-400기종을 대상으로 진행 중에 있다.

산업용보일러·버너 분야에서는 일본이 상당히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미우라(MIURA)는 이미 2017년에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관류증기보일러 시리즈를 개발했다. 미우라의 수소 관류보일러는 수소 사용량이 시간당 400N㎥, 연간 가동시간이 6천시간, 수소발생열량이 1N㎥당 10.77MJ인 경우 CO₂배출량을 연간 약 1400톤 감소시킨다. 미우라는 수소를 사용하는 보일러 모델을 이미 3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산업용 수소버너 분야는 2018년 주가이로(Chugai Ro)공업이 도요타와 개발한 세계 최초 공업용 범용 수소버너가 있다. 수소는 최고 단열 화염 온도 상승(메탄보다 150℃ 상승)에 따라 증가하는 NOx생성량 감소 기술이 필요하다.

주가이로는 버너 연소통 내부에서의 수소와 연소 공기의 혼합 상태를 최적화시켰다. 수소와 연소 공기를 평행하게 토출시키고, 토출구의 거리를 조절하고, 수소의 토출 속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주가이로의 수소버너는 NOx 생성량을 기존 도시가스 연소와 동등 또는 이하까지 저감했다.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체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 S1(270MW), S2(380MW)를 대상으로 수소혼소 50%를 목표로 기술개발을 통해 2027년까지 실증 추진 예정이며, 2030년 이후에는 수소 전소가 가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중소형 가스터빈(5~90MW)대상으로는 수소 전소를 목표로 2030년 이전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며, 운영 중인 대형 터빈의 개조를 통한 수소 혼소(~30%)를 위해 연소기 개발 및 실증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용 보일러 및 버너 분야에서는 수국, 대열보일러, 대림로얄이앤피 등이 수소연소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수국은 2011년 경 중국에서 수소버너를 개발·설치해 운영한 경력도 있다.

다만, 국내 산업용보일러·버너 제조사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기에 기술 개발을 위한 R&D에 투자하는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용보일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 등에서 수소보일러, 버너 등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면이 열악한 상황이다”며 “수소경제를 대비하기 위해 연료전지 등에만 신경쓸게 아니라 수소 연소기기 개발에 대해서도 국가적인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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