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 온사이트 충전소는 ‘상암 수소충전소’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온사이트 충전소는 ‘상암 수소충전소’이다.

[가스신문 = 한상원 기자]  2022년 6월 7일부터 8일간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수소충전소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파업이 시작되고 전국 110개 수소충전소 중 36개(33%)가 아예 문을 닫았고, 그나마 영업을 하는 곳도 여수, 울산, 대산 등 산업단지로부터의 수소공급 중단으로 제한 충전을 시행했다. 차량 한 대당 충전량을 제한해 수소차 운전자들은 연료 부족에 허덕였다. 수소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아산, 대전 등 일부 지자체는 감차 운행을 진행했다. 또, 서산 대산석유화학공단에서는 화물연대가 진출입로를 막으면서 수소튜브트레일러가 수소충전소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충전소는 일정지역에서 대량 생산된 수소를 파이프라인 또는 튜브트레일러로 이송된다. 그러므로 화물연대 파업은 수소충전소에게는 큰 타격이 되는 셈이다. 수소유통전담기관을 포함한 수소생산업체, 유통업체 등 파업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고유가로 수소 공급량이 감소하여 각지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대란’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며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소수급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수송용 수소공급 확대를 위한 수소생산·유통업체 등에게 협조요청을 했다. 또, 수소유통점검기관에 수소수급 대책반을 구성해 수소출하시설 가동현황과 수소유통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이를 통해 기존 하루 2톤 수소를 출하하는 설비가 재가동되었고, 신규 출하설비도 최대한 빠르게 가동시켰다. 삼척 수소생산기지도 조기 가동을 위해 지원했으며, 평택 수소생산기지도 본격 가동을 예고하며 수소부족 문제에 대해 대응했다.

이런 상황들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수소운송·공급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효율 높지만 외면 받는 온사이트 충전소

수소충전소는 수소공급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오프사이트(Off-site) 충전소와 온사이트(On-site) 충전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수소충전소는 오프사이트 충전소이다.

오프사이트 충전소는 저장식 공급방식으로, 외부의 수소 생산지에서 파이프라인이나 튜브트레일러, 탱크로리 등을 통해 수소충전소까지 수소를 운송한 뒤, 수소차를 충전한다. 현재 국내에 구축된 수소충전소 대부분은 대량의 수소를 튜브트레일러를 활용한 오프사이트 충전소이며 수소생산 비용은 저렴하지만, 수소이송에 따른 운송비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온사이트 충전소는 수소충전소 내에서 수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조식 충전소로, 분산 공급방식에 해당한다. 크게 추출형과 수전해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추출기를 활용하여 천연가스나 LPG 등에서 수소를 개질(추출형)하거나 물을 수전해(수전해형)하여 수소를 생산한 뒤, 수소차를 충전한다. 수소생산지역에서 거리상 많이 떨어져 이송비용이 증가할 경우 유리한 장점이 있으나, 오프사이트 충전소에 비해 개질장치 또는 수전해장치가 필요하기에 초기 충전소 건설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온사이트 충전소에서 추후 천연가스를 통해서가 아닌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게 된다면 환경 오염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충전소로 각광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온사이트 충전소는 ‘상암 수소충전소’이다. 매립지의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 등의 매립가스들을 배관을 통해 수소충전소로 공급한 후, 열분해 과정을 거치면서 순도 100%에 가까운 수소로 바꾼다.

상암수소충전소는 70㎫(700bar)급 디스펜서를 포함해 250㎏/day급 수소추출기와 고압압축기(90㎫), 기초압축기(45㎫) 설비가 각각 1기씩 있다. 수소저장용기는 721L급 저압용기(45㎫) 8기에 553L규모의 고압용기(88㎫) 2기가 있다. 하루 250kg의 수소를 생산하며, 도시가스가 연료로 시간당 45~49.1N㎥ 사용된다. 수소의 순도는 99.995% 이상이다. 하루 30~40대 이상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다.

또, ‘창원 성주수소충전소’가 있다. 도시가스 배관을 통해 공급받은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한다. 하루 당 500kg급 수소추출기 2대가 병렬 구조로 배치돼 하루 1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충전소가 상업운전에 들어가면 튜브트레일러 2대가 수소출하장을 동시에 드나들며 창원지역 충전소에 수소를 판매한다.

이렇듯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는 화물연대 파업과 고유가 시대의 위기 속, 대안이 될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현재 지자체는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나서 다시 정부 지원을 받아 수소생산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식으로 온사이트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온사이트 수소충전소에 대한 보조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가격의 상승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환율상승 등으로 인해 수소 제조 및 구매원가가 급등하고,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수소 운송비가 상승하면서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의 수소충전요금이 8800원에서 9900원으로 인상됐다. 또한 기존 7000원대를 유지하던 울산 지역 수소충전요금도 8000원대로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수소차 이용객들의 반발도 있지만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업계에서는 90% 이상 수소충전소가 적자 운영을 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 수소충전소와 소비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온사이트 충전소의 보급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7월 준공된 평택 수소생산기지.
지난해 7월 준공된 평택 수소생산기지.

지역별 수소생산기지 필수적이지만 더뎌

수소생산기지는 규모에 따라 거점형과 분산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거점형 생산기지는 중·대규모로 공급망에 300~1,000N㎥/h 이상급의 수소 개질기를 구축해 대량의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차 확대 등으로 증가한 수소의 수요를 대비하기 위한 곳이다. 분산형 생산기지는 소규모이지만 수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축되는 곳으로 300N㎥/h급 수소 개질기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공급한다.

수소가 원활하게 공급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수소생산기지가 필요하다. 수소생산기지는 수소가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족한 수소공급의 문제를 비롯해 현재 수소가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운송 비용의 부담감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2021년부터 난항을 겪어왔다. 예산 불용액이 450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예산 불용액이 발생한 사업은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수소경제 이행의 필수과제인 수소 접근성 제고를 위해 도심지 또는 수소 수요지 인근에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한다는 목적에서 시작됐으나 결국 중단됐다. 당시 이유는 타당성 재조사의 이유이다.

2022년 6월에는 소규모 및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폐지했다. 정부 정책 목표가 ‘청정수소’로 확정나면서 천연가스를 이용한 개질수소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정부는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사업은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총 3개소에 대해 총 162억9000만원을 지원하고 기지는 하루 1톤 이상 수소생산이 가능한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생산·저장·운송시설)를 구축해야 한다. 모집 결과 전북 부안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수전해를 기반으로 한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한다면 수소경제를 위한 최대 효과를 이끌 순 있지만 앞서 말한 화물연대 파업과 고유가 시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나 먼 미래일지도 모른다. 수소공급 문제와 생산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지역별로 수소생산기지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수소생산기지는 수도권 첫 수소생산기지이자, 중대규모로 전국 유일의 평택시 수소생산기지이다.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산업부가 2019년부터 대산·울산·여수 등 석유화학 단지에서 생산되는 수소차에 공급되는 수소의 지역 편중을 풀기 위해 수요지 인근에서 천연가스를 활용해 수소 연료를 공급하는 수소생산기지 건립 방안의 하나로 추진됐다. 하루 최대 7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연간 43만 대의 수소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현재 운영 중인 수도권 소재 수소충전소 33곳의 공급량과 비슷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수소 유통가격 인하와 국내 수소산업 기술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수도권에 있는 33개 수소충전소는 대산석유화학단지와 같은 원격지에서 평택 생산기지로 공급처를 전환해 운송비의 5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소생산의 원료인 천연가스가 가격이 높게 형성돼 곧바로 소비자 가격 인하로 가긴 힘들다. 평택 수소생산기지에서 생산하는 수소는 기존 석유화학 단지에서 추출되는 그레이수소와는 달리 개질 과정을 거친 블루수소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하 요인과 환경적 의미도 띠고 있다. 산업부는 삼척·부산·대전·인천·완주 등 5곳도 생산기지 구축을 마무리 한 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또한, 2026년까지는 수소생산기지에 대해 수전해 및 탄소포집 기능을 갖추도록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온사이트 충전소와 수소생산기지의 구축이 일명 ‘수소대란’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순 없다. 하지만 작은 부분에서부터 인프라가 형성된다면 최대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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