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열보일러 서산공장의 시운전실
대열보일러 서산공장의 시운전실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산업용보일러는 식품·음료 제조, 화학 공정, 난방 및 온수 공급용 등 제조업부터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적인 고온의 물이나 수증기를 생성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기기이다.

국내의 산업용보일러를 생산하는 그룹군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며, 이는 산업용보일러가 주문 생산방식에 의해 제조되는 특성에 기인한다. 산업용보일러는 용량과 사용압력이 각기 상이하고 사용버너에 따라 연소실의 크기가 달라지므로 표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제조업 공장이 활성화되던 70~80년대에 증흥했으나, 공장들이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 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과거에 비해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내 각 제조사들은 세계 시장 흐름과 정부의 환경 기준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업계의 화두는 초고율화, 친환경, 소형화라고 할 수 있다. 본지는 국내 산업용보일러 시장의 현황과 전망, 향후 과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계획이다.

국내, 소형보일러 다관 설치 경향

국내 산업용보일러·버너 제조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박상준)에 회원으로 있는 제조사는 총 29개다. 이 29개 제조사의 지난 5년간의 매출액을 종합해보면, 2017년 5706억원, 2018년 5869억원, 2019년 7230억원, 2020년 7631억원, 2021년 7102억원의 변동 추이를 보였다.

2020년까지 증가하던 매출액은 2021년에 감소세를 보였는데, 업계에 따르면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해짐에 따라 수주 감소세의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보일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해외 수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봉쇄 정책과 탈탄소화 흐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보일러는 대형 건물과 산업설비 등에 기본적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건설경기 및 제조업 설비투자에 따라 수요가 변동할 수 있다. 최근 산업체나 업무용 빌딩에서는 1대의 대용량보일러를 사용하는 대신 소형관류보일러를 다관식으로 설치해 사용하는 추세이다.

또한 산업용 업계는 계절에 따라 시장이 변동적으로 움직인다. 통상 겨울이 오기 직전에 보일러를 설치, 보수하는 경향이 있기에 가을철 주문이 늘어나는 편이며, 공공기관의 예산집행이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집중되기에 그 시기에 주문이 급증한다.

국내 시장에서 신규 수요는 과거에 비해 줄이는 편이지만, 기존 노후화된 제품에 대한 대체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 정책이 종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어, 산업용보일러 업계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업계 성장 통해 해외 수요 겨냥

하나금융연구소의 ‘2023년 일반 산업전망’에 따르면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 완화 하에서 수출, 소매 모두 증가하면서 성장성은 개선되나, 원자재 가격 및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저하되었다.

소비재 분야의 전망은 소비 회복 약화와 재화 수요 위축으로 정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산업용보일러를 주로 사용하는 식음료 업계는 2022년 가격 인상 이후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2022년 초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곡물가격 상승 추세 이후 주요 품목별로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높은 가격 전가력을 가진 국내 음식료 기업이 안정적 수요 하에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엔데믹 상황 속에 외식 채널이 확대되는 한편, 수요자 니즈 및 정책 효과(식의약 규제 혁신)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지고, 편의성과 가성비를 갖춘 HMR(Home Meal Replacement)은 견조한 수요를 지속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K-Food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 내 CJ제일제당은 만두 MS 1위, 풀무원은 두부 MS 1위에 위치했다.

이러한 해외 시장에 대한 국내 식품의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주요 식품 기업들은 해외 현지 법인 및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초 베트남에 지은 식품생산기지인 키즈나 공장을 본격 가동했으며 2025년까지 추가설비 등에 1,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베트남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 유럽 등에 수출하는 물량 생산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농심은 지난해 3월부터 북미 지역 제2공장을 가동했고, 2025년까지 북미 시장 8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미국 라면시장 1위에 도전한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5월 밀양공장을 준공해 수출용 제품 생산 능력을 50% 향상시켰으며, 지난해 해외 누적매출은 4,50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2.0% 늘어났다.

특히 고온·고압에서 만들어야 하는 스팀을 얻기 위해서는 노통연관 혹은 관류형 스팀보일러가 필수적이며, 해외의 공장들도 환경 규제 기준에 따라 벙커C-유 보일러에서 LPG·LNG를 쓰는 가스보일러로 교체를 많이 함에 따라 산업용보일러 수요처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용보일러의 한 관계자는 “식품공장은 스팀 사용이 많기에 국내외에서 주요한 수요처인데, 해외 시장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다만, 국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수출의 절차적 어려움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식품공장에 설치된 산업용보일러
이탈리아 식품공장에 설치된 산업용보일러

보일러와 연소실 소형화 개발 추세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연평균 국민총생산 성장률이 8.2%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기록하면서 급격한 경제성장과 급속한 산업화를 완성했다. 철강·조선·화학 등 전통적인 굴뚝 산업들의 성장으로 인해 세계 국가별 탄소배출량(CO₂)순위에서 9위를 기록했고,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은 6위로 지구온난화의 큰 원인을 제공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필요성에 의해 산업용보일러 분야에서도 탄소배출과 NOx(질산화합물), THC(총 탄화수소), SOx(황산화물) 등의 공해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은 필수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산업용보일러는 본체의 소형화 개발 추진과 이에 따른 연소실의 초소형화가 동반되고 있다. 보일러 연소실 체적당 연소기 열부하를 나타내는 체적 열부하율이 과거에는 100만kcal/hr·㎥이하였으나, 최근 개발된 제품은 150만~200만 kcal/hr·㎥ 정도로 초소형화된 연소실 공간을 배정하고 있다.

저NOx 연소기술은 에너지 효율 증가와 초저공해를 위해 내부재순환(IFGR, Internal Flue Gas Recirculation), 선회기류(Swirl)의 최적화, 급혼합연소(Rapidly mixed combustion), 연료·공기 다단연소(Fuel/air staged combustion) 등의 저NOx 이론을 적용했으나, 저NOx 기술 한계에 직면하게 되면서 최근에는 예혼합 표면연소기술과 배기가스외부재순환(FGR)이론 및 기술을 적용해 10ppm 전후의 초저NOx 연소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과 세계의 수소경제 시대에 대비해 각 제조사들은 산업용 수소보일러·수소버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 가운데 ㈜수국(대표 박재언)은 지난 2011년 경 중국에서 수소버너를 개발·설치해 운영한 경험도 있다.

다만, 수소는 연소시 역화와 빠른 연소속도로 인해 NOx 배출량이 기존 가스보일러 대비 높아질 수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저감시키느냐가 기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 산업용보일러·버너 제조사들이 항상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R&D 분야에서의 국가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크다. 자체적인 연구소를 운영하는 가정용보일러 제조사들보다 매출 등 규모가 한참 작은 산업용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국가 과제 등을 통해서만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산업용보일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계연구원 등과 꾸준히 과제를 진행하며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과제 선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수소연소기술은 기존 가스연소기술의 베이스가 중요한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