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이나 아파트, 공장 등에서 많이 접하는 보일러는 화석연료(가스, 등유, 목재, 연탄 등)를 태워 발생한 연소열로 냉수를 가열하여 급탕수(목욕, 주방, 세척, 음용 등)와 난방수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생활설비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과 가스공급업체의 누적적자를 줄이기 위해 단행된 요금 인상 여파는 급탕비와 난방비 고지서를 받으면서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가스보일러의 탈탄소화에 대한 논의는 잠잠하다. 반면에 EU를 포함한 OECD 국가들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년 넷제로(Net Zero): 전 세계 에너지 부문을 위한 로드맵’에서 언급한 2025년 화석연료 보일러의 신규 판매금지에 따른 대체 보일러 기술개발 및 보급계획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급탕과 난방, 취사에 필요한 연료원 모두가 위험한 항로를 따라 배로 수입하는 LNG와 LPG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공기나 물처럼 흔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쌀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2050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혁신기술 시장 개편 파고가 보일러 업계와 우리 모두에게 곧 덮쳐 요금 인상을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에서 친환경 보일러로 잘 알려진 콘덴싱 보일러는 1980년대 초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로 유럽에 많이 보급되었다. 특히 영국은 2005년에 열효율 86% 이상의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90%, 네덜란드는 80%, 독일은 50% 이상의 높은 보급률로 에너지 절감 및 대기환경 개선에 기여하였다. 그럼에도 영국은 난방 부문 탄소배출량이 전체의 23%나 차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미세먼지가 중국 다음으로 심각한 우리나라는 2020년에 친환경 보일러(열효율 92% 이상) 설치 의무화를 시행하면서 30%대에 머물던 콘덴싱 보일러 판매는 80%대로 급성장을 하고 있으나, 최근 정체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체 보급률은 30% 이하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IEA는 ‘2050년 넷제로(Net Zero)’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보일러의 신규 판매금지(2025년)를 권고하고 있다. 결국 화석연료(천연가스)를 사용한 친환경 보일러의 열효율이 아무리 높아도 탄소배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EU 국가들은 IEA의 권고를 수용하여 오스트리아는 2023년, 영국은 2025년, 네덜란드는 2026년에 가스보일러의 신규 판매금지 계획을 발표하였다.

영국 등 EU 국가에서는 탄소배출량이 가스보일러(95%의 열효율) 대비 33%(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한 SPF3.0의 히트펌프)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열, 수열, 공기열 등을 이용한 히트펌프 난방, 전기난방, 수소보일러 등으로 난방에너지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친환경(콘덴싱) 보일러를 대체할 탈탄소 난방설비의 강자는 판매가격과 설치비용, 유지비용, 에너지원 공급의 용이성과 인프라 구축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유럽에서는 히트펌프 선호도가 높지만, 우리나라는 높은 도시가스 보급률과 수소기술, 대단히 낮은 재생에너지 비율과 높은 탄소 소비 인프라를 감안할 때 유럽의 히트펌프만으로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욱이 보일러 수출국가로 다양화 상품군 확보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가스보일러에 CCUS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가스보일러, 수소보일러, 태양광·태양열 보일러, 전기보일러, 히트펌프 등 다양한 친환경 보일러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에너지 절감과 2050 탄소중립 시대에 적합한 ‘친환경 보일러 인증제’를 도입하기 전에 가스보일러 업계에 대한 R&D 및 보급망 지원정책을 추진해야 주거환경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의 대기환경 오염원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난방정책에는 IEA가 제시한 2030년의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한 카본제로’ 로드맵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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