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유달리 세계 석유·가스시장에 돌발적 변화가 많이 생겼다. 다행히 아직은 ‘큰일이 생기나 싶었는데 별것 아니다’라는 ‘태산명동(泰山鳴動) 서일필(鼠一匹)’ 수준이다. 우리 에너지산업계는 석유생산국기구(OPEC)가 갑자기 원유생산 감축을 선언하면 지난 1970년대 이래 몇 차례 겪은 석유파동의 악몽을 떠올린다. 사실 4월 3일 러시아까지 포함한 OPEC+ 회원국들이 작년 11월부터 시행해온 200만배럴/d 감산에 추가하여 5월부터 올해 말까지 166만배럴/d 생산 감축을 합동장관점검회의(JMMC)에서 합의하였다. 그동안 의례적인 시장점검 회의로 간주해온 JMMC가 이례적으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추가감산(합계 266만배럴)을 결정하였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각각 50만배럴/d 감축하고 나머지 회원국들은 상징적 소량감축에 그치거나 아예 줄이지 않는 국가들도 있다. 그래서 조금은 안심은 된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부활절 연휴가 끝난 이번 주에도 10% 상승 내외의 상승에 그쳤다. OPEC ‘오펙 바스켓’유가는 배럴당 85달러 수중에서 미세변동 안정세를 보였다. 미국 시장지표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도 80달러 내외에서 안정세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시장이다. OPEC+ 생산 감축 발표 이후 ‘블룸버그’ 등 세계 유수 전문기관들은 우리나라, 일본 2개 아시아 비(非)산유 선진경제국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다음으로는 인도, 파키스탄과 아르헨티나, 터키 등 중진 4개국과 여타 개도국들이 일부 피해는 감수해야 한단다. 이에 반해 에너지 자립국인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높은 에너지가격 적응력을 키운 유럽 국가들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에너지 빈익빈 부익부 추세가 강화되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의 주된 관심분야인 액화천연가스(LNG)시장을 살펴보자. 우리의 최대 LNG수입처인 미국의 가격은 지난 3년 이래 가장 낮다. 이는 온난한 미국 기상 여건과 생산량 증가추세에 따른 것이다. 원유생산 부생가스의 증가도 한 몫한다. 이래서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의 5월분 천연가스가격은 $2.20/백만btut로 1년 전 가격의 1/3수준이다. 올해 초부터 유럽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가격거품이 지속적으로 해소된 데 힘입었다. 따라서 OPEC+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4월 들어 5% 수준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 하락 가능성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올해 미국 가스 생산은 작년 대비 3% 증가하고 재고 역시 지난 5년 평균 대비 20% 쯤 높을 것이다. 이는 미국내 소비와 수출물량이 충분한 수준이라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보고 있다. 여기다 최고가격 부과에 대한 반발에 따른 러시아의 생산 감축과 러시아- 중국-인도 등의 가스협력체계 강화에 따른 서방수출 제한 가능성, 그리고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 시장개입 등 여러 불확실성이 동시에 유발되고 있다. 이에 당분간LNG시장 침체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겨울이 끝나는 현재 시점은 아시아 최대 LNG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이 수입을 줄이는 계절요인이 작용한다.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의 값싼 가스도입으로 서방 가스수입 위축도 우려된다. 특이하게 동남아 국가들만이 LNG가격하락의 기회를 활용하여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 LNG현물가격은 지난 20개월 이래 가장 낮은 $12.50/백만btu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사상 최고현물가격인 $70.50에 비해 80% 이상 하락한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LNG시장, 특히 동북아 시장에서 가격설정 기준이 여러 개로 분화되는 속칭 시장분화(Fragmentation)현상을 우려해야 한다. 동북아시장은 세계 최대 LNG수입지역이지만 그 영향력은 많은 제약이 있었다. LNG는 장기공급계약 중심거래의 특성으로 단일가격 기저((Hub)형성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유럽 가스시장은 현물시장을 중심으로 선물 등 여러 시장이 연계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는 최근 유럽LNG시장 확대와 함께 중국-인도-러시아 협력체계 강화, 그리고 동남아시장 확대에도 유의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 가스시장도 출현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분화현상 확대는 우리나라의 가스도입조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스공사 독점도입체제에서 수요자 직접도입 전략으로 바뀐 우리 현실은 여러 불확실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는 새로운 우리 도입계약 모델을 모색되어야 한다. 관련 당국은 도입 여건 변화를 탄력적으로 반영하는 계약‘모델’ 추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일본보다 크게 불리한 도입계약사례는 없어져야 한다. 오랜 관료주의 업보를 탕감할 좋은 기회이다. 최소한 여건 변동 시 계약조건 재협상을 규정한 ‘Reopener’조항은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에서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재협상과정에서 과거 오류에 대한 책임경감 조치 고려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연간 1억톤 이상 도입하는 LNG 가격조건 개선은 국제무역차원을 넘어 난방비와 전기요금 그리고 우리 국민복지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관련 당국과 기업과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관심과 적극적 기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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