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 = 유재준 기자]  전세계 LNG벙커링 수요는 지난해 기록적인 LNG 가격으로 인해 주춤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 들어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LNG는 최근 몇 년 사이 기존 유류 해상연료에 대한 대안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특히 2020년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해상 규제 도입 후에 조선과 해운 분야에서 두드러진 관심을 받았다. 무탄소(Zero- carbon) 연료가 광범위하게 실용화되기 전까지는 저탄소인 LNG에게 온실가스 실질적 감축을 위한 중간 다리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에 따라 글로벌 가스시장이 격랑에 휩싸이면서 LNG벙커링 수요의 급증세도 멈춰 섰다. LNG와 디젤의 이중연료 엔진을 갖춘 선박 중 많은 수가 값비싼 LNG 대신 기존 디젤 연료를 사용해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8월 말에 로테르담 항구의 벙커링 가격은 LNG가 저유황유보다 무려 6배나 높았다.

이에 따라 로테르담 항구의 2022년 LNG벙커링 물량은 2021년에 비해 반 토막났다.

싱가포르 항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LNG벙커링 물량이 2021년 50,000 mt(metric ton)에서 16,000mt로 크게 떨어졌다. 또한 바르셀로나 항구도 2021년 236회 65,000㎥에서 2022년 32회 26,400㎥로 벙커링 실적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LNG와 저유황유와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mt당 LNG가 저유황유에 비해 700~800달러 이상 비싸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에서의 LNG 수요가 안정되고 중동 등지에서의 LNG 공급이 원활하다면 현재의 시장 상황은 이중연료 추진선들의 시선을 LNG로 다시 되돌리기에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에서 LNG벙커링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 경쟁력에 대해 살펴봤다. 그런데 LNG벙커링 수요를 이끄는 정작 중요한 요소는 그 물량, 즉 ‘LNG추진선이 얼마나 많은가?’이다. 노르웨이선급 DNV의 3월말 자료를 보면 LNG연료추진선은 2022년 354척에서 2028년 894척으로 15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8년까지는 운항 중인 379척에 더해, 515척이 추가로 발주‧건조되는 것이다.

국제 해상 규제에 선박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이와 같이 J커브로 늘고 있는 LNG추진선의 상대적 위상을 <표>에서와 같이 한 눈에 알 수 있다.

DNV의 3월말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중 총 7,098척이 운영 또는 발주를 통해 환경 규제에 대응 중으로, 이는 지난 1년 사이 14.7%가 증가한 수치다.

스크러버 장착에 의한 대응이 5,100척으로 가장 많으나 지난 1년간 증가율은 8.2%(388척↑)에 불과하다. 스크러버 장착이 아직 많은 이유는 기존 선박들이 대체 연료로의 엔진 개조가 불가능하거나 과다 비용으로 탈황 설비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대체연료 LNG 사용 선박 채택이 지난 1년 간 170척(23.5%↑)이 증가한 894척으로 신규 건조 대응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벙커링 수요선점 경쟁 가열

[그래프] LNG벙커링 수요량 추이
[그래프] LNG벙커링 수요량 추이

LNG추진선 증가는 필연적으로 LNG벙커링 수요를 견인한다. DNV의 2월말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LNG 벙커링용 소비량은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21년 171만 톤에서 2026년 858만 톤으로 연평균 38.1% 증가(CAGR:연평균 성장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까지 확정된 선단의 물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LNG추진선 증가 추세에 따라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LNG벙커링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핵심 전력으로 각국은 LNG벙커링 인프라 확충과 LNG벙커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 LNG벙커링이 가능한 항만은 2022년초 141개였으나, 2022년 중 44개가 늘어나 올 초에는 총 185개가 됐다. 2025년까지는 50여개 항구가 추가될 것으로 클락슨 연구소는 내다봤다.

LNG벙커선은 전 세계적으로 44척이 운항(in operation) 중이며, 20척이 발주(on order) 중이다. 2022년 44척이 운항 중이었지만 2025년까지 64척 내지 85척으로 약 2배 가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올해만 해도 발주 완료된 벙커선은 10척, 논의가 진행 중인 선박은 3척이다.

최근 들어 LNG벙커선을 중심으로 국제 기업간 분업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 영국 벙커링 전문 업체인 Avenir LNG사로부터 사들인 탱크용량 20,000㎥의 LNG벙커선 하이강웨이라이(海港未来)호를 중심으로 상하이항을 벙커링 국제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Avenir LNG사가 벙커링의 기술 지원함과 함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케 하여 국제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하이항은 올 1월 세계 굴지 컨테이너사인 CMA CGM사 선박을 대상으로 한 30번째 STS(Ship to Ship) 벙커링을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15,000 TEU급 ZIM사 컨테이너선 Sammy Ofer호를 삼성중공업이 올 2월에 건조‧인도했지만 운항용 벙커링은 상하이항에서 Avenir LNG사 협력 하에 실시됐다.

이렇게 중국 LNG벙커링 사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Avenir LNG사는 유럽(Avenir Aspiration호, Avenir Ascesion호), 말레이시아(Avenir Advantage호), 북미(Avenir Ascesion호), 남미(Avenir Accolade호) 등 세계 요충지에 Avenir 시리즈 LNG벙커선을 배치하고 세계 에너지 메이저인 셸사 등과 협력하여 국제 벙커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셸사는 10개국 15개 항구에 LNG벙커링 거점을 확보하고, 국제 기업들과 연료 공급 또는 벙커선 용선 계약을 체결하여 여러 항로에 걸친 벙커링 편의성을 연계 제공함으로써 국제 벙커링 수요를 선점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셸사는 지난해에 250여회의 STS 벙커링을 실시했다고 과시한 바 있다.

7500㎥급 LNG벙커링 전용선 ‘Blue whale호’ 조감도
7500㎥급 LNG벙커링 전용선 ‘Blue whale호’ 조감도

■ 올해 국내 LNG벙커링 본격화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세계 LNG벙커링 물량 중 어느 정도를 우리나라가 차지할 것인가는 우리의 국제 경쟁력에 달려 있다.

올해 우리나라 LNG벙커링 사업이 본격화된다. ‘Blue whale호(탱크용량 7,500㎥)’와 ‘K LNG Dream호(탱크용량 500㎥)’가 STS 벙커링 전용선으로 국내 최초 투입되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엘엔지벙커링(주)가 운영하는 Blue whale호는 전용설비와 안전장치가 강화되어 있어서 조선소 시운전용 외에 운항용 벙커링이 활성화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국엘엔지벙커링(주)는 2030년까지 LNG벙커링 판매량 140만 톤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여 글로벌 LNG벙커링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LNG벙커링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한 가운데 해외 LNG벙커링 시장 진출 시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가스공사와 대한해운은 LNG벙커선 케이로터스(K.Lotus)호를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인도받아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사에 용선했다. 탱크용량 18,000㎥급 벙커링선인 케이로터스(K.Lotus)호는 로테르담항구를 거점으로 STS 벙커링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대한해운은 싱가포르에, 팬오션은 미주지역에 투입하고자 탱크용량 18,000㎥급 LNG벙커선을 국내 조선소에 각각 건조 중에 있다. 두 척 모두 셸사와 장기 용선계약을 맺었으며 올해 안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 국제적 해상 규제 강화 조짐

국제 해상규제 강화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도 ‘친환경선박 개발 및 보급 시행 계획’을 해마다 공고하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예산 1,454억 원으로 친환경선박 기술개발과 국산화에 나서고, 해양수산부도 공공 선박 도입과 민간 보조 등 친환경선박의 보급을 위해 약 3,623억 원을 투입한다. 올해 건조가 끝나 현장 투입되는 전용 LNG벙커선도 500여 억 원의 건조비 중 150억 원을 정부로부터 보조받았다.

예산 지원과 함께 벙커링 절차 간소화를 위한 행정 조치도 강화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TTS(Truck to Ship) 벙커링에서 그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동시 충전하는 탱크로리를 종전 2대에서 4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정성 평가를 위해 이동식 매니폴드를 활용한 탱크로리 충전을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지난 3월 실증을 실시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LNG벙커링과 화물하역 작업을 동시에 실시하여 벙커링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SIMOS(Simultaneous Operations)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안전성 평가와 실증을 거쳐 국내 항만환경을 고려한 동시작업 기술·절차를 개발하고 허용기준 등을 마련할 계획으로 연구 예산을 확보하여 올해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STS 벙커링에서 안전관리 계획 승인으로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신고제로 바꾸는 법안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같이 국내에서 친환경 선박에 관한 다양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그런데, 국제적으로는 해상 규제가 훨씬 더 강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IMO는 올 여름에 개최될 제 80차 MEPC(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선박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와 속도를 더 높이는 조치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해운 분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2050년까지 50%에서 100%로 상향 조정하는 안이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LNG, 메탄올과 같은 저탄소 선박 연료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한편 수소, 암모니아, 소형원자로 등 무탄소 선박연료에 관한 실용화 연구와 시범 도입이 잦아질 전망이며, 에너지사, 조선사, 해운사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서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