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정부정책자금 없이 앞으로 30년 이상 노후배관이 단계적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정부정책자금 없이 앞으로 30년 이상 노후배관이 단계적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신문 = 주병국 기자]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30년 이상 장기사용 도시가스 노후배관(이하 노후배관)이 사회적 이슈로 떠 오르면서 정부와 도시가스업계, 지자체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논의 끝에 마침내 제도개선에 나선다.

그동안 도시가스 공급배관망에 대한 가스사고는 간헐적으로 발생해 왔으나, 다행히 업계의 철저한 안전관리와 현대화된 시스템 도입으로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크게 줄고 있다.

하지만 도시가스가 국내에 보급된지 벌써 50년이 넘어섰고, 2000만개소(주택용: 1900만호)에 이르는 수요자가 도시가스를 사용하면서 전국 도시가스 평균 보급률은 83%를 돌파하면서 노후화됐다. <표1 참조>

국내 도시가스 산업은 80년대를 거쳐 90년대와 2000년대 급성장하면서 명실상부 도시가스가 국민 연료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특히 도시가스가 공공성을 띠고, 보편적 연료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하에 매설된 도시가스 주배관망(본관+공급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관련 산업이 정체기를 지나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주배관망의 노후화 정도가 심화되고 있으나, 현시점에서 민간 기업이 한 해 수천억 원 이상 소요될 노후배관 교체사업을 이행하기에는 막대한 재원 문제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 또한 그동안 에너지복지 차원에서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대한 보급 확대 정책만 수립하여 추진해 왔을 뿐 딱히 노후배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지원정책이나 중장기적인 교체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해를 거듭할수록 지하에 매설된 노후배관이 급증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본지는 지난 2018년부터 집중적으로 취재하여 기획보도만 8차례를 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민간사의 자발적인 교체사업을 유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회에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늦었지만 정부와 지자체, 도시가스업계도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여 지난해 한국도시가스협회를 주축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 ‘도시가스 장기사용설비의 안전투자 촉진 제도개선 연구’라는 용역을 수행, 올 2월 최종보고서를 도출했다.

이번 연구용역 결과에서 제시된 핵심 내용은 본지가 제시했던 ‘가산투자보수율 적용’을 통해 정부가 별도 보조금과 같은 지원정책자금 없이 민간사와 지자체가 협의하여 체계적으로 노후배관 등을 교체하고, 이를 소매공급비용에 반영해 가스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교체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도시가스 장기사용설비 교체 필요성도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국민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민간사의 자발적 투자환경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올 상반기부터 제도개선을 통해 노후배관 교체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산업부가 규정하는 ‘도시가스사 공급비용 산정기준’을 상반기 중으로 일부개정하고, 이를 전국 지자체와 도시가스사가 이행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제도개선이 이행되면 5년 만에 노후배관 교체가 단계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노후배관 교체 가속화

현재 전국적으로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배관(2021년 말 기준)은 전체 주 배관(50,167km) 약 8%인 4,259km에 이르며, 제때 교체사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후배관 연장 길이는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4,259km에 이르는 노후배관이 5년 후에는 11,502km로 현재보다 2.5배로 증가하고, 10년 후에는 무려 18,780km로 4.4배 늘어난다. <표2 참조>

◼ [표2] 장기사용설비 확대 가속화
◼ [표2] 장기사용설비 확대 가속화

특히 수도권의 노후배관은 2239km 이상이며, 5년 후 전체 노후배관의 30% 이상, 10년 후에는 5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다 광역시도 노후배관은 1170km, 그 외 지방권 역시 750km에 이른다.<표3-원형그래프 참조>

◼ [표3] 전국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배관 현황
◼ [표3] 전국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배관 현황

한마디로 수도권과 광역시 내 도로 곳곳에 매설된 노후배관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대형사고를 유발할 지뢰밭으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최종보고서에서도 고스란히 담겼다. 따라서 선제적 안전관리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노후배관은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노후배관 교체 등 안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요금 회수기간 조정, 노후배관 교체비용 부과, 투자보수율 가산 등을 적용하고 있다.

또 지난 2019년 노후된 지역난방 열배관 파손으로 인명피해가 발생, 예방차원에서 ‘열 수송관 안전관리 투자 촉진지원제도’(사업자의 총괄원가에 가산)가 시행됐고,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중심으로 교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열배관보다 배관 연장길이가 50배 이상 많은 도시가스 배관에 대해서도, 특히 30년 이상 된 노후배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안전투자촉진 차원에서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나 별도의 정책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민간사의 자발적 투자가 절실한 실정이다.

요금억제 최소인 합리적인 제도개선 선택

◼ [표4] 투자보수율 가산제도 활용의 합리성 검증
◼ [표4] 투자보수율 가산제도 활용의 합리성 검증

이에 민간사의 자발적 투자환경을 유도하기 위해 제시된 가산투자보수율 적용은 민간사업자에게 이중 지원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現 도시가스 산업구조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분석하고 있고,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서도 그 효과와 필요성이 제시됐다.<표4, 참조>

민간사업자에게는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 교체사업을 이행토록 유도하면서도, 소비자에게는 안정적인 도시가스 공급을 구현하고, 불특정 다수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후배관 관련 사고를 근원적으로 차단하여 국민의 안전위협률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행 도시가스 소매요금이 민간사의 총괄 원가를 기반으로 산정되고 있는 만큼, 소매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억제해 소비자의 부담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가 노후배관 교체를 위해 평균 도시가스 보급률 83% 수준인 도시가스 산업에 또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명분과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가산제도는 에너지복지 차원에서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및 경제성이 떨어지는 낙후지역에 보급 확대 차원에서 적용해 왔기에 노후배관 교체까지 확대, 적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 별도의 관련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산업부는 2018년 3월 ‘도시가스사 공급비용 산정기준’ 제14조(미공급지역 보급확대)를 신설, 경제성 미달지역에 민간사의 배관건설을 유도해 에너지복지 구현에 나서도록 한 바 있다. 이번 역시 산정기준 일부를 개정하는 것이다.

사전협의 및 지자체 심의로 객관성 확보

곧 도입될 제도개선 방향은 노후 공급시설에 대한 교체대상을 명확히 규정한다. 30년 이상 경과된 도시가스 주 배관(본관+공급관)을 비롯해, 공급설비인 정압기와 밸브 등이다. 매설 후 30년 이상 경과 되거나, 안전성평가에서 투자대상 판정을 받은 사용설비, 보강 및 보수가 필요한 공급설비로 명시됐다. 그 외 지자체장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이거나 30년이 경과 되지 않더라도 배관손상 등 노후화가 심할 경우 교체가 이뤄진다.

특히 노후배관 교체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교체대상에 대한 민간사의 투자재원 회수를 합리적으로 반영토록 가산투보(1~3%)를 적용하되, 교체 투자의무비율(1.5배)을 관련 규정에 명시해 민간사가 이를 강제로 이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경제성 미달지역에 대한 민간사의 투자 회피를 막고자 도입된 미공급지역 가산투보를 노후배관 교체에도 적용해 정부 정책 이행에 따른 민간사에 ‘당근과 채찍’을 부여한 셈이다.

또 정부는 민간사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하면서도 노후배관 교체사업이 민간사와 지자체 간의 협의를 통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되도록 민간사에 노후 공급시설 교체사업에 따른 착수계획을 2년마다, 중장기적으로는 5년마다 종합적 수립해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노후 공급시설 선정과 추진에 있어 민간사와 지자체가 사전협의를 거치고, 심의까지 받도록 하여 2~3중의 관리·감독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 [표5] 정량적 위험성평가 결과 분석
◼ [표5] 정량적 위험성평가 결과 분석

민간사도 노후 공급설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및 교체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위험도기반검사(RBI) 시스템을 도입, 운영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산업부도 노후 공급시설 교체사업에 따른 실적을 도협 등을 통해 제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당장 내년부터 민간사가 정부의 제도개선에 따라 노후배관(4,259km)에 대해 일정 비율(예, 5%시 212km씩)로 교체시 국민안전 확보는 물론 사회적 위험도를 크게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표5, 참조> 다만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에 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공급설비 교체로 인한 예방안전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또 노후배관 교체사업을 통한 물량 수주가 늘면서 관련 설비시공업계와 배관 등 제조사까지 산업 활기가 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다 수소혼소 배관 등 수소산업과 수소 경제로 전환까지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가스 주 배관망 외 사용자 자산분인 인입 배관과 입상관 등에 대한 노후화 대책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거미줄처럼 매설된 사용자 배관은 전국에 9만km에 이르는 만큼 앞으로 정부와 도시가스업계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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