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상업운전이 예상되는 울산의 동광화학 신규 탄산플랜트
오는 7월 상업운전이 예상되는 울산의 동광화학 신규 탄산플랜트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지난해의 경우 3월부터 시작됐던 탄산의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는 다소 늦게 나타나고 있다.

탄산메이커들은 올해 초부터 저장탱크마다 재고를 꽉꽉 채워두고 있고, 국제유가도 다소 안정세로 돌아섬에 따라 원료탄산공급처인 석유화학사, 정유사 등의 플랜트 가동률도 60~70%를 유지하는 등 지난해보다 수급 상황이 다소 완화된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4월부터 폭증하던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올해는 위드코로나로 인해 신선식품 등의 택배가 소폭 감소하면서 드라이아이스의 수요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드라이아이스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겨울철에는 아이스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드라이아이스 수요도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겨울철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탄산의 수급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원료탄산공급처들의 정비 일정이 봄부터 8월까지 몰려 있고 그 이후에도 정비 일정을 잡아놓은 곳이 있어 드라이아이스 성수기인 6월부터 10월까지 액화탄산과 드라이아이스의 수급 대란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이아이스시장 확대 지속

탄산메이커의 관계자들은 드라이아이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드라이아이스시장은 정부의 방침과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힘을 얻어 확대될 것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2019년 식약처가 ‘냉동식품 택배 가이드’를 통해 냉동식품 이송 시 -18℃ 이하로 유지토록 하는 권고안을 내놓은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식약처는 냉동품 택배 포장 시 600g 드라이아이스 2개를 사용할 경우 포장 시 -28.6℃, 도착 시 -10.8℃를 유지하고, 한 개를 사용하면 포장 시 -15.6℃, 도착 시 -7.9℃를 유지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스팩을 사용하면 포장 시 -11.6℃, 도착 시에는 -2.05℃를 유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품의 냉동이 풀린 상태로 배송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스팩은 겨울철 한때 사용할 수 있으나, 여름철에는 식품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2021년 환경부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고흡수성 수지가 냉매로 들어가 있는 일명 ‘젤아이스팩’에 대해 2023년부터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드라이아이스 가격의 영향으로 오히려 아이스팩의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나 정부가 식품안전 및 환경과 관련한 법령을 내놓아 앞으로도 드라이아이스가 아이스팩 시장까지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름 부족, 겨울은 과잉 예상

산업부가 집계한 2023년도 원료탄산공급처의 플랜트 정비보수 일정을 보면 대체적으로 분산된 상황이지만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6월부터는 수급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드라이아이스업계 관계자는 “이제 우리나라도 식생활의 변화 등으로 인해 대형 온라인 유통회사들이 사용하는 드라이아이스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탄산의 경우 여름철에는 공급 부족, 겨울철에는 공급과잉 등 매우 불안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드라이아이스 수요 폭증의 영향으로 올해도 용접 등 뿌리산업에 사용하는 공업용 탄산의 수급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7월 울산의 동광화학에 이어 대산의 신비오케미칼이 탄산플랜트 건설공사를 마치고 본격 가동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황은 의외로 호전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전의 상황에 대해 탄산메이커들은 또 다른 우려를 하는 양상이다. 여름철에는 큰 폭으로 증가한 드라이아이스 수요에 힘입어 액체탄산을 판매할 수 있으나, 겨울철이 되면 오히려 탄산이 넘쳐나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부담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충남 대산의 신비오케미칼 탄산플랜트 신축 현장
충남 대산의 신비오케미칼 탄산플랜트 신축 현장

산업부, 탄산수급대책기간 운영

지난달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 ‘탄산 수급 관련 대책기간 운영방안’이란 주제로 석유화학사, 탄산제조사, 고압가스충전사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 화학산업팀은 2018년부터 최근 5년 간 국내 탄산생산량에 대해 연간 78만~84만톤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탄산메이커들의 총 생산능력이 100~110만톤에 비추어 볼 때 평균 가동률이 70%에 그친 셈이다.

산업부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그동안 생산능력이 매년 소폭 증가했는데 선박 수주량 증가에 따른 용접용 탄산 수요가 늘어난 데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드라이아이스 가격이 액화탄산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까닭에 우선적으로 공급되는 경향이 크다고 했으며, 향후 대형 온라인 판매회사들이 필요에 따라 수입을 유도하는 것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탄산 수급이 불안할 때 가장 먼저 곤경에 빠지는 곳이 바로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체와 뿌리산업과 관련한 중소 규모의 업체, 조선기자재업체 등이다. 그동안 중소업체에 공급하는 공업용 탄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가장 먼저 공급중단의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올해 석유화학사 및 정유사의 정기보수 일정을 사전에 공유, 원료공급처의 협조 하에 정비 일정을 분산·조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액화탄산 및 드라이아이스 수입 시 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수입기업이 수입에 필요한 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무보가 은행 앞 보험을 제공하는 등 다양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시장의 순기능 따라 해소 전망

오는 6~8월에는 탄산의 부족 현상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몇몇 탄산메이커들은 원료탄산공급처의 정비 일정에 맞춰 따라 스와프를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수급 대란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나타난 탄산의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인해 탄산제조사들이 서둘러 플랜트 신증설에 나서는 등 업계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장 조정기능이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탄산의 수급 불균형이 시장의 순기능에 의해 해소되는 모양새다. 이로써 탄산 시장은 곧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탄산이 남아돌던 시절에는 조선사 등 대규모 수요처들이 매년 계약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탄산 수급 대란이 이어지자 조선사들이 물량의 안정적인 확보 차원에서 3~5년 등 장기계약을 하는 추세라고 한다.

아직까지는 탄산메이커들이 주도하는 시장이 유지되고 있으나 향후 물량이 남아돌 경우 조선사와 같은 대기업을 수요처로 두고 있는 관계로 언제 다시 칼자루를 빼앗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탄산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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